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커뮤니티는 주작이다 (feat. 조선족 게이트)

2769

사업 초기에 파비 클래스와 블로그만 운영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사소한 광고비들을 써 봤는데 전부 다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블로그가 구글 검색 노출에 특화되도록 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고민을 하던 시절이었다.

한번은 Neural Net이 블랙박스가 아닌걸 증명하려고 행렬을 이용해 Forward Network 계산을 하는 예시 코드를 친 적이 있는데, 페이스북 커뮤니티 어느 곳에서 퍼갔는지 하루 50명도 안 오던 블로그에 2,000명이 왔다. 당연하겠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그냥 갖다 쓸 수 있는 코드 아니라며 욕하는 댓글도 많이 달렸고, 재방문율 or 다른 글들을 더 읽고 간 비율은 엄청 낮더라. 데이터 사이언스가 코딩이 아니라 수리통계학이라는 걸 일깨우는 용도로는 적절했을지 몰라도, 사람들을 모으고 가둬놓는 용으로는 별로였다는 뜻이다.

그 사건 덕분에 파비 블로그 링크가 찍혔던 페이스북 어느 커뮤니티를 찾아가니 하루에 글 100개 정도 올라오고, 거의 대부분은 구글 검색으로 Stack에서 5분 안에 답을 찾을 만한 코딩 관련 질문 글만 올라오더라. 비슷한 목적을 가진 다른 커뮤니티들 중엔 하루 글이 300-400개 정도 올라오는 곳도 있었는데, 내용들은 비슷했다. 잠깐활동을 하고나니 월 XXX만원을 줄테니까 꾸준히 답변 좀 올려달라고 하던데, 내 사업이 중요한거 아니냐? 그리고 영어 기본만 해도 Stack에서 5분만에 답 찾을 내용들을 한국말 질/답 올리는걸로 즐기고 있는 저질 커뮤니티와 엮이고 싶지 않아서 발을 뺐었다.

파비캐시에 커뮤니티 기능을 붙이며 조금씩 서비스를 키워가고 있는 요즘, 당시와 비슷한 경험들을 굉장히 많이 겪고 있다. 몇 가지 정리해보면,

  1. 대부분의 유저는 거의 바로 튕겨나간다
  2. 나도 돈을 내고 싶을 수준의 전문적인 컨텐츠는 소비자가 너무 적다
  3. 다수를 위한 컨텐츠가 있고, 소수를 위한 컨텐츠가 있다 (ex. 파비 클래스는 극소수를 위한 컨텐츠다)
  4. 당시 페북 커뮤니티들은 “활성화 된 것처럼 보이는” 컨텐츠의 타겟을 다수를 위한 컨텐츠로 잡았을 뿐이다
  5. Stack 5분 검색짜리 질문 대부분은 아마 자기네가 고용한 알바들이 “생각없이”, “긁어와서” 올린 컨텐츠였을 것이다

돈 벌이가 목적이었을 이쪽 커뮤니티들에게 필자같은 사람은 “분위기 족치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저 사람은 틀렸고, 여기서 Stack 5분검색짜리 코딩 수준 컨텐츠만 보면 충분하다고 꼬드겨서 사람을 끌어모아야 성공하는 조직이었을테니까. 아마 강남 일대의 대다수 IT학원들도 마찬가지였겠지.

나같은 사람들이 만족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었다면 그들은 망했을 것이다. 코딩이 아니라 수리통계학이 핵심이라는 걸 아는 사람 중에 몇 명이나 영어권 커뮤니티들을 놔두고 한국어로 된 개발자 커뮤니티나 다름없는 곳에 정착했을까? 있긴 있었겠지. 몇 명?

참고로 파비 블로그 글 1달 최대 방문자 숫자는 Google Analytics 기준으로 3만명이 조금 안 된다. (광고 안 하고 순수 구글 검색 쿼리로만 모은 MAU다.) 파비 블로그 힐난하는 어느 개발자 블로거가 “데이터 과학 관심있는 사람 중에 그 블로그 안 가본 사람 없을 것이다”라고 하던데, 그 최대 MAU 3만 중에 거의 대부분은 코딩이라고 세뇌된 개발자들이었을 거라고 꽤나 장담할 수 있다. 파비 블로그 글 읽고 무시당하고 빡쳐서 딴데 욕한 걸 참 많이도 봤다ㅋㅋ (당신들의 빡침 덕택에 많은 사람들이 정신차렸을 것 같은데?)

장담컨대 한국어 사용자 중에 필자가 말하는 수준의 Data Science 관련 컨텐츠를 이해하고 적절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 숫자 최대치가 만 명이 안 될 것이다. 안타깝지만 최대 만 명을 대상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어서 질문에 계속 답을 해줘가는 유지비용을 대면서 돈 벌이가 되는 커뮤니티는 없다.

Note;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회사 명 제거

(Source: 크몽, 커뮤니티로 검색한 결과)

파비캐시 유저 기반 확대를 위해 결국 앱 내에 커뮤니티 기능을 붙이기로 결정하고 난 다음 여러 stage의 커뮤니티들을 보면서 어딜가나 똑같구나는 생각도 했고, 심지어 이걸 만들어서 몇 천, 몇 만명짜리 조직을 만든 다음에 돈을 받고 파는 커뮤니티 운영 전문가(?)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위의 스크린 샷 참조)

아마 그런 사람들을 고용했으면 날더러 파비 블로그는 메세지가 너무 강하다, 쉽게쉽게 접근할 수 있는 컨텐츠로 바꿔라, “진리는 광장에서 떠들 필요 없다” 같은 구박을 줬을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이야기를 업계 관계자 분들로부터 2019년 내내 들었다.)

이런 저런 경험들로 몇 가지 알게 된 사실(?)을 정리하면,

  1. 세상에는 99%의 컨텐츠 소비자와 1%의 생산자가 있다
  2. 커뮤니티의 생성은 유저 유입이 아니라 고급 컨텐츠가 쌓이면서 시작된다 (검색과 입소문은 거들뿐이다)
  3. 실제 유저가 양질의 컨텐츠를 공급하는 일은 기적같은 사건이다
  4. 결국 모든 커뮤니티는 주작으로 만들어낸 컨텐츠로 형성, 성장, 유지된다 (feat. 조선족 게이트)
Note: 한국 커뮤니티 지형 + 캐시 보너스 지형을 붕괴시키는 딥임팩트의 출현

1. 세상에는 99%의 컨텐츠 소비자와 1%의 생산자가 있다

컨텐츠 생산자였던 당시에는 어떻게하면 구글 검색에 파비 블로그가 걸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컨텐츠 생산자들에게 캐시를 지급하면서까지 플랫폼을 형성하려는 시점이 되고 나니, 세상에는 컨텐츠 생산자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꾸준히 양질의 컨텐츠를 생성하고 있으면 검색엔진은 (최소한 구글은) 당신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검색 엔진의 품질은 양질의 정보를 첫 페이지에 보여주는 능력이니까.

파비캐시의 유머게시판을 만들고 1,000명의 유저가 가입하는 동안, 100명도 Like를 누르지 않았고, 10명도 글을 올리지 않았고, 5명도 댓글을 달지 않았다. 심지어 핫게시판 올라가는 유머 글엔 1,000캐시, 유머 댓글에는 500캐시를 주고, Like를 누르고, 일반 댓글을 다는 등의 게시판 활동을 하면 추가 보너스 캐시를 준다고 했는데, 1,000명 기준으로 보너스 캐시를 받은 사람이 한 달 동안 1% 남짓에 불과하다.

돈 준다고하면 진짜인가 싶어서 실험삼아 주워 온 유머짤이라도 올려볼 줄 알았는데, (거의) 안 올리더라.

되려 돈 안 준다고 불평하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 후기만 하나 봤다ㅋㅋ

처음에는 우리 직원들만 글을 올렸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1%의 유저들이 컨텐츠를 공급하기 시작하던데, 캐시를 준다고 하는데도 이정도면 다른 커뮤니티들은 어떨까? 월 유저 20만명이라는 어느 커뮤니티에 유저 ID를 기준으로 관리자가 운영하고 있는 것 같은 유저 냄새가 나는 계정, 홍보하려고 침투한 것 같은 계정을 빼면 실제로는 아무리 많이 잡아도 2,000명 남짓의 유저들만 컨텐츠를 만들고 있더라.

스마트폰, 타블렛, 노트북 같은 IT기기를 1달이상 쓰지않고 기변을 하는 심각한 기계 마니아인데다 (파비 클래스 재수강하신 분들은 필자가 같은 노트북을 쓰는 걸 본 적이 없을 것이다ㅋㅋ), 몇 년간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을만큼 글 쓰기에 거부감이 없는 필자가 커뮤니티에 IT기기 리뷰글을 쓴 적이 5번이 안 되는 것 같다. 그것도 특정 커뮤니티에 레벨업을 해야 볼 수 있는 컨텐츠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썼던 것들이 대부분이다.

2. 커뮤니티의 생성은 고급 컨텐츠가 쌓이면서 시작된다

그럼 도대체 누가 글을 쓰냐? 글을 쓰는 계층은 3종류다.

  • 커뮤니티 운영진 (1.9/3)
  • 바이럴 마케팅을 위해 잠입한 유저그룹 (1/3)
  • 진성유저 (0.1/3)

두번째 그룹은 그 커뮤니티가 대형 커뮤니티가 되기 전까지는 안 들어온다. 제대로 된 글 하나 쓰는데 얼마나 큰 노력이 들어가는데, 굳이 사람도 없는 커뮤니티 스타일에 맞춰서 글 올리느라 수고할 필요가 없다.

결국 커뮤니티의 생성 및 성장기에는 커뮤니티 운영진이 (자기 스타일로 북 치고 장구 치며) 시간과 노력과 돈을 부어서 그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신규 유입 유저 입장에서 그 커뮤니티가 머리속에 박히려면 재미있다, 유익하다는 종류의 긍정적인 정보가 강하게 쌓여야한다. 블로그 글 한 두개 정도 즐겨찾기에 등록하는 수준이 아니라, 내 정치성향에 딱 맞는 글이 너무 많다, 내가 찾던 차 정보가 다 모여있다, 내가 돈 주고 사야했던 전공과목 정보를 깔끔하게 정리해놨다 등등의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컨텐츠들이 가득 쌓여있어야 한다. 굉장히 힘든 작업이다.

 

3. 실제 유저가 양질의 컨텐츠를 공급하는 일은 기적같은 사건이다

그렇게 장기간 고급 컨텐츠를 공급해서 대형 커뮤니티가 되면 이젠 순수 유저들이 컨텐츠를 생산하겠지…라고?

좀 더 정확하게는 컨텐츠를 제공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온갖 종류의 활성화 방안을 다 써야한다.

개발 커뮤니티, 혹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게도 관련있는 커뮤니티로 Github을 들 수 있을텐데, 처음부터 유저들이 편하고 좋다고 썼나? 누가 컨텐츠를 공급했지?

유저 편의성을 계속 업데이트해주면서 공짜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그런데 썩 나쁘지 않은 자료가 지속적으로 공급이 됐다. 누가 공급했을까?

나는 실제 유저인데 내가 공급한 자료가 얼마나 많은데 무슨 소리냐고? 주변에 개발 경력 5년, 10년차이신 실력있는 분들이 Github 페이지 잘 관리하는거 얼마나 봤냐? (실체없는) 명성에 취한 극소수 개발자를 제외하면 Github 을 열심히 관리하는 시니어 개발자를 본 적이 없다.실력 보여줄 방법이 많으니 관심이 없더라.

컨텐츠 공급이 꾸준히 있는 것처럼 만들려고 “Github에 자료 많으면 인터뷰 온다, 취직하기 쉽다” 등등 다양한 종류의 홍보도 했었고, 심지어 인도에 있는 저가 IT인력들을 대규모로 동원해서 장기간 “주작질”을 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개발자 입장에서 편해서 썼다면 할 말이 없지만, 그 커뮤니티의 성장을 위해서 본인이 뭔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면 꽤나 큰 착각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당신은 소비자였을 뿐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다고 본인이 그 SNS의 컨텐츠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게 정상이지 않을까?

Note: 조선족 게이트 관련 글, DC Inside 우한갤러리 펌

4. 결국 모든 커뮤니티는 주작으로 만들어낸 컨텐츠로 형성, 성장, 유지된다

우리나라의 많은, 아니 거의 대부분의 커뮤니티들은 관리자가 만들어낸 컨텐츠, 바이럴 홍보를 위해 침투한 세력이 만들어낸 컨텐츠로 운영된다. 그러다가 관리 잘하던 직원 몇 명이 떨어져나가면 그 시스템은 무너진다. 댓글 조작단에게 돈을 안 주면, 정말 정신적인 믿음을 갖고 있는 일부는 계속 댓글 조작을 할지 모르지만, 대다수는 밥벌이 할 일을 찾아야한다. 댓글 조작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조선족 게이트

최근에 커뮤니티 학습을 위한 눈팅질 + 가입 + 글 쓰기를 하며 조선족 게이트에 대한 여러 커뮤니티들의 반응을 봤다. 정치적 성향과는 별개로, 엄청난 숫자의 조선족 댓글 부대가 한국의 IT산업 곳곳에서 “양념”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아마 반대 세력들도 마찬가지 작업을 하고 있겠지. 저 위의 채팅 글도 특정 집단의 의도거나, 그들의 의도를 대신 반영해주고 있는 1인의 작업 결과물일 뿐이다. 인터넷에 의도 없는 글과 댓글은 과장을 섞어 0.1%에 불과하다.)

크몽같은 외주 서비스 매칭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커뮤니티 침투, 댓글 마사지 작업 등등에 대한 단가가 어느정도 정해져 있다. 돈을 받고 그런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 시즌이 되니까 정치인들이 이런쪽으로 큰 돈을 쓰고 있다는 확인해줄 수 없는 소문도 자주 듣고 본다. 돈을 안 받고 순수하게 그 서비스에서 정보를 얻고 있는 우리 모두는 결국 돈 쓰는 소수의 바이럴 마케팅에 끌려다니고 있는 것 밖에 안 된다.

(현재 준비중인 카테고리 게시판)

나가며 – 운영 비용의 외부화

커뮤니티들이 저렇게 주작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나니 사업 모델이 명확해졌다. 어차피 우리 서비스는 광고 타게팅으로 번 돈을 유저들에게 (최대한 많이) 돌려주는 걸 목표로 한다. 그럼 양질의 컨텐츠를 주작 알바들에게 만들어라고 할게 아니라, 일반 유저들에게 만들고 그만큼 합당한 보상을 받아가라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면 되겠다는 결론이 섰다. 아마도 컨텐츠 생산을 하는 그 1%가 수익을 얻고, 나머지 유저는 광고 노출에 따른 약간의 캐시만 받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앱 출시 1주만에 10만 캐시를 벌고, 또 누군가는 1캐시 받고는 불평만 앱 스토어에 쓰고 가겠지.

가만 생각해보면 YouTube가 비슷한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예전에 서버 비용만 처묵처묵한다고 욕을 먹던 시절을 지나서, 일반 유저들중 일부 능력자가 다양한 컨텐츠를 공급하고 있고, 그 중 양질의 컨텐츠들을 끼워넣은 광고와 더불어 소비되는 상품으로 만들어놨다. 저품질 컨텐츠 공급자는 컨텐츠 생산비만 쓰고 욕하고 떠난다.

지난 한 달간 유머 컨텐츠로 간을 봤는데, 새로운 카테고리를 추가하면서 영역을 확장하기로 했다. 영어권에서 Reddit이 우리가 목표하는 서비스의 모양과 가장 비슷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