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겟 마케팅 – 6. DSP 성공의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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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and Side Platform (DSP) 란 타게팅 광고 서비스를 해주는 외주 서비스다.

쇼핑몰들이 자기네 유저 데이터를 쌓고, 가공하고, 타게팅 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광고 네트워크를 통해 지면을 구매하는 일련의 과정을 다 하기 어렵기 때문에 외주를 주고, DSP는 그런 회사들의 수요에 맞는 모델을 공급하면서 약간(?)의 마진을 얻는 구조다.

파비의 사업모델은 기존의 DSP와는 약간 다르게, 기업들을 찾아가서 “데이터 주시면 타게팅 광고 해 드릴께요”라는 서비스를 탈피하려고 한다. 우리 앱을 설치만하면 OS 레벨에서 허용되는 데이터를 갖고 오고 (이미 구글, 애플과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다 갖고 있는 데이터들이다), 그 데이터를 이용해 타게팅 광고를 한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주는 데이터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처음 이 서비스 모델로 창업을 고민했을 때, 가깝게 지내는 지인이 설령 데이터는 직접 만든 앱으로 구한다고 해도, DSP는 다른 스타트업과 다르게 넘어야되는 산이 너무 많다고, 다른 (좀 쉬운) 사업 모델을 찾아보는 건 어떻겠냐고 말렸던 적이 있다. 실제로 서비스 개발 도중에 트래픽 감당하는 부분만 놓고봐도 데이터 엔지니어링 끝판왕에 해당하는 도전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좌절하기도 했고, 파비의 광고 타게팅 모델이 실시간으로 계산한 결과값을 Ad Exchange들이 요구하는 70ms 안에 전송하기 위해서 메모리 DB 설계를 얼마나 정교하게 해야하는지를 절감하고 모델을 수정하기도 했다.

데이터 엔지니어링만이 문제는 아니더라. 광고주들의 데이터를 직접 받아온다는 사업 모델을 포기했던 반대급부로, 유저들이 파비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금전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리워드형 서비스로 Pivoting을 했고, 받아온 데이터를 가공하는 작업도, 당장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작업도 만만치가 않았다. 남들이 흔히 하는 모델을 카피한다면 상대적으로 쉽겠지만, 카피캣 사업 모델이 아닌 덕분에 모든 스텝들이 Trial-and-error의 연속이었다. (사실 카피캣이었어도 사소한 부분에 수정을 하면서 복제를 하다보면 고민이 많아지는건 마찬가지였을 것 같긴 하지만…)

긴 고민 끝에 DSP가 성공하기 위해서 반드시 갖춰야 하는 필요조건들을 몇 가지 찾았는데, 파비의 사업 방향을 보여주는 좋은 정보가 될 것 같아 여기에 공유해본다.

 

완전 자동화 – 세일즈 인력이 필요할까?

(Source: Sales Hacker)

예전에 보험 영업에 관한 글을 쓰면서도 했던 질문이다. 세일즈 인력이 꼭 필요할까?

DSP 에서 세일즈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 “저희 시스템에 계정 만들고, 로그인하셔서 알아서 셋팅해서 광고하시면 됩니다~” 라고 말하면 광고주 입장에서 기분이 어떨까? 갑질 문화에 익숙한 사람, (내 돈이 아니라 회사 돈이지만, 나는 고생해서 이 회사에 들어왔으니까 에헴~ 거리며) 대접 받기를 원하는 광고주들이라면 그런 DSP말고 굽신굽신거리며 원하는거 다 맞춰주겠다는 DSP를 먼저 찾아갈 확률이 높다.

필자가 한국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2008년에도, 10년 가까이 해외 생활 후 귀국해서도 한국의 그 “갑질 문화”는 크게 바뀌질 않았더라. 많은 국내 DSP들이 대형 세일즈 팀을 갖고 있는 것도 모자라, 심지어 일부는 광고 대행사를 인수하기도 하는데에는 이런 국내 기업 문화의 저변이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잘 나가는 DSP인 구글과 페이스북의 해당 서비스들은 엄청난 매출액에도 불구하고 내부에 대형 세일즈 팀을 안 갖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광고 설정 페이지들을 들어가보면 일반 유저가 직접 설정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놨다. “니네가 하세요”라는 식이다. 글로벌 1등 회사들이니까, 되려 갑질을 하는거라고? 미국에서 한참 주가를 올리고 있는 DSP인 The Trade Desk는 구글, 페북같은 “갑질해도 괜찮은” 회사도 아닌데, 완전 자동화를 해 놓고 세일즈 팀 인원을 최소한으로 가져가고 있다.

어떻게 광고 캠페인을 설정하면 된다는 걸 설명해주는 Youtube 동영상이나 웹페이지를 구성해놓고, 나머지는 알아서해라는 식의 당당한 서비스를 하는데, 정작 위의 3개 회사가 DSP 마켓을 과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어떻게?

어차피 광고주들이 직접 DSP를 골라서 캠페인 셋팅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 실력있는 광고주들은 “귀찮게” 세일즈가 이런저런 설명해주는 걸 듣고 있기보다 그냥 직접 정보를 찾아서 셋팅하고 싶을 것이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광고주들은 DSP가 뭔지도 모르고, “인공지능”이라고 그러면 “뭔가 대단한게 있겠지~”라는 막연한 이해만 갖고 있기 때문에 광고 대행사만 믿고 일임을 한다. 결국 광고 대행사 담당 직원들이 DSP 별 서비스 특징을 잘 이해하고 필요한 캠페인 셋팅을 해줄 수 있으면 충분한 시장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파비의 DSP 사업도 비슷하게 운영할 예정이다. 광고 대행사가 보고 싶어할 만한 정보를 볼 수 있도록 광고 스탯을 정리하고, 필요한 셋팅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하는데에 더 집중하고, 세일즈가 가져갔었을 마진을 광고 대행사들에게 돌려드려서, 대행사들이 파비 DSP의 광고를 더 팔고 싶도록하는 인센티브를 드리는 방향으로 DSP 서비스 설계를 하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실력있는 광고주들은 직접 캠페인 셋팅을 해서 세일즈 거품이 쫙 빠진 저렴한 가격에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한다.

 

자체 지면 확보 – DSP인듯, 아닌듯

(Source: 파비 홈페이지)

구글, 페이스북이 왜 (광고주들에게) “갑질해도 괜찮은” 회사가 되었을까?

남들이 안 갖고 있는 데이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체 서비스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광고말고 달리 돈 버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 서비스가 글로벌 No.1이기 때문에?

다 맞는 말인데, 온라인 광고 시장 용어로 바꿔서 풀어쓰면, 자기 지면을 갖고 있는데 그 지면이 굉장히 좋은 유저 풀을 보유하고 있는 지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네X버, 다X 등의 검색 포털 서비스들이 돈을 버는 핵심 구조는 검색 후 첫 화면에 “프리미엄 링크”라고 써 놓은 검색 키워드 광고들이다. 검색어를 입력하고 난 다음에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정보가 화면 상단에서부터 차례로 (잘) 정리되어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으로 위의 국내 검색 포털 서비스들에서 검색 쿼리 시장 점유율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도 글로벌 경쟁사들이 광고를 덜 보여주고, 유저들이 찾아다니는 정보를 더 잘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파비도 DSP 사업과는 직접 관련은 없지만, DSP의 성공을 위해서 자체 지면 확보용 서비스를 출시한다.

올 7-9월에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인 SNS 기반의 데이팅 앱, 신문기사 앱, 중고거래 앱 등은 우리가 직접 컨텐츠를 생성하지 않아도 되는 앱, 그렇지만 이용하는 유저들이 특정한 목적을 갖고 있고, 유저별 큐레이션이 매우 중요한 서비스다. 온라인 광고에서 “Publisher Matters!”라고 표현하는데, 같은 광고여도 어떤 지면에 나와있냐에 따라 유저들의 반응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이거 모르고 자기네 게임 서비스에서 푸시메세지 보내는 걸로 충분하다고 우기던 게임사 마케팅 팀장들과 스마트폰 제조사 마케팅 고위직들 여럿 봤었다. 이런걸 보면 역시 보스가 공부를 안 하면 팀의 역량은 떨어질 수 밖에 없는듯.) 파비의 서비스들은 유저가 찾아다니는 정보와 가까운 광고를 노출해서 광고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고, 최적 유저 at 최적 지면을 목표로하고 있다.

그렇게 광고 많이 넣은 앱을 누가 쓰냐고 묻던데, 광고를 많이 넣어야 광고 수익이 높은게 아니라, 필요한 광고를 적절한 타이밍에 보여줘야 광고 수익을 높일 수 있는거 아닌가? 모든 걸 다 떠나서 파비 DSP의 맨 밑바닥에는 “리워드”가 있다. 우리는 유저들에게 광고로 번 수익의 일부를 돌려준다. 광고 있어서 안 쓸 것 같다는 반문돈 준다는데도 안 쓰겠냐는 질문 중에 어느 쪽이 좀 억지같아 보이는가? (결국 둘 다 안 쓰는건가ㅠㅠ)

 

타게팅 알고리즘 – 인공지능? 고급 통계학이라니깐!

(Source: Packt Publishing)

세일즈 인력 안 써서 마진율 낮추고, 자체 서비스로 좋은 유저, 좋은 지면 확보하는 것도 DSP 성공의 중요한 요건이겠지만, 역시 가장 필수 요소는 넘사벽의 타게팅 알고리즘이 아닐까?

본 블로그에서 장기간 설명해왔던대로, 현재 언론에 알려져있는 “인공지능”은 사실상 Look-a-like 유저, 비슷한 행동 패턴을 보이는 유저 정보를 이용한 (좀 덜 단순한) 매칭 작업에 불과하다. 위에서 언급한 구글, 페이스북, 그 외에 타게팅 수준이 높다는 크리테오, 앱 리프트 등의 중형 DSP들이 다른 회사들보다 잘 할 수 있는건 남들이 안 갖고 있는 데이터를 쓰거나, 남들이 안 쓰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비의 타게팅 알고리즘도 같은 방식으로 타 사와의 격차를 만들어낸다. 일반 DSP들처럼 광고주들 서비스에서 얻은 데이터만 활용하는게 아니라, 자체 서비스들에서 얻은 유저 정보를 활용한 덕분에 구글처럼 Cross-service behavior를 찾아낼 수 있고, 단순히 쇼핑몰에서 어떤 상품을 봤다는 정보를 보는게 아니라, 일상의 행동 데이터를 이용해 개인의 성향, 스타일을 찾아내는 Psychographic targeting도 가능하고, 더 나아가서 Look-a-like 유저만 찾는 공학적인 계산법이 아니라, 행동 뒤에 숨어있는 인간 그룹별로 교차되는 공통 특징을 찾아내는 고급 통계학 기법도 활용한다.

타게팅 알고리즘 퀄리티를 높이다보면, 자연스럽게 Fraud detection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 대다수의 DSP들은 클릭과 인스톨이 많을 수록 광고주들에게 높은 광고비를 과금할 수 있기 때문에 체리피커들이나 광고사기꾼, 가짜 지면들을 쫓아낼 인센티브가 크지 않다. 광고주들이 너무 화가나서 떨어져 나가게 되지 않을 정도로만 타협하면 되지 않냐는게 업계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파비는 그렇게 번 광고비 중 일부를 유저들에게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광고 사기가 많아도 다른 DSP들처럼 수익이 높지 않다. 수익은 둘째문제고, 체리피커 몇 명과 이상한 지면 몇 개 때문에 모델이 되려 오염되는 시뮬레이션을 보고 있으면, 모델 업그레이드 하겠다고 더 고민하는 것보다 체리피커들을 제거하는게 훨씬 더 낫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파비의 데이터 사이언스 수업을 들으신 분들은 한번쯤 들으신 적이 있겠지만, 모델 퀄리티를 높이려고 Optimization과 Generalization 사이에서 복잡한 고민을 하는 것보다 Outlier들을 제거하는게 훨씬 더 효율적인 경우가 많다.)

모든 걸 다 떠나서, 단기적으로 매출액과 이윤이 좀 더 높을지 모르겠지만, 광고 사기를 싹 다 잡아내는게 장기적으로는 DSP 사업 모델에 더 큰 이익을 가져다 주지 않을까?

 

나가며 – 경쟁격화되는 DSP 시장

(Source: Bedros Keuilian)

국내의 몇몇 대기업들이 자체 쇼핑몰을 이용해 DSP를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 중 몇 회사는 직접 내부 인력과 미팅을 한 적도 있고, 또 다른 회사들은 파비의 핵심 인력을 빼가려고 오퍼를 던지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최대 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이 회사 내부 지면에만 DSP 서비스를 적용하다가 이젠 외부 지면도 구매하고 있고, 국내에도 유사한 시도를 하는 회사들이 대기업, 스타트업을 가릴 것 없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안타깝지만, 국내 회사들 중에 위에 언급한 해외 경쟁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DSP는 없더라. 심지어는 기술력 부족을 뚫기 위해서 영업망을 구축하려고 광고 대행사를 인수한 다음에, 광고주들에게서 받은 물량의 일부를 표 안나게 자체 DSP에 얹는 경우들도 생겨났다. 가격경쟁에 지치다못해, 물량 싸움까지하는 상황이라는 건, 다른 말로 시장 내 경쟁이 어느정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경제학의 산업조직론에 따르면, 퀄리티 격차가 거의 없는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 물량 경쟁이 치열하고, 퀄리티 격차가 많은 시장은 가격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고 한다. (미시경제학 용어로, Bertrand competition, Cournot competition 대신 Quality competition이 격화된다고 표현한다. 논문 링크) 국내외의 DSP 시장을 보면 뚜렷하게 퀄리티 차이가 나는 탓인지, 가격을 더 낮추려는 시도, 물량 확보하려는 시도는 국내의 기술력없는 DSP들만 하고 있고, 해외 탑 티어 DSP들은 가격 경쟁보다 지면 퀄리티, 모델 퀄리티를 더 높이고, 광고 사기를 잡아내는데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제 국내에도 퀄리티 경쟁을 할 수 있는 DSP가 나올 때가 되지 않았을까?

왜 우리나라 광고지면에 우리나라 광고주들이 돈을 내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광고를 보는데, 중간 이익은 해외사들이 다 갖고 가도록 내버려둬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