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스타 인재가 조직을 떠나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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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VC분께서 스타 인재를 채용해야한다면서, 그런 인재가 있는 스타트업이어야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연락을 주셨다.

아래의 글을 보내주셨는데, 관심있는 독자 분들은 읽어보셔도 좋을 듯 하다. 별로 동의하고 싶은 구석은 없지만.

(아마 공식적으로 외부 노출되는 글이라 적나라한 표현을 못 쓴 탓일 것 같은데, 파비 블로그에 좀 더 솔직한 측면을 담아볼까 한다)

(Source: N비즈니스)

스타 인재란?

대학 시절, 피하고 피해도 어쩔 수 없이 가끔은 팀 프로젝트를 해야하는 상황이 생기더라. 친구들끼리 조를 짜도 마찬가지고, 랜덤으로 조 배정이 되어도 마찬가지고, 어차피 일은 내가 한다는 마음으로 팀 프로젝트 준비를 해야지, 안 그러면 괜한 스트레스만 받았었다.

Free-riding하는 사람들이 많았기도 하지만, 그 전에 눈에 차는 결과물을 갖고 오는 동료를 보기가 쉽지 않았다.

나름대로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애들이 모인 타칭 우리나라 최고 학부에서도 이런 일이 있었으면, 보통의 조직에서는 어떨까?

스티브 잡스가 이렇게 이야기를 했단다.

일상에서 최고와 평범함의 차이는 대부분 30% 정도다. 하지만 워즈니악은 평범한 엔지니어보다 50배 더 뛰어난 사람이다.

평생 천재만 찾아다니고 눈꼽만큼이라도 맘에 들지 않는 인재는 사정없이 쫓아내던 칼날같은 스타 CEO의 표현이다.

말을 바꾸면, 스타 인재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뜻이다.

혹시나 스타 인재의 정의에 대해 궁금하신 분들은 이 링크의 글을 참조하시기 바란다.

(Source: Business Credit & Capital)

서울대 Index, 아이비리그 Index, 스탠포드 Index

학부 3학년 시절 어느 유명 전략 컨설팅 회사 인턴을 하던 중에 들었던 말이다.

여기만큼 인력 수준이 고르게 높은 직장이 잘 없어. 그게 왜 좋은건지 지금은 잘 모르겠지.

당시 전략 컨설팅 회사들은 SKY, SKP 메이저 전공(?) 출신 or 미국 아이비리그 출신이 아닌 졸업생이 들어가는게 거의 불가능한 직장이었다. 예외를 꼽으면 남들이 놀랄만한 매우 특이한 직장 경력을 갖고 있거나, 미국 유수의 대학에서 MBA 졸업장을 받고, 소위 말하는 연줄이 있는 사람들 몇 명 정도였던걸로 기억한다.

그 시절 어느 국내 증권사에 갔던 학부 친구가

도대체 우리학교 출신들 다 어디갔냐? 회사 안에 진짜 한 명도 없다야.

라고 하던데, 헤드헌팅을 오래하신 분의 표현을 빌면, 회사와 산업에 서울대 비중이 몇 명인지를 “서울대 Index”라고 한다던데, 그 Index 값이 높은 직장, 높은 산업이 더 사회적으로 대접받는 직장이라고 하더라. (자매품으로 SKY Index, SKP Index 같은 표현들이 있다.)

왜 이렇게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애들 이야기를 늘어놓았냐고? 꼭 학벌 Index에만 집착할게 아니라, 실력있는 인재라고 일반에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학벌을 대입해봤을 뿐이다. 다른 글에서 밝혔듯이, 학벌이 더 이상 의미있는 잣대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기의 진짜 실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니, “스타 인재 = (넘사벽으로) 뛰어난 인재“라는 관점으로 이해해주시면 좋겠다.

참고로 실리콘밸리에 가면 스타트업 창업자 중에 아이비리그 출신이 몇 명인지, 특히 스탠포드 출신이 몇 명인지 따지기도 한다. 그들 방식의 아이비리그 Index, 스탠포드 Index라고 하면 지나친 과장인가?

 

스타 인재의 (알량한) 자존심

스타 인재라는 사람들이 겉으로 자뻑없이 산다고해도 속으로도 자뻑이 없을까?

내가 이 회사 다니고 있으면 한심해보이고 처량해보이고, 남들한테 말하기 쪽팔리고, 회사 사람들이랑 대화도 잘 안 되고, 대화하려면 억지로 노력해야되고, 회사 안에 자기랑 대화되는 급인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고….

직접 연결고리는 약하지만, 그런 마음의 동요를 설명해줄 수 있는 사례 중 언론을 탔을만큼 유명한 사례를 2가지만 들면,

Case 1.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던 2005-6년 무렵

대우건설이 잘 나가던 시절에 입사했던 분들이 모 그룹은 망했어도 자기들은 1류 건설사 직원이라는 자부심이 쩔어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업계에서 회사 취급도 안 해줬던 2류 건설 회사가 느닷없이 자기네 회사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매일같이 담배만 뻑뻑 피워댔다는 이야기가 있다. 당시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인수할 때 인력들을 어떻게 융화시키는지에 대한 경험담을 얻기 위해 신한은행 – 조흥은행 인수&합병 사례를 스터디하는 컨설팅 프로젝트가 시장에서 굉장히 핫한 주제였기도 하다.

Case 2. 노무라 증권이 Lehman Brothers를 인수하던 2008-9년 무렵

미국계 IB중 Goldman Sachs, Morgan Stanley, JP Morgan과 더불어 업계 4위권 IB였던 Lehman Brothers가 망하면서 미국, 유럽 사업은 영국의 Barclays가 인수하고, 아시아 지사는 일본의 노무라 증권이 인수하게 되었다는 기사가 떴다. 당시 증권업계에서는 Lehman Brothers에 다니는 지인의 회사 번호로 전화해서 “Lehman~*”으로 전화 받으면 “노무라로 받아야지ㅋㅋ”라는 식으로 놀리는 일도 있었고, 뛰어난 실적을 보여주던 직원들 상당수가 “쪽팔려서 못 다니겠다”라며 회사를 떠났다.

*보통 외국계 투자은행 직원들이 전화 받던 방식이다. “JP”, “Deutsche”, “Goldman” 등등

(Source: Hardware Retailing)

스타 인재가 조직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나는 수백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지만, 친구들 사이에서 보기에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바로 위의 치사해보이는 알량한 자존심 몇 구절로 요약될 수 있다. 회사가 자기 실력보다 급이 낮은 것 같고, 눈에 차는 동료가 없고, 조직 자체가 전반적으로 열악한 상태로 돌아간다는 느낌을 매일같이 받고 있기 때문에 나오는 불만이기 때문이다.

꼭 학벌이 SKY인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도 아니고, 미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예시들인데, 실리콘밸리의 어느 IT회사에 다니는 미국 중서부의 명문대학 University of Michigan(Umich) 출신인 여자분이 Carnegie Mellon University(CMU)나온 다른 여자분과 Flat Sharing을 하는데, 페이스북 계정을 잘못 찾아 CMU가 아니라 Michigan State University 출신인줄 알고 Flat Sharing을 거절할 뻔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F모 유명 IT회사에 재직 중인 아이비리그 출신 인재가 Texas Austin 대학 출신이고 좀 Tier가 낮다고 판단되는 회사를 다닌다고 Flat sharing을 거절한 이야기, 같은 회사에 재직 중이지만 알짜 인재들의 부서가 아닌 곳에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는 이야기 등등 “알량한” 자존심은 한국에만 존재하는게 아니다.

그런 자존심이 회사 생활에서 드러나면 어떻게 될까? 자기가 회사에서 제일 일 잘하는 직원이라는 생각이 들면 다른 분들과 시선 맞추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생활비 아끼려고 Flat mate를 찾을때도 사람을 가리고 있는데, 하루종일을 부대끼는 회사 생활에서 편하게 대화가 될까?

말을 바꾸면, 그 조직의 현재 상황이 그 스타 인재를 감당할 상황이 못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덮어놓고 무조건 스타 인재만 뽑겠다고?

(Source: RoundPegSquareHole)

스타 인재 채용? 필요한 인재 채용!

인재 채용이란 단순히 뛰어난 World Class 인재를 모셔오는데 있지 않다. 우리 회사 상황에 맞는 인재를 모셔오는데서 출발해야한다.

가장 간단한 예시를 들면, 석탄 채광을 하는 곳에 정치학과 교수님이 와서 비슷한 일을 하고 있으면 서로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그 정치학과 교수님이 석탄 채광을 잘하면 “우와~ 겸손하다, 착하다”는 표현이 나올지 모르겠는데, 그 교수님이 표 받으려는 정치인이 아닌 다음에야 거기서 시간을 쓰고 있어봐야 사회적으로도 자원의 낭비다. (정치인이어도…)

무조건 뛰어난 인재, 남들이 대박이라고 생각하는 인재만 마구잡이로 회사에 모셔와야된다고 생각할게 아니라, 현재 회사 상황에 맞는, 그렇지만 그 업무를 매우 잘 할 수 있는 분을 찾아오는 작업이 진짜 인재 채용의 포인트가 아닐까?

준비가 되지도 않은 상황에 스타 인재가 오면 스타가 아닌 사람도 흔히 할 수 있는 업무를 해야하고, 회사도 낭비, 인재도 낭비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스타는 회사 생활의 의욕을 잃어버린다.

(서울대 정치학과 학부 졸, LSE 정치학 석사, 옥스포드 대학 정치학 박사, 전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님)
(회사 생활의 의욕이 넘쳐나 보인다. 위의 사진은 별로 좋은 예시가 아닌 것 같다)

조직 문화의 진화

회사가 작을 때는 스타 인재를 뽑기 어렵다. 그 전에, 굳이 뽑아야할 필요도 없다. 당장 회사가 필요한 인재는 정치학과 교수님이 아니라 석탄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캐는 사람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다 회사가 성장하게 되었을 때, 스타 인재를 뽑아서 그 뽕(!)을 뽑을 수 있게 된 시점이 오면, 스타 인재가 와서 다른 not-that-star 인재인 사람들과 어떻게 회사 생활을 같이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방법 1. 눈높이가 맞는 동료를 같이 채용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스타 인재와 비슷한 능력치를 갖춘 분을 여럿 동시에 or 연속적으로 채용해서 저 위의 알량한 자존심에 상처가 날 일을 피하도록 해 주는건데, 그럴 경우에 조직이 쪼개지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와해되어버릴 수도 있다. 기존에 회사를 키우는데 1등공신이었던 분들과 인력 시장에서 격차가 상당하기 때문에, 또 기존 직원들의 텃세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에,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고 분리된 조직 문화가 만들어 질 가능성이 높다. 위에 예시를 들었던 대기업들의 인수 & 합병 건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사례들이다.

방법 2. 독립된 업무를 준다

조직이 쪼개질 각오를 하고, 실력이 뛰어난 영입인재(들)에게 완전히 독립적인 프로젝트를 준다. 기존 직원들의 텃세는 언제나 서로가 엮일 때나 문제가 된다. 그냥 2개의 다른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관점으로 인력 운용을 하는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조흥은행을 인수한 후 합병을 몇 년간 미루고 더 실력이 뛰어난 조직의 은행 이름을 쓰겠다고 언론 플레이를 했었다.

그 이외에 다른 방법이 있을까? 인사 조직 교과서에 어떤 방법이 더 나와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요즘보면 결국은 조직 수장의 덕(德)에 달린게 아닌가 싶다.

(Source: Business Credit & Capital)

나가며 – “어휴, 저런 인간도 대표야? 그냥 개인사업자 아냐?”

VC로 있는 친구들에게서 자주 듣는 표현이다. 스타 인재를 못 뽑는 이유가 회사가 작아서, 아직 준비가 안 되어서일 뿐만 아니라, 저런 대표는 운좋게 잘난 친구 뽑아놔도 무조건 튕겨나갈 거라는게 너무 눈에 뻔하게 보인단다.

실제로 스타트업 몇 군데의 대표들을 만나보면서, 그 VC 친구들의 불만에 공감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는데, 스타트업 기준으로 스타 인재가 그만두게되는 가장 큰 이유는 조직의 현재 역량 문제라기 보다, 미래 역량의 가늠자인 대표 & 창업자 그룹의 퀄리티인 경우를 더 흔하게 볼 수 있다.

(실력있는 직원이 떠난다고 하면 대표와 보스, 매니저들이 자기 주변을 둘러보고 먼저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회사도 직원 한 분 나가면 Management가 반성, 자책하는 회의를 한다.)

영입한 CFO가 고군분투하며 투자사들과 지분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지분율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스탁옵션 정보를 CFO에게 기밀로 해서 나중에 투자사가 뒤통수 맞았다고 뒷담을 하도록 만드는 정신나간 창업자 그룹도 봤고, 직원 채용하려는데 그 사람이 쓴 글 하나만 읽고, 다른 조사를 일절 안 하는 부하 직원을 오른팔로 두고 있는 안이한 CEO도 본 적이 있다. 왜 안 짜르지? 인사 담당자였으면 바로 짐싸야되는 실수 아닌가? 어설픈 인사 관리에 대학생 동아리 관리하냐는 모욕을 들었는데도 자기가 맞다고 고집만 피우는 편협한 창업자 그룹도 있었고, 스타 인재가 나갈 것 같으니까 붙잡으라고 충고해주는데 뭘해야할지도 모르는 맹한 어리석은 대표도 본 적 있다.

참고로 역사에 길이남는 명재상, 충신의 표본인 제갈공명도 관우, 장비의 등쌀에 밀려 융중으로 귀향하려했던 적이 2번이나 있었다. 그 조직의 수장이 한(漢)의 정통성과 민중의 지지를 업고, 산전수전 다 겪은 유비가 아니었다면, 수어지교(水魚之交)라는 고사성어가 생길만큼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않았다면, 그 조직이 의협심으로 똘똘 뭉친 그룹이 아니었다면 굳이 절망적인 조직에 그런 인재가 인생을 바치지는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