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파비의 인재채용과 복지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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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이 나가고 난 다음 스타트업 Orbit에 있는 많은 분들께 다양한 종류의 피드백을 받았다. 그 중 듣기 가장 거북했던 말이

회사가 얼마나 여유가 있느냐에 따라 복지의 레벨이 결정된다

는 멘트였는데, 회사의 복지라는 단어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다른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파비에서 복지란 “우리가 해 줄 수 있는“의 개념으로 접근하지 않고, “직원이 얼마나 얻어갈 수 있는“의 개념으로 접근한다.

작게는 업무 내용에서 직원이 얻어갈 수 있는 것도 있고, 좀 더 범위가 넓어지면 업무 스타일에서 직원이 배워갈 수 있는 부분도 있으며, 더 큰 범위로 가면 직원이 얻어갈 수 있는 지식, 경험, 트랙 레코드, 프라이드, 건강 등등 단순히 눈에 보이는 급여 이상의 것들이 수 없이 존재한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히 예시를 들면, 연봉은 높지만 회사는 사람을 쥐어짜기로 악명이 높고, 1년 일하고 나면 뻗어서 최소한 석 달은 병원 신세를 져야하는데, 그 회사 다녔다는 이유로 동종업계에서 배척당하기 쉽상인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 회사에 입사 원서를 내는 순간부터 이미 독배를 들이킬 준비를 하는 것과 같다.

이전 글 (파비의 인재채용과 복지 – 1)의 마무리에서 반문했던 것처럼 급여가 복지의 1순위일 수도 있겠지만, 파비에서는 급여 이외에 직원에게 어떤 소프트 스킬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게 진짜 복지일까는 고민을 계속해서 하는 중이다. (그렇다고 급여를 적게 준다는 말은 아니다. 오해 No no)

 

채용자의 마인드

구인 공고를 올리기 전에, 인재 분에게 연락을 드리기 전에, 과연 우리 회사는 오고 싶은 회사일까는 생각을 항상 해 본다. 아마 대부분의 인재들에게 파비는 별로 관심이 안 가는 회사일 것이다. 당장 스타트업을 가면서 커리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뭔가 재밌는 업무가 있기 때문에, 혹은 특정 지식을 배우고 경험을 해 보고 싶은데 일반적인 커리어 Path에서는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스타트업을 가는게 아니라면, 보통은 스타트업에 관심 없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그런데 지난 글에 올린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인턴 면접 내용이나 백엔드 개발자 면접 내용을 보고 주변에서 “스타트업이 오겠다는 사람도 별로 없을텐데 그렇게 깐깐하게 면접보면 어떻게 사람 뽑냐”고 걱정해주는 말들을 여럿 들었다.

걱정해주시는 부분은 공감되지만, 작은 회사일수록 1명, 1명의 Manpower가 회사의 미래를 크게 좌지우지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백번 고민해봐도 더 채용기준을 낮추기는 어렵지 않나고 생각한다. (회사가 커지면 커질수록 채용기준이 더 올라가면 올라갔지, 내려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경력직 분들 대상으로 지난 2개월간 대략 25명 정도의 백엔드 개발자 면접을 봤는데, 4명에게 원하는 연봉보다 더 높은 금액의 오퍼를 날렸고, 2명만 오셨다고하면 너무 적나라하게 회사 상황을 밝히는 꼴이 될까? 참고로, 우리가 급하다고 연봉을 더 드린게 아니라, 면접 때 보여주신 내공을 보고 더 받으셔야되는 분이라고 판단해서 전 직장 연봉과 전혀 별개의 금액을 제안해 드렸었다.

다른 회사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연봉을 좀 더 아끼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난 글에서 밝혔듯이, 좋은 인재들이 모여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실력 우선으로 사람을 찾아다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서 직원을 채용한다는 건 그 직원의 미래를 떠 맡는 것이라고들 한다. 당장 월급을 제 때 맞춰서 줘야한다는 물질적인 개념을 넘어서서, 그 직원이 이직을 할 때 회사의 브랜드 가치 덕분에 이득을 볼 수 있도록 성장한 회사가 되거나, 최소한 유명 성장 기업군에 포함될 수 있어야 된다는 말이기도 하고, 또 그 직원이 많은 걸 배워서 자신의 노동 시장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스킬셋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줘야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민해봤다. 도대체 우리가 무슨 가치를 줄 수 있을까? 아니, 어떤 가치를 가져가실 수 있을까?

(Source: IMS Marketing)

 

파비에서 “가져갈 수 있는” 가치

경력에 플러스 알파가 될까?

면접이 끝나고 난 다음, 우리 요구 조건을 다 맞출 수는 없는 인재 분인데, 그렇다고 선뜻 거절하기는 고민되는 경우들이 가끔 있다. 그럴 때 이렇게 질문해본다.

이 분이 우리회사에서 1-2년 다니고 난 다음에 자기 경력에 플러스가 될까?

단순히 직장경력에 숫자가 올라가는게 아니라, 우리 회사에서 일하면서 배운 스킬셋이 이직하고 난 다음에도 큰 도움이 될까는 생각을 한다. 계속 재직하면서 더 성장하고 더 회사를 키우는데 함께하면 좋겠지만, 사람마다 다들 개인 사정이 있는거니까. 그래서 떠난다면 그래도 자기 인생에 도움되는 시간 1-2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게 보냈다는 생각이 들 수 있어야 하는게 맞지 않을까?

일반적인 경우에는 스타트업이 커리어에 도움되는 경우가 드물테니, 다른데서는 해 볼 수 없는 그런 경험을 제공해 드려야하지 얻을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새로운 도전

개발자들 중에 A 언어로만 개발했던 분들이 B언어를 새로 배우고 싶고, 단순히 배우는 수준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그 언어로 서비스를 출시하는 수준까지 능력치를 끌어올리고 싶은 분들이 있다. 우리는 Node.js로 서버 개발을 하는데, 정작 본인은 PHP나 JAVA 기반이어서 망설이면, 그런데 백엔드 개발에 대한 능력치를 갖춘 분들이라면 우리는 학습의 시간을 준다. 어지간한 실력자라면 2주~1달 정도의 시간 안에 충분히 새로운 언어의 구조를 이해하고 개발에 뛰어들 수 있을 것이다.

AD Exchange에서 초당 백만건 이상의 Traffic이 오는걸 감당할 수 있는 DSP 서비스를 만들다보니 Load Balancing 작업부터 Memory DB 설계, ELK 시스템 구축 등등 고려해야할 사항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이런 Traffic을 한국의 어지간한 회사가 감당한 기록은 없을 것이다. 그런 몇몇 회사가 아니면 이런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도 주어져 있지 않을텐데, 우리는 사업 모델의 성공을 위해서 필수적으로 갖춰야하는 시스템이다보니 도전하고 싶은 인재 분에게 좋은 공부거리가 될 주제가 아닐까? 한국에서 Redis나 MongoDB 정도의 Memory DB 쓰는게 백엔드 개발자들이 Memory DB 좀 써 봤다고 주장하는 레벨인데, 여기에 Cassandra나 CouchDB 쓰며 테스트하는 것도 모자라, Aerospike 나 Scylla 같은 신규 옵션들이 우리 서비스에 얼마나 더 잘 맞을지 내부 테스트 중이다. 이런 테스트를 위해 각 DB마다 문서를 다 읽고, 고민을 내부에서 함께할 수 있는 도전을 다른 회사에서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파비의 다음 도전은 쿠팡이나 토스의 그것처럼 사실상 은행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인데, 보안에 대한 큰 도전을 Scratch부터 만들고 싶어하는 분을 찾아다니고 있다. 이미 서비스가 상용화된 은행이나 위의 대형 스타트업에가면 유지, 보수 업무에 투입될지언정, 처음부터 만드는 경험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 본 경험

처음부터 만들어 본 경험, 끝까지 만들어 본 경험, 이런 경험은 꼭 개발에만 국한된 경험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M&A 업무를 했던 외국계 증권사에서도, 친구들이 몰려가 있는 사모펀드 업계, VC 업계에서도 마찬가지고, 건설업이건, 해외 세일즈건 상관없이, 처음 비지니스 설계부터 최종 결과물 Delivery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다 겪어본 분들에 대한 프리미엄은 항상 존재한다.

실력은 있으신 것 같은데, 처음부터 만들어 본 경험이 없어서 좀 걸리네요

괜찮은 개발자 이력서를 봤다 싶어서 개발 팀에 공유하면 가끔 듣는 말이다. 파비가 작은 회사라 직원 분들에게 해 줄 수 있는게 얻어가실 수 있는 게 많지는 않지만, 꼭 하나 얻을 수 있는 경험이 있다면 바로 서비스를 처음부터 자기 손으로 완성할 수 있도록 모듈식 작업을 한다는 거다.

전적으로 책임을 갖고, 어떻게 UI를 수정해야할까, DB구조를 어떻게 고쳐야할까를 끊임없이 고민해보고 직접 만들어 본 경험, 출시 후 시장 반응에 맞춰 서비스 보완, 업그레이드를 해 본 경험을 일반적인 조직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뛰어난 사수와 함께하는 경험

기획, 개발, 디자인 같은 IT업계 주력 인재 풀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직종을 가건 주니어가 혼자 뭔가 작업을 하고 있으면 항상 “내가 잘 하고 있는게 맞나?”는 의구심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뭐든 혼자서 다 한다는 독립심이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 본 경험”을 위해서 꼭 필요하기는 하지만, 반대로 그 독립심 때문에 온갖 문제를 다 안고 있는 시스템이 구축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어떤 직군이건 채용을 할 때 누군가를 가이드 해 줄 수 있는 시니어를 먼저 채용해야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데, 우리 주니어 개발자 중 한 분은 “제가 개발자 톡방에서 답변 제일 많이 하는 몇 명 중 하나인데, 정작 회사와서 팀장님하고 5분만 이야기해봐도 멘탈이 붕괴되거든요.”라는 말을 하더라. 비슷한 경험을 사회 초년병 시절부터 겪어봤기 때문에, 작은 조직일수록 사수 한 명이 팀 전체 퀄리티를 어떻게 결정하는지를 잘 알고 그에 맞춰 팀을 구성한다. 모르긴 몰라도 파비오면 자신감 백배였다가 ‘멘탈이 붕괴되는’ 경험할 일이 많을 것이다.

(이미 파비 블로그 글 몇 개 읽고 멘탈 붕괴로 악담 퍼붓는 짝퉁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분 엄청 많지 않나? ㅋㅋㅋ)

(Source: ONtrepreneur Academy)

 

파비에서 가치를 “가져가실 수 있는 분”들

준비된 지원자

한 100번은 떨어지고 힘들다고 그래야지. 회사도 사람 찾기 힘든건 똑같애

학부 4학년 시절, 남들처럼 외국에서 오래 살다온 경험도 없고, 그렇다고 부모님 덕택에 인턴 경력을 빠방하게 채운 경우도 아닌지라 거의 대부분의 외국계 증권사 서류 컷을 당하던 시절에 선배 한 분이 해 주셨던 말씀이다.

그런데, 한 10번쯤 연속으로 떨어지고 난 다음부터는 전략을 바꿨다. 그냥 그대로 계속 지원하면 영원히 떨어지기만 할 것 같더라. 이력서 내용을 갈아엎고, 면접 예상 질문만 생각할게 아니라, 전공지식 공부를 더 하고, 내 포트폴리오를 다시 만들면서 내공을 쌓았다.

파비에서 신규 채용 때문에 면접을 보다보면 의외로 준비가 안 된 지원자들을 많이 본다. 그렇게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태여도 누군가는 당신을 채용할지 모르지만,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한다면 남들이 원하는 직장에서는 모조리 고배를 마실 것이다. 면접 보면서 스킬이 늘어나는 경우도 드물게 있겠지만, 그것도 대답 못한 질문을 기억하고 학습 시간을 투자할 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개발자 기준으로 파비 면접에서 묻는 질문들의 수준을 생각해보면, 기본기만 잘 다져놨으면 누구나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인데, 그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못하는 실력이라면 무조건 빨리 찍어내는거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SI성 업무만 하는 회사들에서 경력이 쌓이고, 그런 상태가 계속되다가 더 나이가 들면 어린 개발자에게 밀려 치킨집 창업을 하는 코스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꽤나 장담할 수 있다.

 

직접 찾아다니는 지원자

가끔보면 매우 기분 나쁜 질문을 하는 지원자들이 있다. 스타트업은 불안해서 못 가겠다, 그렇게 작은 회사에 뭐가 있냐는 둥의 질문은 사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기분이 나빠지질 않는다. 우리 돈 없는거 아니지만, 그래도 돈 못 받을까봐 못 가겠다고 그래도 웃어 넘길 수 있다. 워낙 그런 스타트업이 많으니까. 그런데, 회사 소개하는 내용이 홈페이지에도, 블로그에도, 기타 다른 잡서칭 웹서비스들에도 엄청나게 널려있는데, 전혀 읽어보질 않고 그냥 나는 구글링하기 싫으니까, 읽어보기 싫으니까 니가 알아서 다 대답해~ 라는 식의 인재(?) 분들이 있다.

절대로 뽑지 않는다.

위에서, 그리고 이전글에서 여러번 강조했듯이, 10년 경력의 기획자들이 1년 고민해서 나온 기획서대로 개발하고 디자인하는, 말 그대로 시키는대로 따라하기만하는 업무를 스타트업에서 만나기는 매우 어렵다. 많은 일들이 Haphazardly 돌아가고, 출시된 앱을 갈아엎는 일도 얼마든지 일어난다. 그렇게 시장 트렌드 변화에 실시간으로 따라갈 수 있는 사람들이 스타트업에서 “Value-creation”을 할 수 있을텐데, 감나무 아래서 입 벌리고 감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스타일의 인재는 파비에서 원하는 인재와는 백만광년도 더 떨어진 분들이다.

직장 선택은 단순하게는 이력서 상에 한 줄이 될 수도 있겠지만, 심한 경우에는 자기 커리어를 송두리째 바꿀수도 있다. 근데 회사 홈페이지 한 번 안 들어간 티가 나는 질문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기 커리어에 관심을 갖고 열심히 사는 인재라고 할 수 있을까?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자기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남에게 미루는 사람이 어떻게 자기 업무를 충실하게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할까?

(블로그 글 한 두 개 대충 읽어보고는 “저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꿈꾸고 있는 XX대학 YYY학과 Z학년 입니다, A회사에서 B업무를 하는 C라고 합니다”라며 블로그 여러 군데서 찾아볼 수 있는 디테일을 틀린 메일을 쓰는 분들도 마찬가지다. 데이터 Science랑 Analysis랑 다른거라고 여러번 써 놨는데, “데이터 분석가가 되고 싶습니다”라던가, 책 추천 글이 몇 개나 있는데 “책 좀 추천해주세요”라던가, DNN이 블랙박스 아니라는 글이 몇 개나 있는데 “누가 블랙박스라던데요?”라는 질문하는 사람이라던가, 예전부터 학자들이 쓰던 통계 테크닉들에 불과하다는 글, 그런 지식 습득을 위해 수학 & 통계학을 석박 레벨로 공부해라는 글들이 블로그 안에 얼마나 많은데 “신기술이라서 선뜻 적용하기 쉽지 않습니다”는 반문하던 사람이라던가…)

 

지원자의 요건 – 스펙 게임 X, 실력 게임 O

S대 학부 후배들 중 구직자들을 만나게 되면, 머리 돌아가는 속도를 테스트 할 수 있는 간단한 계산 문제들을 몇 개 던져본다. 참고로 필자가 학부 갓 졸업하던 무렵 면접에서 100번쯤 떨어지던 시절에 받았던 질문이기도 하다. (그 중 수학 실력이 좀 필요한 문제는 여기 있다.)

공부를 손에서 놓은지 10년도 더 지난, 머리가 딱딱하게 굳은 학부 동기들도 척척 대답하는 센스 테스트 문제들을 학부 재학중인 후배들이 대답 못 하는걸보고 좀 의아했던 적이 있다. 이런저런 조사 끝에, 수시 모집으로 대학 들어간 경우에 기대치 이하의 센스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을 찾았는데, 필자의 재학 시절에도 뭔가 잘 모르는 특이한 수시 모집으로 왔던 동기들에게서 “Speed of Thought”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던 점, 그리고 요즘은 수시 모집이 대부분인 점을 고려해보면, 더 이상 학벌이 Screening 작업에 무슨 의미가 있을지 심각한 의구심이 든다.

(특히 명문 4년제 대학 졸업한 사람이 사소한 맞춤법을 반복적으로 틀리면 “그 대학은 어떻게 가셨나요?”라는 질문이 안 나오기 정말 어렵다.)

원래부터도 학벌주의자가 아니라 철저하게 능력지상주의자였지만, 지난 몇 년간 비슷한 사례를 많이 겪고 난 다음부터 최소한 어떤 스펙은 되어야 채용하겠다는 관점에서 탈피해서, 어떤 스킬셋을 가진 인재인지에 대한 관점으로 접근한다.

누군가는 학교와 전 직장이 그 인재의 능력치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잣대가 아니냐고 생각하던데, 위의 사례에서 보듯이 학벌이 더 이상 능력치에 대한 적절한 Barometer가 되지 않는 시대가 왔고, 국내 대기업이나 유명 스타트업 출신 개발자들 중 심각하게 실력없는 몇 분을 만나고 난 이래 유명한 회사들의 Screening 작업도 믿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접근 관점을 바꾸고나면, 그 분이 무슨 직장을 얼마나 다녔는지, 어떤 학교에서 무슨 공부를 했는지는 이슈가 안 된다. 사실 가장 본질적인 질문은 업무 이해도가 얼마나 높은지, 그걸 짐작할 수 있을만한 질문들에 얼마나 명료한 답변을 하실 수 있는지가 아닐까? 우리는 그렇게 본질로 돌아왔다.

(Source: CrossFit at Monroe Mill)

 

나가며 – 브랜드 가치 

파비 설립 초기 투자사들과 미팅을 하다보면, VC 분들 중 일부가 스타트업 대표들을 깔보고 설명하는 톤으로 밸류에이션이란 뭔가, 투자란 뭔가에 대한 mensplain 모드에 들어가시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저 XXX IBD 에서 버틴 놈입니다.”라고 한 마디하면 바로 불편한 대화를 종결시켜버릴 수 있었다. 그들이 설명하려고하는 주제로 외국계 증권사 IBD가 당신들보다 상위 티어의 직장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괜히 아는체하다가 밑바닥이 드러날 수도 있겠다고 겁을 먹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 중 일부가 해외 모 유명대학 MBA를 나왔다며 자기 부하 직원에게 Cost of Equity 계산하는데 CAPM이라는 공식을 쓴다는 걸 칠판에 써가며 굉장히 멋있게(?) 설명했다면서, 역시 MBA를 나와야 그런 지식이 쌓이는 것 같다고 하던 부하직원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거 학부 3학년 재무관리에서 다 배우는 내용이다. 학부 4학년 수준 수업에서 평균으로 회귀하는 Return process를 놓고 CAPM을 어떻게 수정해야 합리적인 Beta값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다양한 고민을 배우게 되는데, MBA 학생들한테 그런거 가르치면 분위기 안 좋아지기 때문에 보통은 피상적인 지식만 던지고 넘어간 걸 생각해보면, VC업계의 어지간한 분들이 밸류에이션이라는 주제로 전직 IBD Analyst + Finance Theorist 앞에서 주름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조금만 실력 없어도 파리 목숨으로 짤리던 외국계 IBD 업계에서 교포도, 부잣집 아들도 아닌 인간이 오직 실력으로만 살아남은 경험이 겉 멋 가득한 MBA들 앞에서 먹히는 걸 보며, 파비가 제공해드릴 수 있는 가치 중 가장 지원자 분들께 도움이 될 만한 가치가 뭘까에 대한 답을 얻었다.

(힘들겠지만 그래도) 채용 기준을 계속해서 높게 가져가는거다.

저 회사에서 살아남은 사람이라면 분명히 자기 분야만큼은 제대로 잘 하는 분일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는 회사, 파비에서 어떤 업무를 맡았다는 이유로 면접관이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을 수 있는 회사, 그런 회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작은 스타트업 주제에 너무 욕심이 많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