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린(Lean)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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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로 복잡한 문제 하나를 붙잡고, Complete Network에서 해결책을 찾은 것 같은데 증명에 자신이 없어서 같은 모델을 환상형 네트워크 (Circular Network)로 풀었던 다른 학교 유명 교수에게 찾아가서 질문해보면 어떻겠냐고 지도교수님께 질문했던 적이 있다. 씩 웃으면서 니 논문 뺏기고 싶으면 그렇게 해라고 하시더라. 실제로 비슷한 방식으로 논문을 뺏긴 적이 있던터라, 그 웃음이 비웃음처럼 느껴졌는데, 그 이후로 내 아이디어와 생각을 남과 공유하는걸 항상 조심하게 됐다.

스타트업의 사업 모델이나 성장 방향을 보면, 남들이 도저히 베낄 수 없는 기술력을 갖고 있는게 아니라면 언제나 큰 기업들이 베껴가는 것에 노출되어 있다. 개인이 고생끝에 특허를 받았는데도 대기업이 끼어들어와 교묘하게 기술 일부를 수정해서 다른 특허를 받고, 그걸로 큰 돈을 벌고 있는 대기업 앞에 개인이 뭘 할 수 있을까? 고소? 글쎄다.

언뜻보면 특허 정보에 대한 보안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이미 나온 특허를 살짝 바꿔 갖고가는건 더 이상 보안의 이슈도 아니다. 결국 특허로 사업을 하는 속도의 싸움이라고 봐야 한다. 그 개인이 큰 투자를 받고 아주 빠른 속도로 그 특허를 상품화하고 조직을 키웠다면 다른 대기업이 슬쩍 바꿔 베끼기하다가 여론의 폭탄을 맞게 되지 않았을까?

그래서 스타트업의 여러 필수 덕목 중 하나로 “린(Lean) 스타트업” 이라는 개념이 나왔다. Lean에서 작은 조직, 도전적인 조직 등등 여러가지 포인트가 있겠지만, 이 글에서의 포인트는 “속도”에 있다.

린(Lean) 스타트업

사실 린 스타트업은 속도에 대한 강조 때문에 나온게 아니라, 모든 능력과 기술을 다 갖추지 못한 불완전한 인재들이 빠른 속도고 학습하고 바로바로 예측, 적용하는 사업 방식을 이야기 한다.

일반적으로 큰 기업은 회사에서 새로 배운다는 컨셉, 배운걸 바로바로 실제 사업에 적용한다는 컨셉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그런 직원에게 “나대지마라”는 표현을 쓸 것이다.

근데, 작은 스타트업이 각각의 기능에 다 맞는 인재를 찾고,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대기업스러운 운영 철학을 갖고 있으면 (안 그래도 쉽게 망하는 판국인데) 회사 성장이 느려서 망하기 쉽상일 것이다.

그래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빨리 이해하고 – Learn -, (완벽하지는 않지만) 빨리 만들고 – Build -, (확신은 없지만) 상황 파악을 해서 다시 또 수정하는 – Measure – 사이클이 고속으로 돌아가야 그나마 생존율을 조금이나마 더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델이 “린(Lean) 스타트업”이다.

생존의 시계

많은 스타트업들이 수익 창출없이 투자금으로 연명한다. 돈이 떨어지면 이번 라운드 투자를 받을 때가 왔다고 생각하는 경우를 많이 봤는데, 어떻게든 투자를 덜 받고 창업자와 직원들의 지분율을 높게 유지하고, 조직이 더 빨리 수익을 창출해야한다는 압박을 받는 경우를 잘 못 본다. 우리나라 스타트업계의 여러 문제 중 하나다.

스타트업의 성공이 수익 창출, Break-even 돌파, 빠른 매출 성장 같은데에 초점이 맞춰진게 아니라, 사용자 숫자의 증가와 투자금액의 증가라는 부정확한 정보로 언론 홍보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을 위해서 이윤을 희생하는게 언제까지 맞는지에 대한 정답도 없고, 케바케라고 생각하지만, 무작정 투자금으로만 버티겠다는 생각은 아마존 같은 예외적인 케이스를 제외하면 매우 높은 확률로 틀린 생각이라고 봐야 한다.

투자 받겠다고 VC들을 만나러가면 “런웨이(Runway)는 얼마나 남으셨어요?”라고 물어본다. 지금 있는 현금으로 회사 몇 달 더 굴릴 수 있냐는 질문이다. 투자를 받으면 Runway는 길어질 것 같은데, 과연 그 회사의 생존의 시계도 같이 길어졌을까?

린(Lean) 스타트업 모델은 회사 생존의 시계를 Learn – Build – Measure 의 3단계를 돌릴 수 있는 금전적인 체력, 그리고 구성원의 정신적인 체력이 남아있는지에 더 초점을 맞춘다.

구성원의 정신적인 체력

직장인들이 회사 후기를 남겨놓은 서비스를 보면, 많은 스타트업들에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방향성”, “자기들 멋대로 결정한다”,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같은 부정적인 평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스타트업 운영자의 입장에서 그 글들을 보면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Measure하는 경영진”, “경영진의 고민을 이해못하는 직원”, “경영진의 지시만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직원”이라고 해석이 된다.

이전 글(스타트업 문화에 대한 오해)에서 밝힌 바 있듯이, 스타트업에서 Crew라고 판단되는 직원은 굉장히 드물다. 공동창업자도 Crew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가차없이 짤리는 판국이니까. Crew가 적다는 건, 결국 경영진과 같은 눈높이에서 고민하고 능동적으로 업무하는 직원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이런 인적 구성에서 Learn – Build – Measure 의 3단계가 여러번 반복될 수록, 시행착오 숫자가 늘어날수록 조직에는 피로가 누적된다.

그 시행착오는 Crew가 많을 수록 줄어들 확률이 높고, Crew가 많을수록 높은 피로도를 견딜 수 있다. Non-crew들은 피로가 누적되기도 전에 그 조직을 탈출하고 후기 사이트에 부정적인 평가를 남겨놓겠지. Crew만 있는 소규모 조직으로 속도전을 해야한다는 Lean Startup 이론도 같은 이유에서 나왔을 것이다.

즉, 구성원의 정신적인 체력이 얼마나 남아있는지에 따라 Learn – Build – Measure 의 사이클을 (Maximum speed로) 돌릴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된다.

스타트업과 Learn – Build – Measure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세상 모르는 순진(멍청)한 사람들이 시작한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니까. 어느순간 냉혹한 현실을 깨닫고 나면 생존을 위해 발버둥을 칠 것이다. Learn – Build – Measure 사이클이 시작된다.

거의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망하고, 왜 스타트업은 대표가 반이라고 하고, 왜 대표가 바뀌면 다른 회사가 된다고 하는지에 대한 대답은 결국 그 회사 경영진이 Learn – Build – Measure를 얼마나 빠른 속도로, 높은 정확도로 돌릴 수 있느냐에 따라 그 회사의 생존, 방향성, 미래 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한번씩 시계를 잘못 돌릴 때마다 금전적, 정신적인 체력은 낭비되고, Non-crew들이 떨어져나가기 시작하고, 시간이라는 가장 소중한 자원을 잃게된다.

파비썸의 Pivoting

회사의 여러 위성앱들 중 첫번째인 파비썸을 데이팅 + 인스타그램 하이브리드로 출시했다. 처음에는 데이팅을 감추고, 짝퉁 인스타그램에 e-Commerce 기능을 붙여서 동대문의 소형 패션 상가나 인플루언서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로 출시하려고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DM보내서 데이팅 서비스처럼 쓰는 분들이 많듯이, 우리도 그렇게 운영하면 되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초반 기획에 있었던 이런저런 기능들 개발이 어렵다는 개발팀의 말을 듣고 방향을 바꾸다보니 굉장히 데이팅 서비스처럼 출시가 됐었다. 개발은 급하게 출시해놓고 버그 수정을 하고 있는데, 이대로 두면 망하겠다는 생각이, 최소한 의도와는 완전 딴판으로 흐르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 여느 데이팅 어플처럼 남녀 비율이 9:1이었으니까.

심지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등의 기본적인 SNS 채널을 이용한 광고도 모조리 거절당했다. 데이팅 어플은 안 된단다. 데이팅 서비스로 추가 벤더 등록을 해라는 법률 문서를 받고, 이 문서에 싸인하고 난 다음의 후폭풍을 한참 고민했다.

문제제기 후, 개발에서 먼저 원래 기획에 있던 SNS 구조를 살리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 땐 안 된다더니 이제와서 이게 무슨 소리냐”가 목구멍까지 솟아 올라왔지만, 일단 회사의 생존이 우선이지 않은가? 기존의 기획대로 SNS 형태로 방향을 잡고 UI에 손을 대며 굵직한 기능을 추가 하려고하니 개발팀원들 사이에서 불평불만이 쏟아졌다. 왜 바꾸냐고 삐지고 짜증을 내며 나가는 직원도 생겼다. SI 안 가려고 했는데 SI 온 것 같단다.

Lean startup이라면, 아니 생존을 목표로 하는 회사라면 방향이 잘못가고 있다는 사실(Measure)을 깨달(Learn)은 순간 Maximum speed로 서비스를 갈아엎어야(Build) 하는거 아닌가?

나가며 – min(Cost) 함수 문제

스타트업이 Lean 하지 않아도 된다. Learn – Build – Measure라는 프로세스가 필요없는 조직, 아주 소규모로만 일어나는 조직이라면.

근데, Lean이 필요없는 조직은 드물것이다. 설령 대기업이라고해도 작은 팀 단위로는 분명히 Learn – Build – Measure 프로세스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영원히 자기 위치에 정체되어 있는 인력은 없으니까.

위의 글은 어찌보면 스타트업을 위한 변명이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며 한발한발 나가다가 쓰러지고 있는데, 그럴 수 밖에 없고, 그걸 줄이려고 노력하는게 스타트업의 생존 전략이라는 걸 알려주려는 글이기 때문이다.

Learn – Build – Measure = (Managerial) Cost라고 생각하면, Cost 최소화를 위한 방법은 뭘까? 어떤 (통제가능한) 변수들이 있을까?

결국은 구성원의 능력으로 돌아온다. 경영진이 똑똑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하고, 회사에 Crew가 많아야한다. 회사는 경영진만으로 구성된 조직이 아니라, 직원 전체로 구성된 조직이고, sum(경영진과 Crew들의 생각+대응하는 힘)이 결국 조직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어느 VC가 그러더라. 항상 그 회사가 처음 뽑은 10명을 보고 투자 결정을 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