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 어드바이저는 정말 사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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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인간 펀드매니저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창출할 수 있다는 서비스들이 있다. 공식 명칭은 로보 어드바이저다.

그동안 파비블로그에서, 운영 중인 파비클래스에서 꾸준히 로보 어드바이저가 인간 펀드매니저보다 더 나을 이유가 없음을 설명해왔다. 그 논리의 가장 밑바닥에는 자산 수익률이 정규분포를 따른다는 대명제가 깔려있었다. 정규분포를 따른다는 말을 쉽게 풀어 설명하면 랜덤을 따른다는 말이다. Random Walk 데이터를 모으면 정규분포가 나오니까.

물론 작전 세력 개입, 정책 이슈 등등 수많은 이유로 모든 순간에 정규분포를 따르지는 않기 때문에, 그걸 제대로 간파할 수만 있으면 장기간 시장 수익률을 이길 수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그래도 워낙 고려해야하는 요소가 많기 때문에 항상 이기지는 못 한다.

이걸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한다고하면

  • 인간 펀드매니저의 투자 전략을 자동화하는 시스템
  • 과거 주가 수익률 움직임이 특정 조건에서 반복될 것이라는 기대로 만든 자동화 시스템

정도가 담당자들이 만들어 볼 수 있는 알고리즘일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알겠지만, 기존의 Prop-desk쪽 Quant들이 하던 업무와 전혀 다르지 않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로보 어드바이저라는 회사들이 위의 가능성 범위 밖에 있는 경우를 만나지 쉽지 않을 것이다.

 

자동화가 정말 더 필요한 곳은 어디일까?

인간이 시장을 이기지 못해도 로봇은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하는 근본적인 출발점은 알파고겠지만, 그렇게 딱 짜여진 룰에서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정해진 영역 말고, 데이터 생성 프로세스 (Data Generating Process, DGP) 자체가 랜덤분포를 따르는 곳에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그럼 로보 어드바이저는 아예 무의미한 사업 모델일까?

그냥 사람 쓰는 수수료 조금 줄여주는걸로 끝일까?

여기서 한번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그동안 펀드매니저들이 하던 업무가 과연 시장을 이기는 것만 있었나?

인공지능이라는 용어가 사실은 자동화의 마케팅 용어가 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하고 다시 보면, 이렇게 다시 질문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펀드매니저의 업무 중에 자동화가 필요한 부분이 어디일까?

좀 더 고급 지식이 들어가서 자동화 작업으로 시장의 비효율성을 개선 시킬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에 대한 대답이 로보 어드바이저의 필요성에 대한 적절한 답이 될 것 같다.

 

Index Fund 거래비용 최적화 알고리즘이 필요한 이유

사실 펀드 자금이 운용되는 곳의 대부분은 굉장히 보수적인 투자 전략에 따른다.

당장 KOSPI, KOSPI 200 등등 인덱스와 수익률을 맞추는 펀드만 놓고 보자. 전체 펀드 시장의 40%가 넘는 돈이 인덱스 펀드에 들어가 있다. 시장이 안 좋을 때는 그 비율이 더 올라간다.

수익률을 맞추려면 이론적으로는 KOSPI 구성방식과 똑같은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된다. 삼성전자 8%, SK하이닉스 5% 등등등

근데, 개별 자산 수익률이 KOSPI 등락과 완벽하게 동일하게 움직이는게 아니기 때문에, 오늘 KOSPI를 복제한 포트폴리오는 내일되면 다른 값으로 바뀐다. 며칠 더 지나면 심하게 다른 값으로 바뀌어 있다.

그렇다고 시간 단위로 자산을 사고 팔고 있으면 거래비용이 너무 많이 나온다. 큰 펀드들은 한번에 사고 파는 금액도 크기 때문에, 시장 Depth가 깊지 않으면 가격을 크게 바꿔버리면서 더 복잡한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전문용어로 Markov Decision Process라고 한다.)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N bp 이상 스프레드가 벌어져야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한다. 50bp, 100bp 이런식으로 자기들만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참고 100bp = 1%) 좀 설렁설렁 대응하는 펀드는 스프레드가 2% 안쪽이면 자산 재분배를 안 하고, 심한 회사들은 5%까지 기다리는 것도 봤다. (솔직히 5%까지 기다리는건 좀 심했다고 생각되기는 하는데…)

 

Index Fund 거래비용 최적화 알고리즘 구성방식

시장 수익률과 같이 움직이라고 만든 펀드인데, 항상 시장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이유로 저렇게 내려놓고 서비스하는걸 묵인해줘야할까?

혹시라도 시장 수익률과의 변동폭을 줄일 수 있는 알고리즘을 수학적으로 더 세련되게 만들 수 있다면?

그래서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자주 안 해도 되도록 만들 수 있다면?

서비스의 퀄리티도 개선되고, 거래비용이 확 줄어들겠지?

이걸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1차 Moment에 해당하는 자산 수익률만 볼게 아니라, 2차 Moment에 해당하는 분산, 공분산도 봐야하고, 가끔씩 정규분포가 깨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서 3차, 4차 Moment인 Skewness, Kurtosis 값들에 대한 고려도 된 모델을 돌려야 한다.

High-order Moment를 고려하는건 논의 관점이 좀 다르기 때문에 논의로 치고, 그리고 Index보다 돈을 더 벌었다, 덜 벌었다는걸로 잘했다/못했다가 결정되는게 아니라, 변동폭이 비슷해서 포트폴리오 구성을 안 바꿔줘도 되느냐는 관점으로 잘했다/못했다를 평가해야한다.

변동폭이라는 관점에서 2차 Moment만 놓고보면, Vol만 볼래, Vol의 Index를 볼래, 아예 공분산을 놓고 개별 주식 단위에서 바라볼 것이냐, 유사한 그룹 포트폴리오 레벨에서 비교할 것이냐에 따라 여러 각자도에 변동폭 연동 값의 차이를 최소화시키는 방법을 고민할 수 있다. 주가 수익률이 시계열의 몇몇 특징을 따른다는걸 감안해서 Index와의 Vol 차이를 최소화하는 Portfolio를 뽑는 모델에 사이즈를 고려하고, 시장 상황을 고려하는 팩터들을 추가하는 재미있는 모델들이 참 많더라.

관련해서 연구도 이미 많이 되어 있고, 미국에서는 치열하게 업데이트가 이뤄지는 분야고, 국내 대학 교수로 계신 선배님 몇 분이 이걸 사업화해보려고 시도하시는 것도 봤었다.

시장에 한번씩 출렁임이 있을 때마다 재조정을 꾸준히 해줘야되는 모니터링 비용을 잔뜩 지불하는 현재의 주먹구구식 작업 대비, 저런 모델 기반의 거래 알고리즘을 붙여놓으면 훨씬 더 저비용으로 Index Fund를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이걸 단순히 Neural Network를 돌린다고 뚝딱 결과값이 나오는 건 아니고, 합리적인 수학 모델을 만들어야 되는데, 잘 만들어진 알고리즘으로 거래비용을 줄이면 운용비가 줄어서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느껴지는 수익률은 더 높아질 듯.

보너스로 Index Fund 운용에 투입되는 인력 숫자도 확 줄일 수 있겠지.

 

현실 가능성

필자보다 훨씬 더 똑똑한 천재들 몇 명이 기존 연구 자료를 이해하고, 실제 데이터를 돌려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시장에 적용하면서 실제 거래가 들어갈 때 시장 Depth에 따라 얼마나 모델대로 작동하게 될지를 따져보는 작업을 해야될 것 같기는 한데,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아마 한국, 중국, 일본, 홍콩처럼 몇몇 상장사가 주도하는 시장에는 사이즈 팩터에 맞춰 모델이 수정되어야할테니 미국이나 서유럽 알고리즘을 그대로 쓸 수도 없어서, 아시아 시장에서는 꽤나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다만, 그런 천재 몇 명이 뭉친 팀을 만들기가 엄청 힘들고, 천재들이 굳이 그렇게 고생하지 않아도 다른 옵션이 널려있고, 결정적으로 합리적인 보상을 다 해주려는 증권사를 한국땅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시장 자체가 크질 않아서 이득도 많지 않으니까, 또 인력 비용이 싸니까, 큰 돈을 써서 저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는 증권사는 거의 없을 것이고, 있다고해도 똑똑이들 몇 명 이상이 투입되어야할텐데 그런 똑똑이들을 쉽게 찾을 수 있을까? 그 전에 저 프로젝트의 가치를 이해하는 금융사를 만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아마 국내 증권사 대부분은 이런 업무를 최저가 외주로 굴리고 있거나, 전문적이지 않은 내부 인력들로 운영 중일 것이다. 그래도 큰 문제 없이 굴러갈 수 있으니까. 5% 스프레드에 시장이 규제를 가한다면 모를까, 그런 상황도 아니고. 괜히 저런 시스템 만들면 비용 대비 효과가 안 나올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이걸 VC업계에 한번 던져보면 어떠냐는 질문도 받았는데, 잘 모르면 투자를 안 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서, Index Fund의 거래비용을 줄여줄 수 있는 수학 알고리즘이라는 표현을 이해하고 투자하려는 VC가 과연 얼마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외국에서는 수요가 있다고 그래봐야 잘 모른다고 발을 뺄듯. 이해한다. 모르면서 묻지마 투자는 항상 위험하다.

저 모델을 사업화 하시려던 파이낸스 교수 선배님들처럼 한국에 인재가 참 많은데, 위와 비슷한 이유로

  • 현실적으로 진짜 가능한 프로젝트,
  • 한국의 기술력을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는 프로젝트,
  • 그렇지만 돈벌이가 잘 눈에 안 보이는 프로젝트

에 투자금이 들어가지 않고, 정작 투자금이 들어가는 곳은 돈을 가진 사람들이 들으면

  • 쉽게 이해되는 프로젝트,
  •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서비스
  • 혹은 기술력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프로젝트

에 국한되는 것 같다. 전문가 아닌 사람이 전문가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현실도 문제이긴 하겠지만…

 

나가며

인공지능이라는 표현만큼 로보 어드바이저라는 표현도 일반 대중에게 왜곡된 형태로 알려져 있는 것 같은데, 결국 사용자가 일반 대중이니까

알파고처럼 인간 펀드매니저를 이기는 로봇 알고리즘으로 수익률을 낸다

는 표현으로 밖에 홍보하기 힘든 상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래도 뒤에서는 제대로 된 수학 지식이 담긴 모델이 돌아가서 우리나라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로보 어드바이저가 운영되면 좋겠다.

당장 저 위의 Index Fund용 거래비용 최적화 알고리즘만 돌아가도 주식시장에 지금보다 Friction이 훨씬 더 줄어들 것이다. Index Fund 조정이 줄어드니 이유없이 매수/매도 잔량이 왕창 쌓여있는 경우가 줄어들고, 덕분에 통정거래, 자전거래 잡아내기도 훨씬 쉬워지겠지. 펀드매니저들에게 커리어의 무덤처럼 인식되는 Index Fund쪽 자리도 줄어들고, 그만큼 증권사 인력 풀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저런 수학 모델이 하나씩 하나씩 추가되면서 시장 안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단순히 투기판으로 인식되지 않고, 시장 가격이 좀 더 현실을 반영하게 만드는 일은, 물론 투기꾼이나 다름없는 작전세력도 제압해야겠지만, 그 전에 거래 당사자들이 얼마나 퀄리티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느냐에도 많이 좌우되지 않을까?

로보 어드바이저가 마냥 사기냐고 물었을 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변명을 해 보고 싶었다.

 


왜 이 사업 안 하냐, 사실은 안 되는거 아니냐는 질문을 받아서 짧게 답변 드립니다.

사실 좀 하고 싶은데, 엄청 많이 하고 싶진 않고, 모든 걸 다 떠나서 아무도 투자금을 쏠 것 같지 않아서, 설득하는 시간이 인생을 버리는 시간이 될 것 같아서 안 합니다ㅋ

언젠가 저희 회사가 돈 좀 많이 벌고, 외부 투자금에 의존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돌릴 수 있는 덩치가 되고, 자산운용사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면 도전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