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인재 채용 – 니가 제갈공명이냐? 누워만 있는데 알아서 찾아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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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누가 그러더라. 사람만 잘 모으면 반은 성공한거라고.

스타트업계에 있는 주변 지인들은 어차피 사람 얼굴보고 투자하는데, 제대로 된 인력을 뽑아야한다, 인재를 채용하는게 아니라 Hounding 해야 한다 (아마 유혹해야한다…로 번역하면 맞을듯), 인덕이 있어야한다 등등으로 압박을 준다.

근데, 어떤 조직이건 업무 능력으로 상위 1%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능력자를 무슨 수로 스타트업에 델꼬오지?

그런 꿈같은 이야기를 하다가 정작 우리 회사의 인재 채용이라는 당면 과제에 부닥치면, 상위 1%는 커녕, 자기 업무를 다 할 수만 있는 사람 채용하기도 힘들다. 사람은 못 뽑고 있는데, 업무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써야할만큼 일이 바쁘다. 누군가 내 업무를 좀 뚝딱 나눠가져가고, 내가 자주 안 쳐다봐도 될만큼 잘하고 있으면 Bucket list에 넣어놓고 손도 못 대고 있는 업무들을 좀 할텐데 (ex. 사기치는 AI회사 까발려서 폭격때리기), 노동 시장엔 급여의 반토막 값어치 일도 못하는 사람들만 수두룩하다.

그런 사람들 몇 번 뽑았다, 나갔다하면 시간 버리고, 돈 깨지고, 회사 성장이 느려지고, 내부 직원들 사기도 꺾인다.

잘 뽑아야 되는데, 정말 잘 뽑아야되는데, 쬐끄만한 스타트업 주제에 어떻게 능력자를 뽑냐고 자괴감 섞인 질문을 하다가, 문득 사회 초년병시절 다니던 회사 인턴 채용하던 기억이 났다.

큰 회사도 채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SKY 상대, 공대가 최저학벌이어서 승진에서 밀리는 외국계 증권사의 여러 부서 중에서도 일이 제일 빡세다고 (thus 가장 커리어 전망이 좋다는) 소문난 IBD팀에서 인턴을 뽑을 때는 공고를 외부에 잘 올리질 않는다. 잘 모르는 애들은 이틀 밤 새고 울며 집에 가기도 하고, 그렇다고 학벌/스펙 안 되는 사람은 원래 안 뽑는 동네이기도 하니까. 보통은 직원들이 아는 동생, 후배 아니면 고객사의 높은 분 자제들이 인턴으로 온다.

그런 부조리에 불편함을 느껴 “공평하게 뽑아야지”라는 생각에 우리 학교 게시판에 인턴 채용 공고를 올렸는데, 그 날 하루에만 이력서를 한 200개쯤 받았던 것 같다. 무슨 회사에서 무슨 일 하는지 아무것도 몰라보이는 답답하고 속터지는 이력서 빼고 10장을 골라 전화면접을 봤더니, 그 중 IBD팀의 업무가 뭔지 이해하는 사람, 그래서 최소한의 준비가 된 사람은 딱 2명이었다. 한 명은 IBD와 인재풀에서 경쟁조직이었던 전략컨설팅 중 최상위티어 회사를 1년 반이나 다니셨던 경력직(!) 학교 선배님 (컨설팅이 X같아서 때려치우고 좀 진짜 생산적인 일을 해보고 싶다고 하셨다), 다른 한 명은 부모님 덕택(?)에 학부 2학년 때부터 (좀 널럴한 부서의) 외국계 증권사 인턴을 3번이나했던 K대학 졸업반.

한달씩 밤새도 못하는 일 중에 좀 가벼운 일 시키려고 뽑는데 사업을 하나하나 가르쳐줄 수 있는 시간 여유도 없는 조직이라 나머지 198명은 바로 Out됐고, 전략컨설팅 경력직 출신의 선배님을 뱅킹 인턴으로 뽑는 모욕을 드릴 수는 없었고, (빽으로) 인턴을 3번이나 했을 것 같은 친구를 인턴으로 뽑고 싶지는 않았다. 난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데 오직 내 실력만으로 세상을 뚫고 간 사람들을 좋아하니까. 세상살며 날 도와준 사람이 있었나?

채용 공고로 받은 이력서 중에 우리가 채용을 고민해보게 되는 이력서는 과연 몇 장이나 될까?

인재풀이 넓고, 학벌이 좋고…. 이런게 중요한게 아니다. 그 일을 아는 사람을 뽑아야된다고 생각하면 찾던 이력서 1장 만나기 참 힘들다.

 

회사를 공부하고 비전을 공유하는 인재가 좋은 인재다

파비에서 사람 뽑을 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스타트업이라고 사람 뽑기 100배는 힘들지 않냐고 하는데, 회사 사이즈에 따라 일이 다르고, 필요한 스펙도 다르다. 미리 말해두지만 100배까지 힘들지는 않다. (그 때도 힘들었거든)

사람 뽑을 때 보는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가?
  • 우리 회사 경력이 본인 인생에 도움이 될까?
  • 말귀를 잘 알아먹고,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인가?
  • 회사에 대해서 뭐라도 좀 공부를 하고 왔는가?

어느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포인트가 없지만,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은 마지막 포인트에 대해서 매우 심하게 강조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우리 회사 블로그는 다른 어지간한 회사들과는 비교 불가능한 수준으로 회사 사정이나 비전, 목적, 사고 방식 등에 대한 정보가 잘 정리되어 있는 곳이다.

무슨 대기업 들어가려고 대기업 역사를 외우게 시킨다는 그런 맥락까지는 아니지만, 스타트업 입장에서 우리가 무슨 사업을 하는지, 왜 하는지 아무런 관심이 없는 지원자라면, 뽑아놨다가 괜히 문제 생길까봐 두려워진다.

뽑아보니 역시 회사 비전에 공감하는 사람들이랑 길게 가게 되더라.

 

신상을 털 수 있는데까지 다 털어야 된다

특정 직군으로 1명을 뽑겠다고 결정을 내리면 공고를 올리고, 잡 사이트에서 키워드가 걸리는 이력서들을 하루에도 몇 백장씩 읽는다.

그 중 몇 개를 골라 전화해보면 다들 싫다고들 한다. 자기는 스타트업 같은 직장을 갈 사람이 아니라 (고귀한) 대기업을 가실 분이라고 그러는 경우도 있고, 니까짓 인간과 전화하기 싫다며 빨리 끊는 분도 많다. (스타트업 운영 중 그 어떤 스트레스보다 짜증나는 스트레스다. 이걸 누군가는 영혼을 갈아넣는다고 표현하더라.)

연봉 3-4천만원 언저리의 경력 2-5년 사이 개발자들 and/or 여자 분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태도다.

근데, 그 한 장의 이력서를 내가 어디까지 보고 전화했을까?

한 예로 우리회사 백엔드 개발자 중 한 분은 맛집 블로그, 개발 공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이력서에 써 놨냐고? 이름, 닉네임, 이메일을 구글링하니까 나오더라. 그 분 블로그 글들도 읽어보고, Github 페이지도 뒤져보고, 전 직장 2곳의 1-2년전 채용공고도 뒤져보고, 거기를 가셨던 분이 지금 구직중인 분이 있는지도 봤다. 짧은 전화 통화로 접점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면접하기로 결정한 다음에는 전 직장 동료들에게 우리가 사람 뽑는 것처럼해서 2명을 전화해봤다. 왜 그만두고 다른 직장 갔는지를 넘겨짚으면서 물어보기도했고, 회사 사람들끼리 친우관계가 어땠는지 등등 내 입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다 확인해봤다.

이력서 한장을 쓰는 사람이 들였던 시간은 들여야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지원자가 을이고 회사가 갑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회사가 을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예의를 차려야지.

왜? 만원짜리 상품 하나도 요모조모 따져보고 구매한다며? 근데 한달 급여 몇 백만원이 나가고 회사의 핵심적인 업무를 맡아야되는 사람을 그냥 대충 뽑나? 찾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다 찾고, 해볼 수 있는 모든 고민을 다 해봐야지.

Source: https://www.123rf.com/photo_60461716_magnifying-glass-with-the-word-cost-searching-cost.html

검색 비용 (Searching cost) 좀 지불해라

저렇게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난 다음에도 결국 채용 불가라는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중 가장 아쉬울 때는 실력이 뛰어난 분이 안 오는 경우가 아니라, 회사 관련 사항을 열심히 공부해 왔는데 우리가 원하는 능력치가 아니어서, 급여를 원하는대로 못줘서 함께 못 하는 경우다.

말을 바꾸면, 예의를 지킨 지원자에게 제일 미안하다.

근데, 미안한 경우 거의 없다ㅋㅋ

대부분 노양심이다ㅋㅋ

공고글도 제대로 안 읽고 무조건 전화해서 다 가르쳐내라고 하는 지원자들 진짜 많더라. 이미 지원하기도 전에 불합격 확정되는거ㅠㅠ

노동 시장에서 급여를 표준정규화시킨 분포함수에 얹으면 필자와 비교해서 s.t.d 값 절대값만 같을 분들이 그렇게 노양심이라는게 참 이해가 안 된다. 채용 공고 작성하는 사람이 아무 생각없이 그냥 긁어 복붙하는 것도 아니고, 엄청 고민해서 글을 써 놨는데, 그걸 안 보고 전화질을 해대는 양심상실형 구직자는 도대체 무슨 정신 상태일까? 대충 읽고 전화하면 일자리가 생기나? 어차피 글은 안 읽어봐도 되는거라고 생각하는건가? 대충해도 되는건가? s.t.d 부호가 반대인 사람도 항상 절박하게 구직했었는데, 당신들은 엄청나게 절박해야되는거 아닌가?

생각해보면 외국계증권사 IBD팀 인턴 지원하면서 그 팀이 무슨 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경쟁업계 경력자인 학부 선배님과 (부모님 덕택에?) 인턴을 3차례나 했던 사람 밖에 없었잖아? SKY 상대 졸업생 중 상위 0.01%만 들어가는 꿈의 직장에 지원하면서도 무슨 일을 하는 자리인지 전혀 생각을 안 했는데, 조그마한 스타트업 오면서 뭔가 찾아봐야겠다는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근데 자기 인생아닌가? 왜들 그렇게 대충사는거지? 그렇게 들어가놓고 회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징징대는건 또 왜?

똑똑한 친구 하나가 자기를 부려먹으려는 대표(놈)들만 보이고, 자기의 진짜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은 없다고 징징^2댄 적이 있다.

니가 제갈공명이냐? 누워만 있는데 알아서 찾아가게?

똑같은 생각의 반대 측면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을 찾아 다니고 있다. 나는 내 이익을 위해서 쓸 수 있는 최대한의 검색 비용을 지불한다. 당신들은 어떠신가?


사족을 좀 달자면, 우리회사 투자하고 싶다고 자기가 먼저 연락오는 VC, 공부를 해 봐서 투자하고 싶다고 주장하는 VC들 중에 파비블로그 글 3개를 제대로 읽은 사람이 없더라. 그래놓고 도대체 뭘 알고 투자한다는거지? 왜 만나려는거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투자 성과로 거액의 보너스를 받는 40대 초중반의 VC 이사진의 행태가 저모양 저꼴인데 연봉 3천만원 언저리의 구직자 중에 열정을 갖고 검색 비용(Searching Cost)을 지불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싶었다.

사회초년병이던 뱅킹시절 회사 매각 자문 건을 맡으면, 하루 수백건의 이메일 답장과 정신없는 업무들을 제쳐놓고라도, Information Memorandum (IM)이라고, 매각되는 회사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담은 200페이지 짜리 책 한권을 찍어냈어야했다. 보통 최소 2주간 집에 못 갔다ㅋㅋ 반대로 인수 자문사로 들어가면 Public Information Book (PIB)라고 그 산업과 회사 관련된 모든 정보를 다 모은 책 10권 남짓을 사무실에 만들어놨었다. 가끔 이사님이 아무 책, 아무 페이지 열어서 내용 물어봤을 때 대답 못하면 그 200페이지짜리 책이 그대로 얼굴에 날라왔었는데ㅠㅠ 1년에 집에 갈 수 있었던 (정시 퇴근이 아니라) 날짜 숫자를 손가락으로 곱을 수 있는 인생을 살아가며 그렇게 구석구석 찾아서 읽고 공부해봐야 연봉 1억+ 였는데, 저 VC회사들 이사급들은 투자해서 대박나면 몇 억씩 보너스를 받으시는 분들이 왜들 저렇게 아는게 없는 상태인걸까?

내가 파비에 투자하고 싶으면 파비블로그 글만 읽어볼게 아니라, 파비클래스도 찾아가서 듣고, AdTech 산업 관련해서 공부를 며칠은 하고 미팅장에 나타났을 것 같은데, 제대로 된 질문을 해서 회사 대표와 합이 맞는 VC라는 눈도장도 남기고 그럴 것 같은데, 왜 다들 삶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대하는 태도가 저럴까, 투자사가 전적으로 갑인 시장이 아닌데… 내가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꼰대인가?

스타트업 대표가 이것저것 공부를 잔뜩해와서 미팅하는 VC가 투자한 회사들 리스트, 각 포트폴리오 내부 사정을 파악하고 온데다, 운영 중인 펀드들의 투자 History 알고오면, 난 아무것도 모르는데 싶어서 눈치도 좀 보이고, 뭔가 느끼는게 있어야 정상아닌가? 나는 돈을 내고 너는 돈을 받으니까 나는 갑이고, 니가 당연히 나의 모든걸 알아야하고, 내가 너에 대해서 알고 싶으면 니가 내 눈 앞에 떡하니 바쳐야한다?

알바 직원한테만 그렇게 갑질 떨어도 진상 떤다고 알바 안 하려고 할 것 같은데, 최소 몇 십억 단위로 투자하는 VC가 그런 갑질 마인드면 어떻게 상대해야하나?

귀국해서 지난 몇 년간 상위 0.01%가 아닌 사람들의 노동시장을 보고나서 귀납적 추론을 해 보면, 니가 제갈공명이냐고 놀렸던 그 친구는 어쩌면 정말 제갈공명 급인것 같다. 상대적으로.


2편을 작성해봤습니다 – [스타트업] Are you on Google?

과연 여기까지 읽고 2편을 클릭하는 사람이 전체 유입의 몇 %나 될까요?

+약 18% (97/541) 정도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