수학이 무시당할 때

1499

얼마 전 봤던 재미있는 영상 하나를 공유한다.

시간을 아끼고 싶은 분들께 스포일러를 간단하게 공유하면, 2+2 = 22라고 쓴 초딩을 교육하던 선생이 학부모에게 욕먹고, 교장에게 욕먹고, 나중에는 언론까지 나서서 선생이 학생을 괴롭힌다는 식으로 풀어나가는 스토리다. 마지막에 교장이 선생더러 그만두라고 그러면서 1달 월급 2,000달러, 퇴직금 2,000달러 합계 4,000달러를 준다고 그러니까, 선생이 2+2 = 22라는걸 이용해서 4,000달러가 아니라 22,000달러라고 놀리는 장면이 나름대로 통쾌한 장면이다.

(따지고 들자면 String으로 더한걸 숫자로 변환했으니 2,000 + 2,000 = 20,002,000 이라고 했어야 될 것 같은데, 웃자고 만든 영상이니 그냥 넘어간다.)

영상을 보는내내,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 불편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더라.

2+2 = 4라는 지식 대신, 인공지능이라는건 사실 비선형 패턴매칭을 위한 계산통계학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코더들이 하는 건 겨우 코드 카피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극히 단순한 지식을 아무리 공유해도, 학부모/교장/언론이 헛소리를 해대는 것처럼 인공지능이 무슨 4차원의 신(神)인 것처럼, 곧 세상이 바뀌는것처럼 DogSound를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얼마나 많은가?

예전에 학부에서 경영학과 없애는 걸 결사반대했던 S대 경영학과 교수 몇 명을 국가 발전을 50년 늦추는 쓰레기라고 생각했었다. 실업계 고등학교 수준의 지식을 배워놓고 무슨 학부과정이고, 심지어는 MBA, DBA라는 석사, 박사 타이틀의 쓰레기 학위를 주는가는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할 능력조차 없는 것들이 S대 교수랍시고 거들먹거리고, 자기 주머니를 챙기기위해 학위장사질이나 한다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완전히 똑같은 종류의 생각을 요즘 AI대학원이라는 곳에도 하고 있다. 배우는 지식이 Hard Science에 해당하는 고급 통계학도 아니고, 실업계 고등학교에서나 배울만한 코딩 지식이 8할인 곳을 어떻게 대학원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A/B Test에 Underlying distribution이 다른 경우, Dynamic case인 경우 정도는 당연히 알아야하고, 몰랐어도 들으면 바로 이해하는 수준이어야 AI대학원 석사 출신 자격이 있는거 아닌가? 근데 왜 아는 애들 찾기가 이렇게 힘들지?

그런 박사과정 한 곳에서 강의요청을 받았다. 학생들 스펙이랍시고 전/현 직장과 논문 주제들을 주욱 달아놨던데, 논문 주제 중에 제대로 논리가 맞아들어가는게 하나도 없어보이길래, 블로그 어딘가에 써 놓은 석사 1학년 시험문제 링크를 드리면서, 이 문제들 풀 수 있는 학생들 몇 % 정도냐고 물어봤다.

한 명도 없을거란다.

아예 손도 못 댈 것 같단다.

엥?? 박사과정인데? 사회학과 학부도 아니고 AI박사라며?

열심히 공부했으면 경제나 통계 전공으로 학부 3-4학년 때도 풀 수 있을만한 문제를 박사과정인데 못 푼다? 손도 못 댄다?

이게 학위장사질 아니고 뭔가?

거의 지식이 없는 것 같은 노(老) 교수님 한 분이 고개 숙이고 장문의 메일을 몇 차례나 쓰셔서, 너무 미안한 마음에 한 백번쯤 No라고 메일을 썼다, 지웠다 반복했다. 아무리 미안해도 아닌 건 아닌 거라고 생각해서 No라고 메일 쓰며 보내주신 메일을 다시 읽어보니, 우리나라 대기업 AI연구원장, AI연구팀 팀장, AI사업 전무, 상무, 심지어는 전직 공학 교수 같은.. 이름값만 놓고 봤을 때는 무조건 AI전문가일테지만, 사실은 거의 아는게 없을 고학력 공학 전공자라는 소개글을 보고, 차라리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한 학기 강의해주겠다고 말을 바꿨다.

이 분들에게 학부 3학년 수리통계학 수준도 안 되는 기초 지식, 그것도 증명없이 순수하게 문제 풀이만 넣은 교양 강좌 수준의 시험을 쳐서, 자칭 AI전문가 공돌이들이 그 수준의 시험도 평균 50점을 못 받는 사기꾼이라는 증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생각이다.

그 공돌이들이 2+2 = 22 써 놓고는 String type 아니라고는 안 했으니까 맞을 수도 있는거 아니냐며 달려들면 어카지? ㅋㅋ

그동안 공학 박사들 대상으로 몇 번 강의하며 봤던 별의별 기가차는 꼴들 이상의 엽기적인 사건들을 기대해본다.

(Source: YouTube)

 

나가며 – 공돌이가 힘이 없는 회사 – 논리가 실험을 이기는 회사

얼마 전, 어느 중견 상장 기업의 경영진 앞에서 1시간 30분 남짓 발표를 했던 적이 있다. 당신네 회사 돈 벌어주는 이야기를 하는데, CEO, CFO, CTO를 비롯해, 고위 임원들이 다들 열심히 귀 기울여 들어주시더라. 연배가 10살도 더 어린 풋내기가 수학 좀 안다고 어려운 사업 모델을 들고와서 이야길 하는데, 눈살 한번 안 찌푸리고 들어주셔서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멍청한 질문 하나를 받기 전까지는.

이거, 실험해 볼 수 있나요? 실험을 해봐야 될 것 같은데?

평소 같았으면 바로 얼굴을 팍 찡끄리고 바보 취급했을텐데,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굳어지는 표정을 감춰보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그러던 와중에 가까이 앉으신 다른 한 분이 혼잣말로

누가 공돌이 아니랄까봐 ㅉㅉ (ㅄ같이)

이해되면 실험 같은 소릴 할 필요가 있나

그 혼잣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다른 한 분이

아, 실험할 필요는 없어 보이고, 어차피 세일즈가 관건인거 같은데, XXXX는 YYYY 맞나요?

라고 사실관계 확인(XXXX, YYYY)으로 사업모델을 제대로 이해했다는걸 보여주시면서, 실험충(蟲)을 단숨에 꺾어버리더라.

발표 후에 뒷 이야기를 들어보니, 실험하자는 분은 전직 CTO였고, 공돌이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으신 분은 CFO, 세일즈가 관건이라는 핵심을 바로 찝어내신 분은 CEO라고 하더라.

그 분들 직위를 듣자마자 이 회사는 미래가 밝은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식을 이해 못하고 무조건 실험해봐야한다고 우기는 실험충(蟲) 공돌이들을 단번에 박살내는 CEO, CFO가 회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으니까.

이런 회사들은 굳이 수학 실력이 없어도 된다. 수학 실력자가 논리를 펼 때, 그 논리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말을 바꾸면, 2+2 = 22라는 미친소리는 바로 칼같이 잘라낼 수 있는 상식이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예전엔 경영학과가 없으면 조직의 지식 이해도가 깊어진다고 생각했었는데, 윗 사건 덕분에 실험충(蟲) 공돌이도 없어져야 조직의 지식 이해도가 깊어진다는 쪽으로 영역이 확장되었다.

이렇게 쓸 때마다 찜찜한게, 멀쩡하게 수학 공부 열심히 한 공학도들이 얼마나 억울할까? 실험충(蟲)은 꼭 공학도들만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 학문의 창(窓)이 없는 대부분의 학부 날림 전공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이건만. 당장 학부 경제과 친구들만 봐도 경영학과 핀잔들을 애들이 한 둘이냐…

그 사건 이후로 가능하면

개발자나 경영학과 출신들이 (사실은 실험충들이) 안 나오면 좋겠습니다

라고 부탁드리고 기업 미팅을 간다. (물론 야채가게에 생선을 주문하진 않는다.) 그동안 데이터 어쩌고 그러니까 항상 DB담당하는 공돌이나, Data Analyst 수준인 경영학과를 너무 많이 만나다보니 좀 Bias가 생긴 것 같긴한데, 앞으로는 실험충(蟲)들을 영원히 안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