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겟 마케팅 – 데이터 추적의 종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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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디바이스 매칭 (Cross-Device Matching) 이라는 기술이 있다. 한 명의 이용자가 여러 기기를 쓰고 있는 걸 하나의 이용자로 묶어주는 기술, 여러명의 이용자가 1개의 기기를 공용으로 쓰고 있을 때 나눠주는 기술을 말한다. 예전에 파비 블로그에서 다룬 적이 있다. 간단히 요약하면, 유저들의 행동 패턴을 이용해 비슷한 행동 패턴을 보이는 유저 정보를 모아 1명의 유저인지 아닌지를 확률적으로 매칭시키고, 신규 데이터가 추가되면서 점점 더 확증을 높이는, 전형적인 패턴 매칭 + Bayesian 통계학 기법을 쓰는 기술이다. 덕분에 PC, 모바일, 타블렛을 거쳐가며 여러개의 기기를 돌아다니는 유저들을 1명으로 묶어, 다른 기기에서 봤던 광고는 노출시켜주지 않는 방식으로 타게팅 알고리즘이 진화한다는 이야기가 윗 글에 정리되어 있다.

저런 기술로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대형 스타트업 몇 개가 M&A로 통신사들에 넘어간 시점이 2016, 2017년 무렵이었는데, 요즘은 매칭을 위한 데이터가 훨씬 더 늘어났고, 방법도 더 고도화되었다.

(Source: eBlocker)

데이터 추적의 진화

이번주에 네X버 테크 리뷰에 올라온 글을 보면, 쇼핑몰 웹 사이트 한 군데서 구매를 망설이던 유저에게 느닷없이 전화가 걸려와 5% 할인 쿠폰을 준다는 이야기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Cross-Device Matching을 통해 심지어 로그인 하지 않은 유저라고 해도 이미 로그인 된 유저의 행동패턴과 유사하다는 점을 잡아낼 수 있고, 가입정보에 있던 전화번호를 통해 문자 or SNS 메세지로 추가 정보를 보내는 것은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다. 개인 정보 보호법이 느슨한 국가들에서는 이런 종류의 전화/문자가 업계의 표준이 되어 가고 있다.

(Source: Naver Tech Review)

쇼핑몰이 제3자 (광고대행사, 타게팅 광고 서비스 등)에게 유저의 개인정보만 넘기지 않는다면, 단순히 Cross-Device Matching 능력만 빌릴 수 있다면, 그래서 쇼핑몰이 고객의 동의아래 웹페이지 활동 정보를 매칭할 수만 있다면 기술적으로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 파비썸에 열심히 개인 사진을 올리고 자기 프로필을 꾸미고 있는 유저를 실시간으로 Tracking할 수 있는데, “참 잘했어요” 쿠폰과 보너스로 파비캐시를 드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1명, 1명 일일히 봐 드릴 시간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할 수는 없는 업무지만, 인력 여유가 있고, 세일즈가 회사 주력 업무라면 얼마든지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아마 내 일거수 일투족이 모두 추적당한다는 생각에 무서워서 도망가는 효과를 생각해서 안 하는게 더 나을지도….)

 

데이터 추적의 그늘

일반 사용자가 이런 글을 보면 굉장히 두려울 것이다. “내 데이터를 다 훔쳐간다”, “내 사생활을 다 훔쳐본다”, “날 감시한다” 같은 생각이 들면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쓰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질 거라고 생각한다.

파비캐시 가입하는 분들 중, 가입 절차를 마무리 짓지 않고 중간에 나가버리는 분들께 질문해보면 같은 대답들을 한다.

“내 데이터 다 훔쳐간다는데 왜 가입하냐?”

다른 글에서 밝혔듯이, 이미 많은 회사들이 당신의 데이터를 알게 모르게 갖고가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당신의 사용 기록은 당신만의 데이터가 아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도 당연히 그 데이터에 권한을 갖고, 법적으로 공식적인 요청이 있으면 정부 기관에 제공해줘야한다. 내 데이터를 훔쳐간다고 겁이 난다는 말을 하려면,

아예 산골에서 문명과 단절된 삶을 살아야한다.

 

관점의 전환

어차피 “훔쳐”가는거, 어차피 나만의 데이터도 아니고, 서비스하는 회사도 권한을 갖고 있는 데이터라면, 데이터를 “훔쳐”간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 일상에 도움을 주는 서비스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쇼핑몰 서비스에서 내가 관심있어할만한 상품을 추천해주는 Recommendation engine은 내 데이터를 훔쳐가서 내가 어디서 뭘하고 있는지 추적하고 그걸 쾌감으로 즐기려는게 아니라, 단순히 검색 비용 (Search cost)을 줄여주는 프리미엄 서비스의 일환이다.

구매하지 않고 웹사이트를 나갔더니 전화와서 5% 추가 할인 쿠폰을 준다고하면 날 감시하는 것 같아서 두려움에 떨게 아니라, 이렇게 적극적으로 상품 판매를 하려고 하는구나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5% 할인 판매는 사실 “개이득”아닌가?

회사들도 계속 저런 서비스를 제공하면 유저들이 일부러 웹사이트 밖으로 나간다음, 5% 할인 판매 전화오기만 기다리게 될 걸 알기 때문에 별로 좋은 마케팅 전략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이해할 것 같기는 하지만….

 

판매자의 관점

왜 크로스 디바이스 매칭이라는 기술이 나왔고, 왜 몇 천억의 비용을 들여가며 통신사들이 그런 기술 스타트업을 인수했을까? 2016년에 Tapad가 어느 통신사에 4천억에 인수될 때만 해도 의도가 선명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요즘, 미국 대형통신사들은 자사 전화번호를 쓰는 스마트폰의 유저들이 이용중인 컴퓨터, 노트북, 타블렛 등등 모든 기기에 대한 정보를 하나로 묶을 수 있게 됐다.

로그인도 안 하고 집에서 상품을 뒤지다가 컴퓨터를 껐더니 바로 전화가 울렸다는게 바로 이런식으로 Multi-device의 유저 데이터를 1개 유저 정보로 묶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판매자의 관점에서 보면, 유저의 삶을 FBI, CIA 같은 정보기관처럼 감시하려는게 아니라, 유저 서비스의 품질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고, 좀 더 유저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욕구의 자본주의적인 표현이라고 봐야한다.

그런 데이터 기반 서비스 덕분에

  • 귀찮은 검색 안 해도 관심있는 상품을 띄워주고,
  • 5% 추가 할인 쿠폰도 주지 않나?

기존의 서비스에서 고객 만족도에 대한 관점이

고객이 OK(라고 말)할 때까지

였다면, 이제는 한 발자국 더 나가서

말하기 전에 마음을 읽을 수 있을 때까지

로 바뀐, 좀 더 고객 친화적인, 고객을 우대하는 서비스가 나왔다고 생각하는게 판매자의 관점을 읽는 바른 방식인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판매자는 FBI도, CIA도, 국정원도 아니다. 당신의 삶을 훔쳐볼 생각이 없다. 그냥 남겨놓은 훈적을 쫓아서 마음을 읽으려고 할 뿐이다. 많이 파는게 우선이지 당신을 감시하는게 목적이 아니니까.

 

(Source: Ungerboeck)

파비 서비스 전략

우리는 마음을 읽는데서 한 발, 아니 몇 발 더 나가려고 한다.

행동 패턴과 가장 맞는, 그래서 검색 비용도 줄여주고, 광고로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광고를 보여주는데다, 광고를 봤다는 이유로 보너스 캐시를 돌려드리려고 한다. 더 많은 캐시를 돌려드리려면 더 정확하게 유저 정보를 갖고 있어야한다.

데이터 혁명(?)이라는 표현을 쓰며, 완전히 개인화된 스마트폰 기기 덕분에 유저별 맞춤형 서비스의 정확도가 굉장히 높아졌다고들 한다. 파비 서비스는 그 정확도를 찾아내는 알고리즘으로 회사만 이득을 보는게 아니라, 유용한 콘텐츠를 제공한 크리에이터와 그 콘텐츠(& 광고)를 소비한 유저에게 적절한 보상을 돌려드리는 서비스다.

그 푼돈 몇 푼을 누가 쓰겠냐고 하던데, 무시했던 온라인 광고가 TV광고보다 더 큰 시장이 되었고, 그 덕분에 콘텐츠 생성하는 분들이 수십억 씩의 돈을 벌고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아예 전업으로 뛰어드는 사람들도 생겼다. 티끌모아 태산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동영상 광고 한 번 보는데 1원이 쌓인다고하면 그걸로 돈 얼마나 벌겠냐는 생각이 들겠지만, 천만명이 1번씩만 봐도 1천만원을 벌 수 있다. 티끌인줄 알았는데, 모아놓고보니 산이 된 꼴이다. 근데, 누군가는 큰 산을 쌓고, 누군가는 두꺼비집도 안 되는 산을 쌓다가 끝나게 된다.

파비의 서비스 전략은 유저 데이터로 자사 서비스의 퀄리티를 끌어올리는데서 끝나는게 아니라, 유저 분들께 티끌모아 태산이 될 캐시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더 많은 데이터로 더 정확한 타게팅이 될 수록, 두꺼비 집이 큰 산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미 YouTube가 파비 서비스 모델이 실현가능한 모델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나가며 – 개인화되는 세상

스마트폰 덕분에 인류는 개인화된 서비스를 사실상 비용 0원으로 받을 수 있는 기술력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데이터를 “훔쳐간다”는 표현들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마치 군사독재의 그것처럼 Big Brother가 내 삶의 일거수 일투족을 쫓아다니는 것 같은 불안감이 느껴지는 것 때문에, 내 마음을 읽고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회사들의 이윤추구 행위가 무조건 비난을 받아야하는지는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심지어 내 데이터 덕분에 더 고도화된 타게팅이 이뤄지고, 비용 0원이 아니라 비용이 음수인, 즉 돈을 벌도록 만들어주는 서비스가 등장하는데 무조건 비난을 받아야할까? 돈을 벌도록 만들어주는 것만이 유저 친화적인 사업 모델은 아니다. 파비와는 다른 방식이지만 다른 각도에서 유저 친화적으로 추적 기술을 쓰려는 서비스들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무조건 유럽의 GDPR,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으로 틀어막는게 최우선일까?

데이터 추적의 진화는 한편으로는 블록체인 기술과 목적 의식이 같다. 정부라는 중간 기관이 금융 시스템을 독단으로 제어하는 것이 못마땅한 무정부주의가 블록체인의 철학이라면, 데이터 추적 기술의 진화도 정부의 정보기관이 하던 업무를 보통의 기업들이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진입 장벽을 낮추고, 덕분에 개인 비서를 두고 맞춤형 컨시어지(Concierge) 서비스를 받던 부자들의 VIP 특권을 일반인들에게 돌려주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는 있기 마련이다. 인류의 오랜 숙원 중 하나였던 개인화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 주고, 그 서비스의 고도화에 끝모르는 기대치를 갖고 있는 데이터 추적 기술의 미래가, 단순히 과거 군사독재 시대의 정보기관이 남긴 어두운 역사의 흔적 때문에 피해를 받지는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