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시장은 네이버가 천하통일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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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BCG 대표 파트너의 전망이 2월 초에 나온이래 설왕설래하는 이야기를 꽤나 들었다. 피치원뷰 관련 기사

피치원뷰의 거의 모든 기사에 항상 100% 가깝게 공감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봐왔던 구매자 행동 패턴, 판매자 행동 패턴, 그리고 시장 움직임과 모두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다.

쿠팡, G마켓, 11번가, 티몬, 위메프 등등 얼마나 많은 e-Commerce 회사들이 지금도 매달 수십억의 광고비를 쏟아붓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물으실텐데, 아주 오래전부터 쓰던 그래프 하나를 들이밀어 보고 싶다.

 

왜 검색이 이커머스의 핵심일까 – 최저가?

실제 데이터를 보고 시뮬레이션으로 만든 어느 가상 이커머스 회사의 광고 터치 포인트들 데이터를 Sunburst 형태로 표현한 것이다.

구매 (Conversion) 직전의 마지막 터치 포인트가 검색 (Search)인데, 무려 96.1%가 나온다. (실제 데이터와 유사하게 만들었다)

우리 모두가 다 안다. 누구나 다 구매 직전에 검색을 해 본다.

왜? 최저가로 구매하고 싶기 때문이다. 다나와, 에누리닷컴 같은 서비스들이 떴던 이유이기도 하고, 요즘은 그 검색 쿼리를 네이버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 비교 사이트가 힘들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근데, 최저가가 전부일까?

 

검색이 이커머스의 핵심인이유 – (좀 더 현실적인) 상품정보

사실 더 핵심적인 내용은 구매를 유도하는 “경험담” 정보, 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상품정보들이다.

네이버는 블로그, 신문 기사 등을 비롯해서 한글로 된 컨텐츠의 최소 50% 이상을 독점적으로 갖고 있는 서비스다. 검색한번해보면 네이버 블로그를 무조건 최상단에 띄워주고, 워드프레스나 티스토리 같은 경쟁사 블로그로 쓴 글은 잘 노출이 안 된다.

네이버가 검색 쿼리에서 독점적 우위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블로그로 특정한 정보를 전달해서 돈 벌려는 사람들은 울며겨자먹기로 네이버 블로그로 써야 한다.

한 때 파비 블로그도 네이버에 보이도록 이런저런 시도를 해 봤다가, 장문의 분석글 특성상 네이버 블로그와는 맞지 않다고 판단하기도 했고, 이미 “고인물” 같은 시장이라 네이버 검색 최상단에 보이도록 하려면 “기름칠”을 많이 해야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발을 뺐었다.

(“기름칠” 전문 외주 업체들, 출처: 크몽)

파비 블로그의 키워드들이야 네이버보다는 구글로 검색해서 들어오는 사람이 꽤나 많을테니 까짓거 네이버 검색 유입 없으면 어떠냐고 무시해도 되지만, 네이버 검색하는 사람들이 주력 타겟층인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거의 모든) 판매업자들 입장에서 네이버 블로그는 반드시 운영해야하는 플랫폼이다.

 

네이버 검색 쿼리의 독점적 우위

한국땅에서 마케팅 업계 짬 좀 있다는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네이버 블로그 몇 개 이상을 갖고 있고, 하루 평균 5만, 10만 이상이 들어오도록 이런저런 작업들을 다 해 놨다. 그리고 신규 블로그가 치고들어오면 아이디 수십개, 수백개를 동원해서 거기에 폭격을 때린다. 불행하게도 네이버 검색 품질이 구글의 그것만 못해서 그런 어뷰징을 잘 쳐내지 못하는 것 같더라. “고인물”이 유지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검색 품질이 구글에 밀린들 어떠하리? SNS에서 흔하게 팔리는 여러가지 상품들의 실구매자들은 습관적으로 상품 이름을 네이버에서 검색한다. 판매자 목록, 가격, 정보 제공 블로그, 심지어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등 다른 SNS채널의 관련 글들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보여준다. 굳이 구글처럼 Eigen Centrality를 이용한 웹페이지별 연관관계 계산 고도화를 할 필요가 없다.

검색 서비스의 핵심은 고도화된 알고리즘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정보를 바로바로 제공해주는 능력

이다. (심지어 타게팅 광고도 고도화된 알고리즘이 포인트가 아니라, 유저들의 검색 비용을 줄여주는 능력이 핵심이다.)

(Source: 인스타그램 피드, 네이버 검색)

네이버 검색 결과물 최상단에는 “고인물”들께서 돈을 받고 “기름칠”을 한 상품 후기가 담긴 네이버 블로그, 신문 기사들이 노출되고, 소비자들은 이게 주작글인줄은 알지만 그래도 읽고 정보를 얻는다.

근데, 그 페이지에 상점들 리스트와 최저가 검색을 지원해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원스탑 쇼핑이 가능하다.

  • 상품 정보
  • 상품 후기
  • 판매자 리스트
  • 판매자 후기
  • 가격 정보

이렇게 5가지의 핵심 정보를 클릭 몇 번에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그깟” Eigen Centrality 로 재배열된 웹사이트 리스트 필요없다.

배송이 빨라야한다고?

글쎄다. 이미 한국의 어지간한 상품 배송은 48시간 안에 문 앞에 도착한다. 10시간 안에 도착하는 서비스에 프리미엄을 낼 상품은 신선식품 밖에 없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쿠팡 로켓배송의 경쟁사는 한국의 e-Commerce 전체가 아니라 마켓컬리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Source: 조선일보 기사)

네이버 페이의 파워

구매자들이 네이버 검색을 통해 상품 구매를 하는데, 상품 판매 수수료는 2%로 저렴하고, 네이버 페이가 2% 남짓의 적립금을 유저들에게 주는 덕분에 유저들이 계속해서 네이버 페이를 쓴다. 네이버는 받은 수수료를 그대로 유저에게 전달해줘서 이득을 못 보는 구조같지만 이미 상품 판매 채널로 입지를 굳히면서 트래픽에 따른 광고를 싹쓸이 할 수 있다. 간접채널로 돈을 벌고 있으니 상품 판매 수수료를 높일 이유도 없고, 유저들에게 적립금을 줘도 손해가 없다.

덕분에 4년만에 카드업계에게 갑(甲)질할 수 있는 페이 시스템이 됐다. (위의 기사 참조)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페이도 못하고, 오직 애플페이만이 갖고 있는 포지션이다.

얼마전, 이커머스 MD 한 분을 면접봤었는데, 위X프가 요즘 상품 판매 수수료를 10%에서 4%로 내릴테니 자기네 플랫폼을 이용해달라는 메일을 돌렸다고 하더라. 카드 수수료를 누가 부담하는지 등의 자세한 수수료 분배 구조를 알 수 없으니 딱히 말을 못하겠지만, 위X프 정도되는 대형 e-Commerce 업체가 수수료를 파격 인하하면서까지 판매자들을 유치하려고 하는 걸 보면 네이버한테 매출액의 상당부분을 빼았겼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판매자 입장에서

자, 이런 지식을 다 갖춘 상태에서 당신이 SNS에서 쉽게 팔 수 있는 상품 (아마도 중국 or 동남아에서 수입한 저가형 제품)을 약간의 마진으로 빠르게 “팔아치워야”하는 판매자라고 해보자. 어떤 전략을 취할까?

  • 네이버 블로그에 상품 정보 쫘~악 뿌리는 비용,
  • 만약 과학적인 어쩌고를 살짝 붙여야되면 유명 대학 교수에게 연구 프로젝트 하나 주는 비용,
  • 상품 후기 전문으로 쓰시는 네이버 블로거들 + 유투버들 + 기타 인플루언서들에게 광고(?) 비용,
  • 판매 운영 인력 급여

를 다 지불하고 난 다음에 어느 판매처를 고를까? 당연히 네이버 검색에 자기 상품이 나오도록 해 놨으니 그 자리에 구매할 수 있는 링크가 광고가 아닌 것처럼 뜨도록 해주는 서비스를 찾고 싶지 않을까? 플랫폼 안에서 다 해결되니까 자체 웹/앱 서비스 만드는 개발자 비용도 0원이다. (개발팀 굴려보면 개발 직군을 고용 안 해도 된다는게 얼마나 큰 장점인지 잘 알게 될 것이다.)

네이버 스토어 입점을 하는게 최선책이 된다.

카페를 이용한 판매

좀 더 나아가서, 요즘은 쇼핑몰이나 네이버 스토어도 제쳐놓고, 아예 여초 커뮤니티, 여초 카페들에서 글 몇 개와 댓글 작업을 이용한 판매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여기서도 네이버 페이가 바로 힘을 발휘한다. 굳이 다른 링크 찾아가라고 열심히 설명할 필요없이, 네이버 페이를 쓰고 있는 구매자는 카페 글 안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커뮤니티 침투 전문 작업하시는 분들의 주 고객들이 이런 판매글, 후기글에 구매 유도성 댓글 달아달라는 판매자들일 것이다.

(Note: Viral이 구매 행동을 이끄는 중요한 채널이라는 증거)

나가며 – 최저가격? 배송속도? Viral을 통한 정보 제공이 승자

네이버는 판매자에게 2% 수수료를 받고 네이버 페이 이용하는 구매자에게 2%의 적립금을 준다. 탄탄한 유저 베이스를 갖고 있던 포털 서비스가 컨텐츠를 무기로 검색 지원을 해주고, 심지어는 적립금이라는 이름의 가격 할인 기능까지 있다. 누가 안 쓰겠나?

우리나라 이커머스들 대부분은 최저가격 경쟁을 해 왔다. 이런 Bertrand competition의 종착점은 보통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1-2개 회사의 독과점이다. 미국은 아마존, 이베이, 중국은 알리바바, 징동닷컴 같은 회사들이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한국에서 쿠팡은 최저가격은 당연하고, 심지어 초고속 배송까지 지원해주는 회사로 자리잡았는데, 판매 매출액은 네이버가 다 갖고 간다.

상품 구매를 위한 Funnel의 마지막이

  • 이커머스인 줄 알았는데,
  • 가격 비교 사이트인줄 알았는데,
  • 최저가격인줄 알았는데,
  • 초고속 배송인 줄 알았는데,

정작 구매를 위한 “(좀 의도가 섞였더라도) 현실적이라고 느껴지는” 정보였기 때문이다.

피치원뷰 관련 기사를 보면 빅데이터 어쩌고 해놨던데, 빅데이터라기보다는 한국식 포털이 가진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검색 기능의 수학적 열세를 극복한 네이버의 전략적 승리라고 표현하고 싶다.

국내의 여러 커뮤니티들 + 이커머스 + 모바일 페이 시스템의 연합전선이 형성되어야 경쟁 가능한 시스템을 갖춘 네이버의 승리로 끝이날까? 아니면 또 다른 사업 모델이 경쟁력을 갖고 치고 들어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