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대학원 만들었는데… 교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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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1,000명의 천재’ 키우자”는 어느 신문사 특집 기사를 봤다. 제목이 걸작이다.

“AI대학원 만들었는데… 교수가 없다”

우리나라 주요 대학들이 AI 전문가를 육성하는 걸 지원하도록 정부 예산이 편성됐고, 카이스트, 고려대, 성균관대가 AI대학원 인가를 받았는데, 정작 교수 채용에 난항을 겪고 있단다.

그래서 기존 교수진들로 자리를 채웠다는데, 출신 학부들을 보면 전산학부, 전기, 전자공학부, 뇌공학과, 컴퓨터공학과, 바이오의공학부 등이다.

(Source: 매일경제신문 2019년 6월 19일)

가르치는 교수님들은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AI라고 불리는 Reinforcement learning이 사실은 Stochastic Optimization 계산과 기존의 Non-linear pattern matching function의 결합이라는 것을. 그리고, 연구하는 레벨로 올라가면 연구 주제에 관계없이 쓰는 수학/통계학 도구들은 거기서 거기라는 것을. (아마 이것도 모른다면 교수 자격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실제로 물리학에서도, 기계공학에서도, 경제학에서도 쓰이는 모델링 방법이다. 다른 전공 중에도 분명히 같은 수학 모델링 방법을 이용해서 연구하는 사례가 상당할 것이다.

거기다 AI라는 것이 뭔가 공학도들만의 사유물도 아니고, 기껏해야 데이터를 이용한 패턴 매칭 방식인데, 이게 왜 공학으로 분류되는거지? 공대가 이런 Pattern matching 계산법에 대한 Credit을 다 가져가는 것도 어이없고, 그렇게 Credit을 다 가져가도록 방기하고 있는 나라 시스템도 답답하다.

학부시절 경영학과에서 기업재무 전공하던 교수나 아예 Finance쪽 전공이 아닌 교수들이 MacroFinance나 거시경제학 연구자들이 했었어야하는 프로젝트들을 가로채가는 정신나간 상황에 어이없어하던 교수님 표정이 문득 떠오른다. 밥그릇 싸움 이전에 옳고 그름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나저나 생물학에서 혁신이 일어나서 데이터 기반의 짝퉁 인공지능이 아니라 진짜 생명 반응에 기반한 인공지능 나오면 어쩌려고 이름까지 AI대학원으로 지은걸까?

AI라는 용어에 대한 의구심은 차치하고, 당장 왜 우리나라만 저렇게 인재 풀을 협소하게 줄여서 교수진을 구성하고 있을까는 의문이 든다.

 

(정책 결정자들이 좋아하는) 해외 사례

일전에 데이터 사이언스 석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NYU의 교수진 프로필을 소개했던 적이 있다.

(데이터 사이언스 석사 – 필요한 기초 지식 참조)

(Source: NYU MSDS)

직접가서 살펴보시라. 우리나라 AI대학원처럼 공대, 그것도 전기-컴퓨터공학 교수진들만 모아놨는지. Computer Engineering이 박사 전공인 사람은 0명, 학부 전공인 사람이 1명, Computer Science가 박사 전공인 사람도 전체의 30% 남짓이다.

Stochastic optimization 계산을 연구에 적용해 본 적있고, 현업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아는 사람이어야 Reinforcement learning의 구조를 학생들에게 설명할 수 있지, 대학원생들에게 TensorFlow 코드 구해오라고 하는 DB 관련 연구하던 교수들이 저런 내용을 가르칠 수 있을까? DB관련 연구하는 교수들은 학위 과정 내내 아예 수학 공부를 안 했을 수도 있는 분들이다.

 

공대 카르텔이 만들어낸 국가적 재난

왜 내가 미국서 만났던 Data Scientist들은 물리학, 뇌과학, 통계학, 경제학 전공들이 수두룩했는데, 왜 한국의 AI대학원은 저렇게 전기-컴 쪽 교수진으로만 채우려고 할까?

얼마전에 Y대의 빅데이터 관련 대학원 과정 개설 과정에서 CS쪽 교수진들과 Stat쪽 교수진들 사이에 알력다툼이 있었다는 제보를 받은 적이 있는데, AI대학원 인력 수급 문제가 밥그릇 싸움 때문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부가 수백억의 국민 세금을 들여 나라의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는데, 정작 정책 집행이 이뤄지는 학교에서는 나라의 미래가 아니라, 자신들의 밥그릇에 더 집착하고 있는건 아닐까?

18세기 조선 최고 실학자 중 한 사람인 연암 박지원이 열하일기에 인재를 구한다는 나라가 노비를 빼고, 공,상인을 빼고, 서얼을 빼고, 당파가 다른 인재를 빼고, 출신지를 거르는 당시의 작태를 강도높은 어조로 비판했던 구절이 생각나는 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