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파비의 인재 채용과 복지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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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게 지내는 VC분들이 어느 스타트업의 C-level에 대한 품평을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VC1: 아니, 그 정도도 모르는 C?O가 있는 회사에 투자했으면 VC가 일 안 한거 아니냐?

VC2: 창업할 때는 몰라도 되는데, 1년 지나서도 모르면 회사 운영할 자격이 없는거지!

누가 자격이 없다, 실력이 없다, 짤려야 한다 등등의 강한 표현은 항상 조심스러운데, 세상은 만만한 곳이 아니니까, 적어도 창업자가 CEO, CFO, CTO 등등으로 업무를 나눠서 회사를 꾸렸으면 자기 맡은 업무에 대해서 모르는 실무는 배우고 1년, 2년 후에는 커진 회사에서 C-level 위치에 걸맞는 수준의 지식과 경험을 갖추지 못하면 그 회사는 성장하기 참 어려울 것이다. 자기네 돈을 수 십억, 수 백억씩 투자한 투자사 입장에서 그렇게 능력없는 창업자를 믿고 기다려주기만 할 수도 없는 문제 아닌가?

창업자의 덕목

위의 예시는 스타트업 창업자가 어떤 덕목을 갖춰야하는지, 아니 스타트업 구성원들이 어떤 덕목을 갖춘 인재여야하는지에 대한 가장 핵심적인 대화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가치는 0원이다. 그런데, 똑똑한 인력이 모여 회사를 만들고, 비지니스 모델을 설계하고, 그 모델을 실제로 하나하나 만들고, 상품이 사람들에게 팔리는 순간이 올 때까지 여전히 가치는 0원이어야하는데, 투자사들이 창업자들과 회사 구성원들의 팀원 면면을 보고 100억원, 200억원 같은 가치를 매긴다.

왜? 팔리는 상품이 하나도 없는데? 돈을 하나도 못 버는데?

돈을 벌 수 있는 괜찮은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어서 미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데, 그 구성원들의 능력을 볼 때 그 사업 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머리 속에 있는 걸 딱 그대로 만들어내고, 그걸 그대로 팔아서 시장에 가치 창출을 해내는 일 사이에는 무수히 많은 난관들이 존재하고, 그걸 하나하나 뚫고 나가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창업자의 학습 속도

투자사들이 스타트업의 가치 평가는 어떻게 할까? 기업재무에서 회사 가치 평가할 때처럼 현금 흐름이 꾸준히 나오는 것도 아닌데, 할 수 있다는 그 기술도 잘 모르고, 세상에 그 사업 모델이 먹힐지도 모르는데, 도대체 뭘 보고 평가하나?

학벌만 보고 평가한다, 팀 구성만 보고 평가한다, 심지어 관상을 보고 평가한다 등등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가장 핵심은 “학습 속도”일 것이다.

어차피 다 모르고 시작한다. 그리고, 회사가 커지면 계속해서 모르는 내용들이 나온다.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그런 배움의 속도, 이해의 속도가 남들보다 뛰어나더라도 다른 자원들이 부족해서 사업을 성공시키는게 기적에 가까운 일인데, 그런 학습 속도마저도 모자라다면?

 

스타트업 구성원들의 학습 속도

창업자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로 학습 속도를 꼽았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스타트업 구성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회사 처음 들어온 신입은 아무것도 모르는게 정상이다. 그런데, 같은 신입이 반 년만 지나도 같은 지식 수준이 아닌 사람들로 바뀐다. 누군가는 퇴근하면 친구들하고 놀러갈 생각만 하는데, 또 다른 누군가는 업무하면서 궁금했던 내용을 찾아보고 자신의 업무 능력을 무의식적으로 기르고 있다.

연공 서열 방식의 대기업들이 똑똑한 인재를 놓치는 가장 큰 이유가, 이렇게 남들보다 몇 배씩 빠른 속도로 학습하는 열정과 두뇌를 갖춘 인재들이 연공 서열이라는 구조에 막혀 자기보다 무능한 상사에게 노력의 결과물을 착취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Source: 빌 게이츠의 저서, Speed of Thought)

파비에서 인재를 찾는 방식

빅데이터 DB 설계 및 백엔드 개발 업무라고 타이틀을 달아놓은 포지션으로 벌써 4달째 면접을 보고 있다. 학습해야할 내용이 많아보여 처음에는 학벌 위주로 이력서를 찾아보기도 했고,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갖고 파고 들어가기 좋아하는 사람이 적합하다는 생각에 해킹 커뮤니티에서 담당자를 찾아보기도 했다. 공부해야하는 자료가 모두 영어니까 영어 실력을 우선해서 이력서를 보기도 했는데, 나름대로는 뛰어난 분들이겠지만, 정작 과제를 던지면 우리가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공부해오시는 분들이 아무도 없더라.

남들이 다 할 수 있는 일을 시키는 자리가 아닌데, 진짜 어마어마한 도전인데, 그 내용을 이해하고 차라리 면접 못 오겠다고 도망가는건 이해가 되는데, 공부 안 해도 그냥 시키는대로 일 하면 되겠지라는 마인드 (대기업 마인드…)로 면접을 오시는 분들을 너무 많이 봤다.

극단적으로 나눠보면,

  • 과제에 있는 읽기 자료 몇 장만 보고는 영어라서, 처음보는 기술 문서라서, 못 한다고 발을 빼버리는 경우
  • 될대로 되라지라는 티가 나는, 전혀 공부가 안 된 상태로 면접에 나타나는 경우

로 나뉘는 것 같다.

우리는 “해 봤다”는 경험치를 기반으로 인재 채용을 하는게 아니라, 기본기와 발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서 인재 채용을 하는 스타트업인데, 위의 두 가지 경우 모두 정말 좌절스러운 경험을 준다.

제대로 공부가 안 된 경우가 본인이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서건, 머리가 나빠서건, 혹은 기본기가 부족해서건 상관없이 우리와 함께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더 안타까운 분들은 내용이 무섭다고 줄행랑을 치는 분들이다.

무섭다는 이유가 안 해 봤던 걸 해야된다는 이유라면, 그렇게 도전정신이 없다면 역시 그 분들과 우리는 함께 가기 어렵다.

그런데, 저 업무를 해 본 사람이 한국 땅에 없을 것이라고, 최소한 우리가 만들고 있는 레벨로 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다. 한국의 어떤 개발자도 파비에서 다음 반 년 동안 할 업무와 비슷한 경험마저도 미리 겪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국내의 어지간한 AdTech 스타트업, 대기업에서 비슷한 업무를 했다는 분들을 이미 여럿 만나보면서, 그 분들이 만들었다는 RTB 시스템 or 빅데이터 시스템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이고, 서버 비용만 축내는 구조인지도 이해했고, 우리가 지난 몇 달 간 학습한 내용을 전혀 이해 못하는 “머리가 굳은” 개발자들이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차라리 도전 의식을 갖고 공부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더 좋다.

 

파비의 (좀 무모해 보이는) 도전

지난 몇 달간, RTB 구현을 위해, 특히 작은 스타트업이 무모한 서버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자칭 대한민국 No.1 Data Scientist의 타게팅 알고리즘을 현실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Data Engineering 기술 스택에 대해 많은 공부를 했다. (덕분에 Scala, Hadoop 같은 “빅데이터 교육 과정”에서 볼 만한 내용은 쳐다보지 않게 됐다.)

최소한 앞으로 반 년 동안 어떤 업무를 통해 우리 방식으로 RTB를 구현할 수 있는지 어느 정도 체계가 섰고, 어떤 종류의 능력을 갖춘 분을 어떻게 키워야 향후 반 년 동안, 아니 그 이후에 우리 시스템을 만들고, 고치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로드맵도 그려졌다.

배X의 X족 같은 앱들이 이벤트 프로모션 하나하면 동접 2-3만에 서버가 뻗어버린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동접자 수 몇 만명이 나오는 “대박난” 게임 서버를 운영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보통 서버 한 대가 동접 2~3천명 버티기도 힘들다. 그런 유저들로 1일 Log를 쌓고나면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Log 값들을 하나하나 뒤져보기도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우리는 서버 한 대로 동접 25,000명을 감당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물론 일반 서버에는 어렵고, RTB에 특화되어서 시스템 자원을 대단히 효율적으로 쓰도록 구성해놓기는 했는데, 그래도 단순한 숫자만으로도 매우 무모한 도전이다. 거기다 온라인 광고 시장 특성상 초당 100만건 이상의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도록 설계를 해야하는데, 서버들 앞에 Load Balancer를 어떻게 붙이는지도 많은 고민을 하며 개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타게팅 알고리즘 계산 값을 거의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모델 구조도 뜯어고쳤고, 속도 때문에 남들이 다 쓴다는 (그렇지만 매우 비싼) 메모리 DB에 대한 의존을 최소화하려고 기존의 RDB를 뜯어고친 구조도 쓴다.

DAU 8만인 서비스의 백엔드 개발자였다고 자부심을 한껏 보이는 분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Day도 아니고 Second당 100만건 이라고 하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던게 생각난다. 계산 실시간으로 처리해야하는 부분은 메모리 DB 대신 RDB 뜯어 고쳐서 비용 절감한다니까 더더욱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더라.

우리 회사에 이걸 처음부터 알았던 사람이 과연 몇 명일까?

창업 초기에 필요 인력을 찾겠다고 꽤나 많은 분을 만나봤었지만, 한국 땅 안에 저런 지식을 알고 있는 분을 만날 기회는 없었다.

근데, 창업할 때는 몰라도 되는데, 1년 지나서도 모르면?

공부를 다 끝낸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방향이 잡힌 이 시점에 돌이켜보면, 적어도 개발쪽은 개발 기본기가 잘 닦인 주니어 개발자가 습득 속도만 빠르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었던 것 같다.

인재들의 Career Path

쿠X 같은 신흥 e-Commerce 업체부터, 기존의 대형 십X번가, X마켓 등등의 기존 오픈마켓들까지, 그리고 카X오, 네X버 등등 IT 업계의 유명 기업들 대부분이 광고로 돈을 버는 구조에서 DSP 업무를 내부화 시키려고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는 걸로 안다. (위에 언급한 어느 회사의 개발자 Dev 행사에 DSP 설명을 하던 발표자 분이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어버버거리더라며 제보를 주신 파비 클래스 수강생도 있다.) 여러 가지 명목으로 우리 회사를 찾아와서 사실상 실사하고 갔던 사건도 있고, 필자의 지인들에게 뒷조사를 했다는 이야기도 들어봤다. 많은 관계자들을 만나봤기 때문에, 그 조직들이 현재 어떤 수준의 인력으로 어떤 문제에 직면해있는지 꽤나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데, 최소한 윗 문단에서 자랑해놓은 저런 지식을 갖고 있는 Data Engineer 그룹을 보유한 조직은 없었다. (Data Scientist는 없다고 더더욱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들은 “해 봤다”는 관점에서 인력을 찾고, 파비에서는 절대로 쓰지 않을 기술 스택들과 파비에서 오래전에 폐기 처분한 구조의 DSP 서비스를 구현해 본 개발자들을 채용하더라. (그 개발자 Dev 행사 발표자료에 가성비가 나빠 오래전부터 우리 관심 밖이었던 기술 스택들이 주르륵 나열되어 있는 걸 봤다.)

아마 그들의 “구현 결과물”이 나오면 파비보다 수십배의 서버 비용을 쓰는데 타게팅 알고리즘의 기민한 변화에 대응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심지어는 제대로 타게팅이 돌아가기 어려운 서비스를 만드는데 많은 인력 비용을 썼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는 너무 오만한 표현으로 들리겠지.)

우리는 “해 봤다”에 크게 관심이 없다. 우리는 기본기를 잘 갖추고, 빨리 배울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우리가 지난 몇 달간 배웠던 것처럼, 배우려는 의지만 있다면 가르쳐 줄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꼭 파비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도전을 하는 조직이 “단순 구현”이 목표가 아니라 “성장과 발전”이 목표라면, “해 봤다”보다, “열정 있다”, “똑똑하다”는 부분에 더 많은 가산점을 줄 것이다.

 

나가며 – 스타트업의 가치란?

스타트업의 가치를 매기는 방법이 여럿 있겠지만, 파비의 관점은

기업의 가치 = 구성원 가치의 합 + 시너지

이다.

기업이 빨리 성장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이 남들보다 몇 배의 속도로 성장하고, 팀 워크가 잘 맞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인재 채용에 임한다. 회사가 더 성장해야 아직까지 못 했던 더 재미있는 도전을 더 쉽게 해 볼 수 있을테니까.

열정 있는 인재, 똑똑한 인재 분들과 함께 하고 싶다.

 


저 과제가 뭐냐고 궁금하다는 질문을 받았는데, 우리 서비스와 비슷한 Docker 하나 띄워서 구조 이해하고, 관련된 Doc을 읽고 우리 질문에 적절한 답을 하면 된다. 그렇게 어렵나… 우리가 너무 개발 기본기만 물어서 멘탈붕괴 시켜 놓은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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