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직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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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한 명 뽑기가 참 힘든 스타트업을 운영한지 1년 반쯤 되었다. 여전히 우리가 낸 상품은 고객 반응이 더디고, 여러 괴로움이 많은데, 그 중 가장 큰 괴로움은 역시 인재 채용이다. 남들이 들으면 평범하게 느껴질만한 이야기들 말고, 진짜 퐝당무게한 내용들을 좀 글로 옮겨볼까 하는데, 채용하는 사업주의 고충이 조금이나마 전달되었으면 한다.

(Source: Comm100)

고백녀

여직원이 한 분 있었다. 뽑아놓고 나니 그렇게 일을 잘하는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한 명이 아쉬운 회사라 꾹 참고 일을 주고 기다리며 하루하루 업무를 했는데, 어느 날 뜬금없이 고백 편지를 내 책상에 놔뒀더라.

괜한 오해를 사기 싫어서 단칼에 거절했는데, 거절당하고부터는 자기 마음대로 출퇴근 시간을 정하고, 자기 멋대로 휴가를 썼다. 휴가라고 말도 안 하고, 출근해서도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데, 노동법이라는게 참 더럽고 치사한게, 사업주가 노동자를 마음대로 해고하면 회사에 여러가지 피해를 준다.

꾹 참고 1달을 버텼는데, 어느 날 자기가 일을 얼마나 잘하는데 이렇게 푸대접이냐, 여자 대접 안 하냐고 화를 막 내더니 사직서를 내고 나갔다.

 

뒤끝 작렬

우리 회사가 초창기부터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다들 아시다시피 데이터 사이언스 강의를 운영하는지라 관련해서 평생교육원 인가를 받았다.

누군가가 우리 회사가 기업부설연구소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고 신고를 넣어서 담당관이 회사에 2번이나 찾아왔다. 사무실이 구획이 여러개로 쪼개져서 연구소 부분이 있고, 평생교육원 부분도 있고, 그 외 업무시설 부분도 있다. 아무리 작은 회사라지만.

연구소 문제로 처음 찾아오신 분은 멀쩡하게 구획 나눠놔서 꼬투리 잡을게 없으니 현판이 떨어진걸 문제삼으셔서 5만원짜리 새 현판을 달았고, 두번째 오신 분은 연구소 업무 상황에 대한 보고서만 받고 가시더라.

그걸로 끝날 줄 알았는데 그 다음엔 평생교육원 담당인 교육청에 우리 회사가 불법으로 교육업을 하고 있다고 신고를 넣었다. 어차피 10명 미만 대상으로 하는 강의는 세금 신고만 제때하면 아무 상관이 없는 걸 알고 있고, 그 후에 강의 규모가 커지길래 절차를 밟아놨는데, 교육청의 민원담당 공무원도 괜히 문고리 잠금쇠 바꿔라는 지적만하고 갈 수 밖에 없었다.

위의 두 케이스는 제보자가 누군지 알려주질 않아서 누구라고 딱 지목을 할 수는 없지만 우리 사무실 사정을 매우 잘 아는 사람… 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 3번째로 민원 담당 공무원 연락을 받으면서 비로소 실력없어 회사에서 쫓겨난거나 다름없는 그 직원의 뒤끝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직원이 퇴사하고 1년이나 지나서 고용노동부에 급여를 덜 받았다고 신고를 했는데, 민원 담당 직원이 3자 대면 하자고 연락이 왔었다. 3자 대면 요청오면서 그 직원 이름을 못 들었으면 영원히 누군지 모른채 의심만 가진채로 지나갔겠지.

급여 다 줬고, 증거서류 다 있다. 근로계약서도 있고, 급여대장, 통장 내역도 다 있으니 만나자, 단, 정확하게 무슨 돈을 어떻게 안 줬는지 민원인에게 확인해주시면 혹시나 빠질지도 모르는 서류를 완벽하게 준비해가겠다고 민원 담당 직원께 말씀 드렸다.

2주일쯤 후에 확인차 연락했더니, 급여 덜 받았다던 민원인이 그리고는 더 연락이 없단다. 3자 대면하면 그 동안 자기가 했던 짓들이 다 까발려질까봐 무서웠을까?

민원 담당 직원에게 연구소, 평생교육원 관련 사건을 설명해주면서, 아무래도 같은 분인거 같다, 무슨 앙심을 품었는지 모르겠는데, 잘못한거 없는 스타트업을 너무 괴롭히지는 말아주셨으면 좋겠다고 가볍게 징징거리고는 대화를 정리했었다.

그 분이 지금 어디에서 뭘 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같은 방식으로 민원 담당 공무원이 한 번 더 찾아오면 더 이상 수동적으로 무시할 생각은 없다는걸 이 글을 통해 밝힌다.

민원 글 쓰실 시간에 일 더 배워서 능력있는 직원으로 성장하시면 좋겠다.

 

헬스장 지원

우리 회사가 직원들에게 매달 X만원씩 써서 헬스장 다니는걸 지원해준다. 아니, 줬다. 이젠 앞에 조건이 좀 걸려있다. (Y개월 이상 근속 등등)

어느 정신나간 직원 하나 때문에 걸린 조건이다.

회사 들어오면서 1년짜리 회원권을 끊어줬는데, 3개월만 재직하고 먹튀를 해서, 그 헬스장을 찾아가 해당 직원의 회원권 차액을 환불받거나, 다른 직원에게 회원권을 넘겨주고 싶다고 의사 표현을 했다. (어차피 단체 할인, 기간 할인을 왕창 받아서 환불금액이 적을 상황이기는 했지만..)

그 다음날 그 직원이 헬스장에 찾아가서 자기는 계속 회사다닌다고 우겨서 헬스장 직원들이 난감해하더라. 심지어 4대보험 서류까지 보여주며 퇴사했다는 걸 확인시켜줬는데, 자기가 끝까지 회사 다닌다고 우겨서, 결국 진상만난 탓이라고 생각하고 돈 날렸다 생각하고 잊었다.

새로 오는 직원들한테 헬스장 다닐꺼냐고 물어봤는데, 한 명도 다니고 싶다는 직원이 더 없어서 이래나저래나 버리는 돈이었었으니까.

어느날 문득 생각이 나서 헬스장 직원분께 여쭤보니 그리고는 헬스장에 한번도 안 나타났단다.

그 헬스장에서 필자의 회원권을 무료로 반년 연장해주는 선에서 서로 타협을 봤다.

 

실업급여 진상

타사에 3개월 5일을 재직하고 2달째 놀고 있던 분 하나를 운영 인력으로 뽑았다. 별 대수롭지 않은 운영 업무였지만, 그래도 사무실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시켜야된다는 철학에 알바 계약이 아니라 일반 직원 뽑듯이 계약을 맺었다. 3개월을 채우기 전까지는 왜 이렇게 대충대충이냐고 꾸짖으면 열심히 하는 체를 했었는데, 딱 3개월이 지난 시점부터는 거의 일을 안 하더라.

그대로 놔두면 빡침으로 정신 컨트롤이 안 되겠다 싶어서 이 따위로 일할거면 월급 왜 받냐, 때려치워라, 라고 말했더니 그 다음날 오전에 짐을 싸서 집에 가버렸다.

별 재미있는 놈도 다 있네 싶었는데, 2주일 후에 고용보험에서 전화와서 때려치워라고 해서 그만뒀으니 자진퇴사가 아니라 권고사직으로 퇴직 사유를 수정해란다.

그걸 수정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인건 알고 있는데, 대승적인 입장에서 바꿔주고 싶어도, 내 입장에서는 욕먹으니 바로 짐 싼 인간에게 권고사직이는걸 인정해주면 회사가 그 동안 받던 고용창출, 유지 관련 지원금이 싹 끊기게되니 골머리가 깨지는 상황이 왔다.

관련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전문가들 이야기를 들으니 “이럴꺼면 때려치워라”라는 표현을 듣고 나갔으면 권고사직이란다.

앞으로는 저런 업무할 직원은 절대로 정규직원으로 안 뽑고, 프리랜서 초단기 계약직으로만 뽑을꺼다. 법이 사업주를 바보로 만들면서까지 노동자를 보호해줘야하는 의무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사업주도 불쌍한 사람이다. 저런 악법은 좀 고쳐줬으면 좋겠다.

(Source: Sixth Sense, 패러디)

 

다 안다 진상

기획, 마케팅 업무 몇 년 하다가 개발 배웠다는 개발자 하나를 뽑았다. 이전에 썼던 컨설팅 방식은 틀렸다는 글을 쓰게 만든 장본인이다. 그런 글 시리즈를 써야할만큼 장기간 설득을 했었다는건, 말을 바꾸면 그만큼 초울트라 똥고집이었다는 뜻이라는걸 아마 감 잡으시리라.

마케팅 아이디어라고 내놓은거 몇 개를 시도해봤는데, 당연히 하나도 안 먹혔다. 사실 니가 틀렸으니 제발 인정하고 일 같이하자는 설득하려고 일부러 시간을 써서 안 되는 시도를 했었는데, 그건 필자가 잘못한거지 자기 아이디어는 맞다고 끝까지 똥고집을 피워댔다. 똥고집은 둘째로 하고, 어디서 일을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업계가 10년전부터 틀렸다고 지적하는 컨설팅 방식을 고집하는걸 봤을 때 그렇게 좋은 사수에게 일을 배운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더 어이없는건, 필자가 하는 데이터 사이언스를 배울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이 회사에 왔다는 거다. 학부 저학년 기초 수학도 못 하는 개발자면서. 필자가 종이의 낭비라고 이야기했던 책들은 또 엄청나게 사놨더라.

그렇다고 개발을 잘 했느냐? 우리는 반년-1년정도 경험치 있는 개발자 정도로 생각하고 채용했었다. 근데, 본인은 3-5년차 중고신입에게 (엄청난 성과 압박을 주며) 연봉 5천만원씩 준다는 회사에 충분히 갈 수 있는 초특급 실력자로 생각하더라. 신기술, 새로 나온 디자인은 엄청나게 좋아라하는데, 정작 우리는 이 분에게 받은 결과물이 아무것도 없다.

이 분 이후로 자뻑 만렙이라는게 쪼끔이라도 보이는데 스펙이 필자랑 맞먹는 사람 아니면 절대로 뽑지 않는다.

참고로 필자는 데이터 사이언스 업무를 빼면 이 회사에서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빌런이다. 근데 꼴에 대표라서 직원들이 안 하는 업무는 다 해야된다. 못하는걸 해야되니 직원들에게 피해주고 싶지 않아 이 악물고 학습하며 일하는 중이다. 모르긴해도 자뻑 가질 자격되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페이스북 진상

어떤 분은 회사 그만두고 나가서 필자의 지인들에게 그 회사 절대로 가지마라고 악담 퍼붓는 페메를 몇 개나 보냈는지, 연락 끊긴 친구들이 연락오더라. 사업하는거 같은데 직원을 어떻게 내보냈길래 이런 메세지가 오냐고. (덕분에 회사 운영한다고 열었던 페북 계정을 아예 닫았다.)

참고로 이 직원은 저 위에 쓴 몇 개 항목 중에 겹치는 항목이 있는 분이다.

 

계약서 진상

우리 회사는 아르바이트 직원도 계약서를 쓴다. 당연한거 아닌가? 고용노동부에서 제공해주는 템플릿이 있고, 회사 사정에 맞춰 출퇴근 시간이나 업무 내용 설명 같은 부분을 수정한 기본 계약서 템플릿이 있다.

어떤 직원은 계약서 Draft를 메일로 보내줬더니 직원이 황제고, 회사는 말단 신하인 것처럼 해놓는 계약서로 뜯어고쳐서 갖고왔더라. 진심으로 미쳤다고 생각했다. 필자가 인생을 살면서 몇 번 근로계약서를 써 본적이 있고, 문구 몇 개 가지고 말을 몇 마디 한 적은 있는데, 회사를 갑, 직원을 을로 지정하는 문구마저 뒤집는 사람은 그 때 처음 봤었다. 앞으로 다시는 볼 일이 없기를 바란다.

 

질문 진상

계약서 쓰려면 필요한 서류들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찾아올수가 없으니 온라인으로 서명한 계약서를 보내주겠다고 하길래 서류 보내주는걸 기다리고 있었다. 3일을 기다렸다. 연락 없길래 마음을 비웠었다. 그러다 업무 시작일 오전 9시 3분전에 문자가 와서 서류는 다 준비됐는데, 질문 좀 하자면서 문자가 10통 오더라.

어차피 안 올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마음 비우고 있었으니 망정이지, 기다리고 있었으면 화가 곱절로 났을 것이다.

문자 10번째 받고 답장을 바로 보냈다. 계약서 안 쓴 이 상태로 영원히 보지 말자고.

다시 10개의 폭탄 문자가 왔다. 그 날 오후에 구글 PlayStore에 우리 앱에 대한 악평 리뷰가 하나 달리던데, 같은 사람이었을까?

 

출근 진상

계약서를 출근 당일 오전에 쓰고 그 앞에 1주일정도 놀러다녀오고 싶다고 하는 분이 있었다. 대신 출근예정일은 오전에 일이 많으니 8시쯤 일찍와주시면 좋겠다고 그랬는데, 안 나타나더라. 또 이런 진상 하나 만났구나 싶어서 아무말 안 하려다가 9시 40분에 아주 잠깐 시간이 나길래 문자를 보냈다. 안 오시는 걸로 알고 있겠다고.

오후 2시에 연락오더라. 이제 일어났는데 지금가면 안 되겠냐고 전화가 왔는데, 위의 질문 진상을 겪고 얼마 안 지난 시점이라 바로 전화를 끊었다. 이 분은 iPhone 유저였는데, 그 날 역시 AppStore에 우리 앱 악평이 하나 달렸다. 오후 2시 30분에.

나가며 – 사업주가 손해봐야 뒤탈이 없다

회사 블로그 보고 감상평 내라, 어플 가입하고 댓글을 달아보던가, 앱에 대한 의견을 내라 등등의 필터로 다 걸러내는데도 어쩔 수 없는건가, 아니면 정말 내가 바보라서 좋은 사람을 못 뽑는건가?

그냥 세상엔 정말 심하게 이상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생각하고 넘어간다. 안 맞는 것 같아서 서로 깔끔하게 악수하고 결별해주는 사람들에게 급여 날린게 아깝다고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론 그렇게 쿨한 사람들이 고맙다.

노동법이 진상 근로자마저도 보호해주는데 불만이 점점 생겨나는게, 마치 둘리를 보고 고길동 아저씨가 불쌍하다는걸 느끼는 어른이 되는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내가 더 똑똑해져서 잘 맞는 사람 뽑는 능력자가 되어야지 에효.

사업주가 손해봐야 뒤탈이 없다길래 참 많이 양보하고 사는데, 그래도 뒤탈이 있는거보면 사업하기에 세상은 참 무서운 곳이다. 노동자의 권리 좀 그만 보호해주면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