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데이터 사이언스 진로 관련 조언 – 통계학 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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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서울대 통계학과 석사 1학년인 XXX라고 합니다. 우선 양질의 글들을 블로그에 올려주심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진로 관련 고민을 최근 심각하게 하던 중, 우연히 대표님의 사이트를 접하게 됐습니다. 공부할게 산더미같이 쌓여있음에 매일 부족함을 느끼는 석사생이지만, 대표님께서 쓰신 글들을 보면서 뭔가 모를 공감을 많이 하고있고 동기부여도 하고 저도 몰랐던 부분을 배우면서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요즘 진로고민이 있습니다. 학부 수학과인 저는 수리통계학을 우연한 기회에 접하고 난 후 데이터에 대한 의사결정을 수리적으로 완벽한 논리하에 한다는 행위 자체에 매력을 느껴 그런 행위를 업으로 삼는 데이터 과학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아무래도 학부가 수학이다보니, “이론적 엄밀성이 중요하다”라는 점이 본능적으로 작용하여 이론 공부 위주로 학부를 보냈고, 그럼에도 공부가 너무 부족한 것 같아 대학원도 진학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대학원에 오고난 후 뜻하던대로 (사실 이전에 느낀것보다 한참 멀었음을 깨달았지만) 수학, 통계학 이론들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스스로 돌아보기를 “너무 이론만 공부한 게 아닌가, 도구를 쓸 줄 모르면 무슨 소용인가” 싶어 금융권, it기업 등등의 데이터 직렬에 다수 취직하고 공모전 입상 경력도 많은 머신러닝 학회에 가입했습니다. 해당 학회에는 저같이 통계, 수학과 출신은 거의 없었고 컴퓨터 관련 학과 출신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아마 대표님께서 예상하실대로, 이론적 고찰없이 라이브러리에 있는 함수 끌어다 쓰고 딥러닝의 경우도 이런 모델을 쓰면 왜 쓰는지에 대한 고찰없이 “이런 데이터엔 이런 모델이 좋던데?” 식이었습니다. 아직 딥러닝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는 저로서는 너무 답답한 상황이었고, 결국 해당 학회에 잘 나가지 않게 됐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제가 이론을 열심히 공부하고 잘 안다고 한들, 현실적으로 이론보다는 코딩을 잘하는 컴퓨터학과 출신 분들이 저보다 데이터 과학자로의 취업의 기회가 훪씬 더 넓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데이터 과학자를 뽑는 트랙에서 코딩테스트를 보고 있고, 현재로서는 컴퓨터학과 분들을 해당 영역에서 이길 자신이 (부끄럽지만) 생기지 않습니다. 물론 코딩테스트 준비 열심히 해서 들어가면 되지 않겠냐고 반문하실 수 있겠지만 이제 몇개월 준비한 사람보다 몇년간 훈련한 사람이 당연히 유리할거라 생각됩니다.

또한, 위 학회에서의 사람들이 데이터 과학자로서 취직하고 일하고 있다는 것은 이전 학회에서 제가 겪었던 프로세스를 다시 겪을 가능성이 높음을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데이터 과학자로 성공적으로 취업할 수 있을지, 그리고 좀 더 근본적으로 정말 제가 생각하던 ‘데이터 과학자’가 된다는게 가능은 한 것인지 고민이 됩니다.

 

이론 공부 자체는 적성에 맞아 즐겁게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석사졸업 후 바로 취업해야하는 상황에서 이게 다 욕심이 아닌지, 더 늦기 전에 다른 진로를 찾아봐야 하는건 아닌지 너무 고민됩니다.

저희 지도교수님께도 여쭤봤지만, 한국에 들어오신지 얼마 안돼서 그러신지는 몰라도 통계학 전공자 알아주는 곳으로 가면 된다는 원론적인 말씀만 해주셔서.. 고민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진 못했습니다.

(중략)


요즘 이런 분들 만나면 부끄럽다.

언제쯤 우리나라도 제대로 인력을 배치하고 산업을 키울 수 있는 나라가 될까?

한국인이 일본인 개개인을 싫어하는게 아니라, 역사적으로 불편했던 과거 때문에 일본이라는 국가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가진 것과 똑같은 맥락으로, 공대생 개개인을 딱히 싫어하는건 아니지만 공대가 주도하는 카르텔에 혐오감을 지울 수 없다. 일본과 다른 점을 굳이 하나 찾자면, 공대 카르텔이 잘 하고 있음 딱히 욕할 생각이 없는 정도? 지난 20년간 한국 공대의 발전 상황을 봤을 때, 대대적인 내부 정화작업 없이는 앞으로 20년간 욕받이를 피할 길이 없어보인다는게 아쉽긴 하지만.

끝까지 부딪히고 싸워라고 이야기할 엄두가 안 나서 달리 답장에 써 줄 말이 없더라.

똑똑한 친구가 고생이 많네요. 한국 사회의 현실이 그러니 어쩔 수 없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뜻을 펼치려면 박사 유학가세요.

힘 내라고 예전에 어디에선가 썼던 슬라이드 한 장 공유한다.

세형동검 잘 만들어볼려고 망치질 잘하는 대장장이 찾고 있는데, 전투기에 쓸 유선형 후판 가공하는 용광로 지식을 들이밀면 알아먹을리가 있겠는가

  • 망치로 두들기면 저희 회사도 만들 수 있어요, 저희 대장장이가 이번에 A대학을 졸업한 우수한 인재랍니다
  • 유선형 후판 기술만으로 사업이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수출길이 뻔히 보이는데도) 기술이 중요한게 아니라 판로가 있어야 사업이 되죠,
  • 수출길이 보인다는게 믿을 수가 없어서요. 팔아보셨어요? – 생산 설비가 갖춰져야 팔지….
  •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쇳덩이가 날아다닐 수가 있죠?

같은 한심한 소리나 하고 있을텐데ㅠㅠ

믿을 수 없겠지만 스마트폰의 초창기 모델을 LG에서 2000년대 초반에 상용화하기도 했고, 아이폰 3GS에 쓰인 터치 인식 기술은 한국의 어느 작은 스타트업이 갖고 있던 기술이었다. 그 회사에서 10억만 채권 발행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데, 기술력이 뛰어나니까 어딘가에는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금액이 너무 작아서 우리 인력을 붓기가 힘들다며 전화를 피하시던 부장님 생각이 난다. 결국 그 회사를 100억 남짓에 인수한 어느 실리콘밸리 업체가 Apple에 엄청난 마진을 남기고 되팔이를 했었다.

기술력 좋은 회사 소개시켜달라고 징징거리던 어느 초대형 금융계열사 VC의 본부장 생각이 난다. 너 말야, 당장 니 눈 앞에 그런 회사 있는데도 투자 안 하는 바보아니냐? 영업질로 쥐꼬리 마진만 남는 대장장이 회사들에만 실컷 투자해놓곤. 그 본부장이나, 그 본부장 상관이나 하나같이 학부 수준 공돌이 출신이라는건 안 비밀이다.

취직해보면 알겠지만, 미국에서 전투기 만들었으니까 우리도 전투기 만들어라고 위에서 명령내려오면 윗 사진 같은 전투기 만들고 있다. 정부지원금까지 잔뜩 받아서.


한국의 평균 수준을 보여주는 어느 마케팅 교육회사 광고짤 하나 공유한다.

(Source: 아이보스)

Google Analytics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유저 행동 추적 툴을 어떻게 쓰는지 몰라서 이걸 돈 주고 외주쓰고, 1주일씩 강의를 듣고, 그것도 못해서 심지어 “Google” 관련 정보를 “NAVER”에서 검색하는 바X짓을 하고 있다. (하긴 바X들은 다 N에서 검색했었지. 저 회사는 이런 바X들이 모인 시장에 적합한 교육 상품을 공급하고 있는 셈이다.)

대장장이가 필요한 대장간에 용광로 제련 기술을 가진 전문가는 맞지 않는 조합이다. 수리통계학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으신 국내의 초일류 고급 인재가 있음에도 한국은 그 인재를 활용할 수 있는 나라가 못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대장간 갖고 있으면서 대장간 없는 나라들보다 우월하다고 국뽕에 취해있는 나라니까.

학창 시절엔 강남 아줌마들이 제일 빠르고, 기업이 그 다음으로 빠르고, 정부가 따라가고, 학교가 제일 늦게 변한다는 말이 있었다.

요즘 Data Science 분야만 놓고보면 그나마 학교가 제일 빠른 것 같다. 나머진 아직도 대장장이들 몇 십명 뽑아놓고 데이터 전문인력 확보했다고, 혹은 그런 기관에 지원금 줘놓고 데이터 전문인력 지원에 엄청난 예산을 쓰고 있다고 Dog Sound만 하고 있는 수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