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러닝이 제일 열등한 모델인데 몰랐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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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러닝이 제일 열등한 모델인데 몰랐어? 가 공개된 후 받은 여러 메일 중 시장 인력들의 한계에 대한 불평에 대한 공감 이메일을 공유하는 중이다. 이번 글은 공대 카르텔에 심하게 당하며 면접 열심히 보던 물리학과 대학원생이

물리학 전공하면 뭐 할 수 있냐는 식으로 저를 깔보는 듯한 질문

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분노가 절절하게 느껴지고, 똑똑한 물리학과 출신이 무시당해서 얼마나 화가 났을까는 동병상련(?) 감정이 울컥 올라왔다.

  • (감히 학부 경제학 출신 주제에 물리학과 전공자 분과 동급인 체하며 동병상련이라는 용어를 써서 죄송합니다.)
  • (메일 내용을 일부 수정했음을 밝힙니다.)

저는 지금 학부와 대학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회사에 다니다가 진로 고민을 하고 있는 한 청년입니다.

어느날 구글 검색을 하다 파비 블로그를 방문한 이후 대표님의 데이터 사이언스와 AI에 대해서 많은 내용을 쓰신것을 매우 흥미롭게 읽고 있습니다. 특히 대표님께서 언급하셨던 수학과 통계학 공부를 강조하신점이 저에게는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저의 미래 진로에 조언을 해 주시는 것 같았구요.

공대 카르텔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지신 것도 매우 공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기업체 면접에가면 물리학 전공하면 뭐 할 수 있냐는 식으로 저를 깔보는 듯한 질문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런 경험을 통해 저도 우리 나라 이곳 저곳에서 공대 카르텔의 힘이 막강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는데, 파비 블로그를 보고 나서 제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진로를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베끼기에만 치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에는 대학원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의 데이터 과학자들도 보면 입자물리 실험에서 쓰이는 통계학을 많이 강조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였고, 이전에 블로그에서 추천해 주신 Christopher Bishop의 Pattern recognition and machine learning 책도 조금 공부했는데, 학부시절 배웠던 통계물리학에서 배웠던 내용이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았습니다.  (중략)


나라가 고생해서 키운 인재 하나가 또 저렇게 나간다 ㅠㅠ

본인 입장에서는 탈출이 최적선택이겠지만, 나라는 또 이렇게 제살을 깎아먹는 선택으로 인재들을 몰아넣고 있네ㅠㅠ

안타까운 마음에 유학 가시려면 수학 공부 열심히 하셔야된다고, 가능하면 스스로를 옭아매는 선택하지마라고 했지만, 10년전 필자 역시도 그런 충고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었다.

관련해서 경험으로 얻은 지식 몇 가지를 정리해보자.

필자 역시 학부 시절에는 공대가 수학 공부를 엄청나게 많이하는데 거기에 자기 전공 지식도 익혀야하는 헬 난이도 전공이라고 생각했었는데, Math Finance로 박사 공부 중 겪은 공대 출신 박사들, 실리콘 밸리에서, 그리고 한국에서 겪은 공대 출신 인력들을 보면서 생각이 매우 크게 바뀌었다.

공학, 경제학, 그리고 자연과학의 대부분의 학문들 (소위 말하는 Quantitative 학문들)은 기본적으로 수학/통계학을 이용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같은 학문적인 언어를 자기 분야에 맞게 바꿔쓰고 있을 뿐이다. 몇몇 학문들은 그런 수학을 많이, 깊게 써야하고, 또 어떤 경우는 아주 얕은 수준만 알아도 되는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 겪은 컴공 DB전공자 분들은 공대의 경영학과라고 놀림듣는 산업공학과 출신보다 수리통계학을 모르더라. 그런 수학을 쓸 일이 없는 지식의 영역이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마치 필자가 정수론 관련 지식이 전무한 것처럼.

요즘 경험치대로 정리하면, 산공 출신 중에 수학 훈련이 거의 안 된 분들이 경영학과랑 비슷한 수준의 Depth인 것 같고, 좀 훈련되어서 대학원 지식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면 경제학과에서 대학원 준비하는 학생들과 비슷비슷해보인다. 경제학과도 고시하던 친구들은 경영학과랑 지식 깊이가 크게 다르지 않다. 필자의 학부 전공의 “사촌” 전공쯤 되는 곳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보니, 다른 공학, 자연과학으로가도 상황은 비슷한 것 같더라. 어차피 학부에서 수학/물리학/통계학 전공 아니면 자기 학문 지식 배우기 바쁘고, 도구로 수학/통계학을 배우고 있을 뿐이고, 8할의 학부생은 그 전공을 깊이있게 알지 못한 상태에서 졸업한다.

일반적으로 학문하는 사람들끼리는 수학/물리학을 신으로 대우하고, (수리)통계학을 그 다음 신으로 대우한다. 다른 모든 Quantitative 학문은 “Applied Math”라고 좀 무시하고, 그보다 더 무시당하는 그룹은 “Computational”이다. 지식의 수준이 낮은 만큼, 학습도 쉽고, 응용도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수학 못하면 Dog무시 당한다ㅠㅠㅠㅠ

박사 과정에 있으면서 “He’s a math geek”, “Too mathematical, too much genius in it” 같은 표현으로 수학 중심의 교수진들을 평가하는 반면, “He’s only an engineer”, “Puhhhh, it’s only computer work” 같은 계산 중심의 교수진들을 폄하하는 표현을 학교 안 뿐만 아니라 전세계 최고 권위의 수학 학회 발표자로 가서도 들어봤었다. (학회 발표 링크) 공학도들이 들으면 굉장히 기분 나쁘겠지만, 이게 인류 지식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 오랜시간 경험적으로 체화한 “서열”이다.

당장 딥러닝이 가장 우월한 모델인줄 아는 공학도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걸 지적하는 사람들이 수리통계학 훈련이 탄탄하게 된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그 “서열”이 왜 생겼는지 알려주는 좋은 증거인 것 같다.

수학 못한다고 무시당하며 살던 시절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무작정 화를 낸다고 그 서열이 바뀌지는 않더라. 아직도 기억나는 어느 폭언을 하나 공유하면,

We’re not stupid right? If we were stupid, we shouldn’t be here right?

너 진짜 바보같아 보이니까 당장 꺼져!라는 표현을 고급스럽게 했다고 생각한다. 평생 못 잊을 것이다. 한동안 침울해 있다가, 살아남으려면 방법이 없겠더라. 그냥 더 열심히 공부했었다.

지금도 대학원 시험 기출문제들 구해와서 풀어본다. 그 문제 하나하나가 뛰어난 논문을 시험 문제로 바꾸기 위한 고민까지 더해진 고급 자료라는걸 문제 출제자였던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지식을 흡수해서 쫓아올라가야 그들의 눈높이와 동일한 지식을 이용하며 살 수 있을테니까.

미국, 서유럽처럼 수학 지식만 있으면 다른 “잔챙이” 학문 따위는 금방 뚝딱 이해할거라고 생각하는 지식인 사회였으면 저 물리학과 대학원생은 정말 고급인력 대접을 받았을 것이다. 당장 Netflix가 쓰는 Recommendation algorithm은 물리학 박사 1학년생이 Rating matrix의 latent component를 뽑아내는 작업에서 출발했는데, 그거 혹시 이해할 수 있느냐는 면접이 진행됐었겠지.

저 물리학도 분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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