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회사 vs R&D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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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사들과 미팅을 하다보면 자기가 공대 출신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은 넘쳐나지만 & 공학 학위를 바탕으로 AI전문가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깊이가 매우 얕은 분들을 은근히 본다.

어떤 공학 박사라는 VC는

저희는 기술 회사에만 투자합니다

라고 미팅을 중단시키는 경우를 겪었는데, 머리가 장식이냐 좀 심하게 어이가 없더라. 아니 Library 있는걸 베껴서 빨리 만드는게 기술 회사고, 파비가 만드는 DSP는 Library없이 수학 모델에 기반한거니까, 기술 회사가 아니라 R&D회사 or Science회사라고 하시면 할 말은 없네.

다른 공학 석사 출신 VC들 2명과 미팅한 적이 있었는데, 자꾸 공학도 = AI, AI가 미래, AI 전문기업 투자라고 AI노래만 부르길래, 공자 앞에서 문자… 당신네가 투자한 회사들 그냥 통계학 계산법을 A, B, C 스타일로 적용한거라고 한 방 쏘아줬더니

저희는 사실 Generalist입니다. AI에 대해서 아는 건 없습니다.

라고 꼬리를 바짝 내리더라. 무시하고 자리 뜰껄 괜히 쏘아줬나? (그런 바보들을 살살 달랠 줄 알아야 사업한다는 팀장님의 꾸중이 문득 생각난다…)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모임하는 날 손정의 회장이

AI!, AI!, AI!!!

라고 크게 세 번 외치는 (이불킥 뻥뻥) 퍼포먼스를 했던 걸 생각하면 제대로 알 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싶다.

저 분들이 변명하는걸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AI전문가인양 아는체 하는걸 좋게만 볼 수는 없다. 이런 표현이 듣기 기분나쁘다는 걸 알고도 계속 반복할 수 밖에 없는게, 수리통계학, 계산통계학 기반으로 체계적인 지식을 쌓은 사람 입장에서 저런 분들의 존재는 철저하게 Negative Externality 일 뿐이다. 저런 분들이 다수일수록 “개발자 = AI 전문가”라는 잘못된 상식이 일반에 퍼질 수 밖에 없으니까.

에효… 밖에는 전문가 코스프레를 해야 그 VC회사에 투자금을 넣은 사람도, 투자 받았다고 자랑하는 스타트업도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겠지..

 

R&D 회사? 세일즈 못 하는 회사?

(Source: 중앙일보 기사 링크)

R&D회사라고 자랑질 비슷하게 위에 써 놨지만, 사실 이게 별로 좋은 회사 타입은 아닌 것 같다.

소니가 10억”달러”를 들여서 만든 나노 스캔 기술을 난데없는 유태인이 1/1,000 도 안 되는 가격인 10억”원”에 사서 의료 산업에 적용시켜 내일 모레 나스닥에 상장을 앞두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참 씁쓸하더라.

우리 회사가 만들고 있는 DSP용 타게팅 알고리즘, 초당 백만개의 http(s) call을 받아주는 서버, 웹-앱 유저 연동을 위한 Cross-device matching, 광고 효과에 따른 채널별 최적 예산 분배 알고리즘은 Multi-touch attribution, 유저 확보를 위해 웹페이지들에 적용시켜놓은 Google 검색 최적화용 Centrality Recreator (공식 명칭을 뭘로할까?) 같은걸 죽어라 고생해서 만들어 놓고나면 저렇게 헐값에 인수하려고 들 것 같았다.

*2020년 9월 4일 추가. 공식명칭을 Search Ranking Re-Creator (SeRaReC)으로 정했습니다. 아이디어 주신 조동희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실제로 국내의 대형 쇼핑몰들이 DSP 만들려고 사람 모으고 돈 투자해서 이런저런 삽을 떠 봤는데, 수학, 통계학 공부한 사람 뽑아서 타게팅 알고리즘 만들어야 한다는 파비블로그를 깡그리 무시하고 공돌이 몇 명 투입시켜서 만들다가 DMC근처에 있는 국내 회사 2곳 수준 밖에 안 되는 알고리즘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타게팅 결과 CTR이 0.06%에서 0.07%로 올라갔다며 자랑하시는 분들도 봤고 (글로벌 탑티어 회사들은 최소 0.5%, 플랫폼에 따라 높으면 4%까지 올라간다), 타게팅이라는게 유저 Segmentation이라면서 유저 그룹핑만 잘 하면 된다는 자칭 DSP 전문가를 만났던 적도 있다.

(유저 Segmentation은 단순히 몇몇 변수로 그룹핑하는 차원이고, thus Contents-Based 수준이고, 글로벌 시장에서 DSP로 인정받기 위해 최소 조건인 Look-a-Like이 돌아가는 방식은 Touch point들로 만든 data string의 유사성을 보는, thus Collaborative Filtering 수준이다. 거의 구석기와 청동..아니 철기 수준의 지적 격차, 수학적 격차, DB 처리능력 격차가 있는 지식이다.)

컴퓨터 공학도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은 수학 알고리즘, 통계학 모델링이 아니라 서버 최적화라고 생각하는데, 그마저도 AWS나 GCP에서 제공하는걸 거의 대부분 갖다 쓰는 수준으로 자체 기술력이 하나도 없는 시스템이 나왔다고 하더라. 서버 비용이 어마어마할텐데…. 우리 RTB 서버 테스팅이 막바지에 이른 요즘, 개발팀장님께 시장 상황을 쓱~ 알려드렸더니 자기보다 뛰어난 개발자들이 시장에 꽤나 있을텐데 왜 못 만들었느냐고 궁금해하시더라.

같은 맥락에서 누군가는

“말을 잘하시는건 아닌데, 왜 이걸 쓰는지 논리 흐름을 설명하시니까 정리가 딱딱 됩니다. 답답하던게 속이 뻥 뚫립니다”

라고 하는 데이터 사이언스 강의를 듣고 왜 다른 누군가는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라는지 궁금했었다. (요즘은 이해한다. 수학적 식견이 아예 없는데 어떻게 이해하누..)

저런 인력들 모아놓고 아까운 돈과 시간을 날리는 회사는 놔두고라도, 우리 회사를 헐값에 인수해서 홍보용, 자기 승진용으로 써 먹으려는 몇몇 분들을 만나면서 서글프더라. 남 좋은 일만 시켜주는 나는 바보인가… (친구들한테 아래의 표현을 들었다.)

(Source: 이말년 작가님)

저희 좀 Pivoting 할렵니다

그동안은 DSP 하나에만 집중하는 형태로 사업을 꾸려왔는데, Library 베낀게 아니라, 고생해서 R&D로 만든 진짜 기술을 헐값에 팔지 않으려면 저 이스라엘 CEO처럼 비지니스 적용처를 찾아야겠더라.

파비뉴스

우선은 파비캐시 컨텐츠의 검색 상단 노출을 위해 썼던 Google 검색 최적화용 Centrality Recreator를 적용한 파비뉴스 페이지를 만들었다. 우리가 직접 신문사를 만든건 아니고, 카카오톡 3번째 정보 탭, 혹은 일반 포털의 뉴스 지면 같은 뉴스 포털을 생각하시면 된다. 같은 뉴스라도 우리 페이지를 통해서 노출되면 구글 검색시 최상단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니까 작은 신문사들이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전재 계약 2주일만에 위키XX에 1일 2천명 유입되었다는 소식 전해드리니까 놀라시더라. 자기네들 말고는 아무도 안 읽던 신문이었는데, 1개 기사 대박도 아니고 30개 이상에 고르게 분포되며 2천명 유입이라고 하면 충격먹으실만하겠지. 이게 구글SEO의 위력이다.)

파비뉴스 웹페이지를 파비캐시 어플 안에 추가해 놨는데, 데이터 로그가 장기간 쌓이면 웹-앱 유저간 Cross-device matching을 적용해 유저들 웹서핑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DSP의 타게팅 알고리즘을 추가해서 유저별 개인화된 뉴스를 제공해 드릴 수 있을 것이다.

6월말까지 파비캐시 월간 PageView가 월 200만개 남짓이었는데, 파비뉴스가 제대로 작동하는 9월말에 파비캐시 + 파비뉴스 합계로 월 1,000만개 PageView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무모해보이기는 하는데, 8월 11일에 베타 테스트를 시작한 파비뉴스에 8월 31일까지 16만명의 유저가 방문했더라)

파비리뷰

상품 후기를 잘 쓰는 분들이 계속 파비캐시 서비스에 유입되면서 퀄리티가 높아지는 걸 보고, 아예 독립적인 URL로 분리하기로 결정했다. 파비에서 자랑하는 구글 SEO를 위해 컨텐츠 별로 최적화된 SEO 알고리즘을 적용해야하는데, 상품 리뷰는 유머 컨텐츠나 뉴스 같은 내용과는 또 다른 맥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커뮤니티에서는 댓글, 추천 같은 값들을 기준으로 캐시를 지급했는데, 파비리뷰에 올려주신 컨텐츠는 유저 유입 숫자에 따라 연동형으로 파비캐시 보너스를 지급해드린다. 휘발성의 유머 컨텐츠와는 달리 유저들이 장기간 소비할 가능성이 높은 고급 컨텐츠를 만들어주셨는데 보상 체계도 그에 맞춰서 바뀌어야 될 것 같더라.

파비몰

연말을 타겟으로 쇼핑몰을 추가한다. 그동안 국내외 쇼핑몰들이 자체 DSP를 구축하려고 했던 것도, 실제로 아마존이 자체 DSP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모두 쇼핑몰 유저들에게 최적 상품을 보여줘서 매출액을 끌어올리는데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거꾸로 DSP를 이용해서 쇼핑몰을 키워볼까 한다. 쇼핑몰 만드는게 얼마나 힘든데… 라는 주변 권고를 생각하면 선뜻 도전하기는 어렵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파비 DSP의 가능성을 의심하시는 쇼핑몰 관계자 분들께 최고의 증명은 DSP 지원사격을 받은 쇼핑몰의 고속 성장이겠지. 쇼핑몰 광고주 아무도 먼저 테스트 해 보겠다고 나설리가 없을테니, 차라리 우리가 쇼핑몰을 만들어 버리려고 한다. (이해한다. 그 누구도 자신이 실험대상이 되고 싶진 않다.)

Search Ranking Re-Creator (SeRaReC) 덕분에 구글 검색 시에 우리 컨텐츠가 최상단 노출될 확률이 높으니까, 상품 판매자 분들 입장에서도 파비몰에 상품을 올리시는게 판매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는데 유용할 것이다. 파비뉴스(뉴스 포털), 파비리뷰(상품 리뷰), 파비캐시(유머 커뮤니티)의 지원 사격을 받을 수 있는건 덤이다. (이렇게 컨텐츠를 이용한 쇼핑몰을 “미디어 커머스”라고 부르더라.) 더불어 파비캐시 유저들이 모은 캐시 보너스를 상품 구입에 쓰면 셀러 분들 매출액에 도움이 되겠지?

 

나가며 – R&D 회사의 Business Model

“기술회사에만 투자합니다”는 황당한 미팅을 겪고 난 다음에 한동안은 “Tech”회사라는 표현을 멸칭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구글링해서 나온 Library 붙이는 회사가 아니라, 우리가 R&D해서 만든 알고리즘을 이용하는 회사니까.

근데 그걸 Business Model (BM)로 못 만들면 “호구”가 되는거다. 위의 소니 사례에서 봤듯이 업계의 평범한 사람들은 R&D 결과물의 가치를 인지 못하고, 가치를 알아보는 극소수는 자기만의 뛰어난 정보력으로 헐 값에 R&D 결과물을 갖고 간다. 파비 또한 같은 문제에 직면해있다.

처음에는 이걸 어떻게 잘 설명해서 알려주면 시장 상황이 바뀌지 않을까는 생각에 여러 시도를 했었다. 근데 세일즈 역량이 부족한 탓에 안 되더라. Criteo가 구글을 압살하는 타게팅 알고리즘을 들고도 한국와서 1년 반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였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매출액 못 내고 시장에서 퇴출되는 회사가 되어버리는거다.

위에 든 소니-이스라엘 스타트업 기사를 본 뒤, 비지니스 적용처를 못 찾고, 세일즈를 못하면 지능의 결과물이 꼼수 전문가의 놀이감으로 전락하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헐값에 우리 팀을 인수하려는 욕심 그득한 사람들의 눈빛을 보니 마치 아프리카 초원에서 육식동물의 먹잇감이 된 초식동물 신세 같더라.

보통의 DSP는 광고지면을 외부에서 구매하고, 광고주를 사업 네트워크에서 끌어온다. 우리는 둘 모두가 쉽지 않은 작은 스타트업이다. 어떻게 이런 난관을 뚫을 수 있을까? 여러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우리 스스로 광고지면을 확보하(고 있는 중이)고, 우리 스스로 광고주가 되(려고 하)는, 좀 무모해보이는 수직계열화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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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파비가 아닙니다. 파비는 회사이름입니다. 파비는 온라인 광고 타게팅에 머신러닝이라고 쓰고 계산통계학으로 읽는 지식을 적용하는 스타트업입니다. 학부 고학년 이상 수준의 수학, 통계학 고민이 들어간 질문 이외의 질문은 파비캐시 앱 안의 Ask파비 섹션에 남겨주시면 앱 유저 중 누군가가 답변을 남겨드릴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