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높은 급여는 복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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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급여는 복지일까?

많은 스타트업들이 좋은 인재를 모시고 싶지만 자금이 부족하다 + Upside를 나눠갖자 + Downside도 나눠갖자는 이유로 지분 or 스톡옵션을 제공하고 현금 비중을 낮추는 경우가 흔하다. 반대로 스타트업 오기 싫다고 이야기하는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스톡옵션 같은 걸로 사기칠려고 하지마시구요”라는 표현을 흔히 들을 수가 있다.

스타트업에게 현금은 인간에게 산소같은거다. 생명줄이다. 더 유입될 구석, 매출액이 나오는 구석이 없는 상황에서 현금을 다 써버리면 그 스타트업은 폐업 신고를 할 수 밖에 없다. 대출은 거의 불가능하고, 어렵게 어렵게 지분 투자를 받는 걸 기대해야하는데, 받고나면 (운이 좋은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는) 투자자들의 황당무개한 간섭을 다 감당해야한다. 자기네 포트폴리오에 맞춰서 사업 내용을 변경해라는 투자자도 있고, 반강제로 다른 회사와 협업 or M&A를 종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들에게는 창업자들의 꿈과 회사 사업모델의 성공이 중요한게 아니라 단순한 자본의 논리가 중요하니까.

정리하면, 스타트업들이 지분 or 스톡옵션을 오퍼하고, 그 회사의 성장을 믿고 함께 도전하는 방식이 스타트업 인재 채용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식이다. “스톡옵션 같은 걸로 사기칠려고 하지마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은 스타트업을 가면 안 된다. 회사의 생명줄을 갉아먹으려는 구성원이 왜 필요한가? 스타트업은 기본적으로 같은 (최소한 비슷한) 꿈을 향해 달려나가는 사람들의 모임일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근데, 이런 구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1. 창업자들이 새로 들어온 분께 지분을 안 줄려고 한다.

내가 이렇게 고생해서 창업했는데, 내가 이렇게해서 겨우겨우 투자를 이끌어냈는데, 몇 년동안 굶다가 이제 막 매출액이 나오는데, 왜 이제와서 회사 들어오면서 지분의 반을 달라고 하는거야?

창업의 큰 고통을 생각하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투자사의 입장, 외부인의 입장을 생각해보라. 회사를 키워야하는데, 창업 인력이 새파란 어린애들이었고, 앞으로 도전해야하는 사업 영역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서 무슨 일이 어떻게 터질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면?

What got you here won’t get you there

여기까지 오는데는 창업자 그룹의 역할이 컸을지 모르지만, 다음 스텝으로 나가는데는 당신들이 큰 쓸모가 없을지도 모른다. 회사의 가치가 100억이건, 1,000억이건, 1조원이건 상관이 없다. 본인의 성장 속도보다 회사의 가치가 더 커져있다면 창업자 그룹은 그 시점에 회사에 잉여인력이 된다. 선거에서 이기는 것과 당선되고 정부를 운영하는 작업은 완전히 다른 2가지 종류의 업무라는 이야기들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면 인재 영입도 안 되고, 설령 영입했더라도 결국엔 싸우고, 팀이 찢어지고, 내외부 충격을 견디기 어려웠던 조직이라면 폐업 수순을 밟게된다.

그렇다고 덜렁 큰 덩치의 지분을 내주는 창업자들도 투자사의 기피 대상이다.

지분 아까운 줄도 모르고 그렇게 퍼주는데 우리가 같은 지분에 돈 100억씩 투자하는게 말이 되나요?

1,000억 가치로 책정된 회사의 10% 지분을 인수하면서 100억 투자금을 쏘는 투자사가 보기에 같은 시점에 새로 인재영입되는 분이 10%의 지분을 받고 있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신규 영입되는 인재 분이 어지간히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면 100억의 가치를 가지는 인간은 드물다. (그 분 때문에 100억 투자가 들어오는 경우라면 다른 이야기겠지만)

뿐만 아니라, 창업자 그룹, 좀 더 정확하게는 대표가 2/3 이상의 지분, 51%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으면 각각 이사회에서 문제가 꼬일수도, 주주총회에서 문제가 꼬일수도 있는 상황이 생긴다. 하다못해 스톡옵션을 지급하려고해도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데, 이런 고민에 대한 이해없이 막무가내로 지분을 퍼주고 있으면 투자사에서 그 대표 or 창업자 그룹을 바보라고 생각할 것이다. 바보에게 투자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바보를 사기쳐먹으려는 사람들 밖에 없지 않을까?

 

2. 성공하는 스타트업에 가야 지분 or 스톡옵션이 돈이 된다.

(Source: 네이버 포스트 Job & 인 기사)

“스톡옵션 같은 걸로 사기칠려고 하지마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은 스타트업에 가면 안 된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스타트업은 구조적으로 모험과 도전을 하는 조직인데, 그 조직에서 현금 빵빵하게 받으며, 니 사업이 성공하건 말건 나는 내 월급만 잘 받으면 된다는 마음가짐인 사람이 많으면 그 조직의 미래는 뻔하기 때문이다. (Crew 표현에 관한 이전 글 참조)

결국 스톡옵션으로 인재 채용을 할 때 타게팅되는 인재의 그룹은 한정적일 수 밖에 없고, 그 분들에게 자기 사업을 한다는 열정과 에너지를 기대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스타트업의 구조적인 한계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1년동안 퇴근도 거의 안 하고 일만 했는데 사업이 망했다면? 당연히 창업자 및 지분/스톡옵션으로 왔던 사람이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 대신 그 사업이 큰 성공을 거두면 로또 당첨금쯤은 비웃을 수 있을 정도의 일확천금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정리하면, 최소한의 현금으로 운영되는 스타트업의 구조상 지분 or 스톡옵션이 섞인 패키지를 들고 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 지분이 정말 현금이 될 수 있을지의 여부는 자기 자신의 능력, 회사 인력의 능력, 인력들의 시너지, (그리고 운빨ㅋㅋ)에 달려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실패한다. 심지어 팀이 매우 잘 갖춰진 조직이어도 실패한다. 세상에는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수많은 사건들이 있고, 그런 사소한 사건 하나가 사업을 망칠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빨ㅠㅠ)

그나마 확률게임에서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창업자 그룹의 역량을 보는 수 밖에 없다. 학벌을 보고, 경력을 보고, 심지어 관상을 본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게 아니다.

역량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위의 어느 VC 인터뷰를 보다시피, 대학생 창업은 30대 후반, 40대 초반 능력자들의 창업보다 실패할 확률이 훠얼씬 더 높다. 30대 후반, 40대 초반이라면 대기업 기준으로 과장 후반, 차장급, 부장초반 정도 인력이 여기에 해당할텐데, 10년 남짓 회사에서 훈련받은 사업수완, 자기 분야의 전문성은 당연히 학부 갓 졸업한 신입들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나고, 체력도 그렇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최소한 쓸데없이 밤샐 일을 피해서 효과적으로 자신의 체력을 안분할 줄 아는 정도의 경험치는 쌓인 상태다.

그래서 스타트업은 대표가, 창업팀이 반이라고들 이야기 하는거다.

 

스타트업 참여자의 자세

외국계 증권사의 IBD 팀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했던 무렵, 국내 증권사 경력과 미국 유명 MBA 학위를 가진 보스 한 분이 그러시더라. 우리 업무가 사실상 세일즈 업무인데, 최소한 월급의 10배는 벌어와야 뒤에서 서포트하는 백오피스 팀 분들 월급도 주고, 회사 복지도 유지되고, 성장할 동력도 남길 수 있단다.

그 보다 못한 인재라면 회사라는 조직이 가만히 두질 않을 것이고, 심하면 해고하지 않을까?

반대로 10배 이상을 벌어오는 사람들이라면 다른 회사로 이직하지 않도록, 자기 회사를 차리겠다고 나가지 않도록, 급여를 올려주고 승진을 시켜줄 것이다.

자기 몸 값을 더 높이려면 세일즈 직원 기준으로 매년 꾸준히 자기 급여의 10배 이상을 벌어올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던 사건이다. 자기 회사를 차리겠다고 생각하려면 당연히 그만한 가치의 인재는 되어야지 않을까?

한 마디 더 달면, 스타트업의 창업자는 10배는 커녕 100배는 벌 수 있는 능력치를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 기준으로 좀 잘하는 직원이 아니라, 매우 뛰어난 직원, 나가는게 회사에 치명타가 될만한 직원, 회사의 톱니바퀴인 상태로는 자기의 진짜 가치를 전혀 발휘할 수 없는 직원이어야 겨우겨우 성공에 근접할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이 스타트업 창업자를 보고 그 조직에 뛰어들지 말지를 결정할 때는 창업팀이 대기업 기준 1억 연봉 받을 사람들이지만 실제로는 100억의 가치를 가지는 인간들인지, 자기 자신은 5천만원 연봉을 받고 있지만 연간 5억의 가치는 창출할 수 있는 인간인지를 가늠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나가며 – 파비 이야기

우리는 스톡옵션 같은 걸로 “사기치는” 패키지를 제공하지 않는다. 해 봤더니 창업자들이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지분을 별로 안 준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너무 많더라. 근데, 아무리 봐도 그들 때문에 투자자가 붙을만큼 대단한 사람도 아니면서 너무 많은 요구를 한다고 생각해서 인재 채용 방식을 바꿨다.

우리는 Tech 스타트업, 아니 Science 스타트업이다. 우리 사업 모델의 가치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하고, 함께 도전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다닌다. 물론 그 도전을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은 실력자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미안하지만 빠르게 결별하는 결정을 내린다.

몇몇 스타트업이 신입 개발자에게 5천만원의 연봉을 준다며 개발자 채용 시장을 흔들어놨다. 그 분들이 과연 5천만원 급여를 받을 자격이 있을까? 당장 2만명 동접만 몰려도 터져나가는 서버 때문에 할인 이벤트 하나 제대로 관리하기 힘든데?

초당 백만건 이상의 HTTP 트래픽을 감당하는 RTB 플랫폼을 Java가 주력 언어인 레거시 개발자들도 적용/관리할 수 있는 형태로, 그것도 AWS 패키지처럼 고비용을 들이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형태로, 그것도 소수의 인원이 관리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하는 막바지에 이르렀다. 개발팀에서는 RTB 플랫폼 셋업이나 기존 시스템의 고비용 구조 때문에 고민하는 회사들에게서 고가의 프로젝트를 딸 수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남의 일 때문에 우리 직원들이 밤새는 SI 업무를 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런 프로젝트로 우리 개발팀에게 능력치도전의 에너지에 맞는 합리적인 반대급부를 드릴 수 있다면 무조건 안 한다는 고집을 피워야할까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자기 실력만 믿고 들어온 회사에서 자기 실력으로 뚫어낸 성과물로 회사는 큰 이윤을 얻고 직원은 커리어 발전대형 상여금이라는 합리적인 보상을 받는게 인재의 가치를 가장 합리적으로 평가해주는 방법이 아닐까?

처음 질문으로 돌아와서, 높은 급여는 복지일까?

진정한 복지는 뛰어난 인재의 도전을 응원하고, 성공의 성과물을 그 인재에게 돌려주고 새로운 도전을 유도하는 단순한 인센티브 구조에 있지 않을까 싶다. 회사라는 조직은 그저 “거들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