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ckchain 시리즈 – ICO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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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변호사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들었던 이야기다.

변호사 친구: “야, XXX형이 이번에 ICO해서 몇 십억 벌었다더라. 돈 벌 사람은 따로 있는거 같단 말야.”

필자: “형님 사업모델에 왠 ICO냐? 그거 뭐 사무실 공유같은 서비스 아님? 나중에 고소당하는거 아냐?ㅋ”

변호사 친구: “형은 자기 지분은 다 정리하고 나왔다던데? 아무 문제 없지 않을까?”

필자: “변호사인 니가 더 잘 알겠지 ㅋㅋ 근데 코인은 주식하곤 달라서 매각하고 나면 아무런 책임을 안 져도 되는거야?”

변호사 친구: “글쎄, 그 생각을 안 해 봤네. 백서 (White Paper)에 써 놓은 사업모델 구현 못하면 책임을 안 져도 되는건가…?”

(Source: ICOs)

 

ICO 옹호론자들 – 변호사들

서초에 모여있는 변호사 분들 중 일부는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ICO를 막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뒤쳐진다, 스위스에 가서 ICO하겠다고 굽신거리도록 해 놓고, 무슨 4차산업을 위한 혁신을 지원한다고 주장하느냐는 논조의 신문 기고를 하신다. 겹치는 지인들 덕분에 몇몇은 직접 만날 수 있었는데, 정말 미안하지만 그 동안 필자가 쓴 블록체인 시리즈 글들 (네트워크, BGP, 게임이론)에서 나오는 지식은 하나도 없이, 이걸 마치 주식공개(IPO)를 막은 것처럼 이야기를 하시더라.

법으로 먹고 사시는 분들이 법적인 책임 소재도 모호한 백서에, 실체도 모호한 가상화폐를, 그것도 기술에 대한 이해도 하나도 없이 정부가 막는다고 무작정 비판만 하고 있는데, 이런 토양에서 어떻게 4차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지 한번 되물어 봤다.

너무 심했나?

참고로 주식공개하려면 거래소와 증권관련 거래법에서 요구하는 굉장히 엄격한 조건을 충족시켜야한다. ICO는 백서만 하나 써 내면 된다. 코인의 가치는 누가 판단해주나? 주식의 가치는 증권사들 몇몇이 달라붙어서 (아무리 증권사들 수준이 낮다고 해도) 외부 기관에서 나온 합리적인 근거에 기반한 가치 평가로 상장 절차를 밟는데, ICO에 그렇게 꼼꼼한 가치 평가 절차가 들어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런 업계 상황을 모르는 분들이 아닐텐데, 어차피 나는 ICO 관련 수수료만 받으면 끝이니까, 투자한 니네가 호구가 되건 말건 나는 모르겠다는 투가 아니라면 ICO를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한다는 주장을 쉽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더군다나 대부분의 ICO 하겠다는 스타트업들 수준이 고교생, 학부생 수준의 조잡한 기술력정도라는 점을 따져본다면.

그나저나, 코인 세상이 되면 변호사는 필요없어지는거 아닌가? 모두가 모두를 믿는 거래 시스템인데? ㅋㅋ

 

ICO 옹호론자들 – Venture Capitals

어느 블록체인 투자한다는 VC를 만났었다. 소개해 준 다른 VC분의 말에 따르면 그 분은 미국 유수의 공대를 나오고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에서 긴 시간 개발자 생활을 하셨는데, 이제 자신의 개발 내공을 모아서 성공할 것 같아보이는 스타트업을 도와주는 일을 하신단다.

아니나 다를까, 블록체인 이야기가 한참 나오는데,

VC: 블록체인이 이제 코인 발행할 수 있는 플랫폼임을 증명했으니 앞으로는 코인 세상이 될 겁니다. 화폐 경제도 완전히 바뀔 것이고, 우리가 쓰고 있는 SNS, 포털 검색 서비스 같은게 전부 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바뀌면서 다양한 종류의 코인이 쏟아져 나올거에요….

나: 그거 서버를 토렌트처럼 네트웍으로 묶어 쓰겠다는 아이디어 아네요? Scalability랑 처리속도 해결 첩첩산중인데 무슨 SNS니 포털이니 적용해요.

VC: 엥? 토렌트요? 허허허 생각해보니 그렇네 허허허. Scalability는 기술 발전이 무서우니 곧 해결될 것이고…..

나: Decentralized Network은 커지면 거쳐야하는 Walk이 많아지니까 속도 느려진다고 말 많잖아요. VISA 카드는 1초에 1,500만번 처리하는 Transaction을 비트코인이랑 이더리움은 1초에 4번, 15번 밖에 처리 못 한다고 네트워크 구조랑 Proof of Work 시스템의 자체적인 한계 지적하는 이야기 아실테고,그렇다고 Nonce 빨리 얻겠다고 GPU 계산 버리고 CPU 계산으로 바꿔넣으면 Proof of Work를 갉아먹는 꼴이 되구요.

(중략)

1초에 4번, 15번 이야기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던 그 블록체인 투자 전문이고 미국 유수의 공대를 나온 짬밥 가득한 개발자 출신이라는 VC께서 그러더라.

“새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허허허”

새로운 이야기라니…. 내 앞에서 센 척한답시고 웃어넘기려는걸 이해못하는 건 아니지만, 블록체인 투자 전문이라는 사람이 저런 코멘트가 새로운 이야기라면 도대체 얼마나 지식이 부족한 상황일까? 누가 그 VC에 돈을 태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LP를 하는데 우리 직원이 그 VC에 투자했으면, 그 직원은 해고로 끝낼게 아니라 고소감이다.

근데, 모르긴 몰라도 우리나라에 블록체인 투자 전문이라는 VC들 중에서 고소 타겟인 분들 수두룩 뻑뻑할 것 이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기냐고?

명문대 출신 개발자 = 신기술 전문가

신기술 = 블록체인 = 코인 = 대박

이라는 단순한 논리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알고보면 개발자들 대부분은 수학을 하나도 모르는 or 다 까먹은 단순 코더들이고, 이 사람들은 전문가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그냥 남들이 쳐 놓은 코드를 베껴서 붙여넣는 작업을 하는, 건설현장으로 치면 설계하는 사람이 아니라 미장이, 페인트 공 등등 수준의 기술력경험치를 가진 사람들, 기술직이 아니라 기능직이라는게 냉정한 현실이다. (진짜 기술력을 갖춘 분들을 도매금으로 엮는게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Coin Economy의 필수조건

물론 실력있는 분들도 많다. 글에 자주 언급되는 일부만으로 우리나라의 개발자 그룹 전체를 낮춰보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런 실력있는 분들을 운좋게 만나서 느끼는 아쉬운 점을 하나만 꼽자면, 대부분이 자기네 비지니스 모델 위에서 BGP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정작 그 비지니스 모델 구현을 위한 플랫폼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점이다.

블록체인으로 Coin을 발행했는데, 그 화폐가 정말로 활용되기 위해서 갖춰야하는 첫번째 조건은 생산/소비 생태계다. 10 비트코인을 지불하면 피자한판을 사먹을 수 있는데, 피자 가게 1개만 코인을 받아주는게 아니라, 수십개의 가게에서 코인으로 거래할 수 있는 상황, 그걸 매출액으로 계산해서 세금도 내는 상황이 되어야 정말 Coin Economy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런 질문을 드리면 보통은 이미 많이 유통되고 있는 Coin을 활용 한다고들 하신다. 이더리움 (Ethereum)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면, 결국 그 이더리움을 받아주는 모든 상점에서 거래에 활용할 수 있을테니까.

이미 유통되고 있는 코인을 기반으로한 서비스에, 백서에 나온 비지니스 모델상 그런 플랫폼을 갖출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니까 미리 투자를 하겠다는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물론 내용도 안 보고 Founder들 학벌만 보고 투자하겠지만…) 위험을 부담해서 사업 초기에 투자를 해야 나중에 사업이 커졌을 때 큰 이익을 볼 수 있을테니까.

직접 코인을 발행하는 스타트업들 경우엔 정말 Coin Economy가 아예 없는 상태에서 모든 시스템을 다 구축해야한다. 근데, 그런 코인에 투자한다는 분들은 정말 Coin Economy가 잘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투자하는 걸까? Founder들 학벌만 보고 투자하는걸까? 그것도 아니면 “치고 빠지기”로 높은 가격에 되팔이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일까?

백보 양보해서, Coin 발행 후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나면 Coin Economy가 내부적으로 돌아가는 서비스를 만든다고 해 보자. 근데, 투자하는 그 시점에 변호사도 법적인 책임에 대해서 갸우뚱하는 코인, 너도나도 가짜 화폐라고 부르는 그런 코인에 투자하고 있는 현재 상황이 과연 “모험” or “도전” 같은 용어로 정리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일까? 아니면 묻지마 “투기”일까? 그나마 법적으로 권리를 보장받는 비상장주식 매입도 아니고, 아무도 그 가치를 담보해주지 않는 가상화폐가 “투자”일 수 있을까? 제대로 형태도 갖춰져 있지 않은 사업이고, 아파트 건설처럼 실물 자산이 생성되고 있는 상태도 아니고,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사람들의 능력은 제대로 검증되어 있지도 않고, 아니 할 생각도 하지 않고 되팔이에만 눈이 멀어 있는데?

“개발자”의 스펙은 화려한데, 정작 백서 (White Paper)에 써 놓은 내용들을 구현할 수 있는 사람들일까? 저 위에 말한 그 VC처럼 초특급 명문대 출신인데 코더 개발자에 불과한 사람만 수두룩하고, 개념을 이해하면서 진짜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텐데?

 

가상화폐에서 Smart Contract로

비트코인 광풍 때는 가상화폐가 미래의 화폐가 되는 것처럼 바람잡이를 하시던 분들 중 일부가 요즘은 좀 상황을 깨닫고 이더리움으로 Smart Contract 이야기만 하신다. 위의 토렌트 예시에서 얼핏 나왔듯이, 처음에는 이런 암호 체계로 네트웍 서버도 대체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분들도 많았다. 토렌트가 딱 그 개념이니까. 그러나 어차피 데이터 전송 속도가 아주아주…아주 빠르지 않다면 나눠놓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합쳐서 서비스하는데 필요한 시스템 자원 때문에 한계가 있는 일이다.

Smart Contract가 비트코인에서 없었던 것도 아니고, 이더리움에서 바뀐거라고는 거래 기록을 확인 & 기록하는 방식의 차이일 뿐인데, 왜 실리콘 밸리에서는 더 이상 가상화폐 이야기보다 Smart Contract에만 더 집중하고 있을까? 단순히 Coin들이 가상화폐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서일까? 내 좁은 소견으로는 화폐의 역할 이전에 Scalability에 대한 본질적인 의구심, 기술적인 한계를 인지하고,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말을 바꾸면, ICO를 가상화폐를 받으려고 하는 관점에서 접근하는게 아니라, 신기술을 사업에 적용하겠다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일종의 Crowd Funding 형태로 시장의 관점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이렇게 신산업 투자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현재 시장에서 ICO로 “한탕” 벌이를 해보겠다는 사람들을 규제하겠다는 정부의 관점을 충분히 옹호해줄 수 있지 않은가?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추지 않은 투자를 보통은 투기라고 부르기도 하고, 사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언제나 투기 광풍이 불면 돈만 많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는 “호구”들이 겉에 보이는 스펙만 믿고 우르르 달려든다. 그런 투기꾼들 중 일부는 다른 사람들에게 폭탄 돌리기를 해서 큰 돈을 벌겠지만, 결국 땀흘려 번 돈을 진공청소기로 싹 빨아들이는 일부만 돈을 벌고 나머지는 나중에 밝혀진 실체에 허탈함을 가질 수 밖에 없더라.

최근의 IT 산업 모델들을 보면 알겠지만, 많은 “기술”이라는 것들이 고도의 지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겨우 소화할 수 있는 어려운 지식을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걸 학부생, 고교생 수준의 이해도만 갖춘 개발자 그룹이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도 적절하게 걸러내지 못하는 수준낮은 전문가와 무지한 투자자들로 구성된 시장을 믿고 4차 산업을 응원하겠다고 ICO에 대한 규제를 푸는 정부가 있다면,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참 부끄러울 것 같다.

 

나가며 – 신기술 전문가의 정의

경제학 공부도 제대로 안 했던 학부 동기가 필자의 블록체인 시리즈 글들을 몇 번씩 읽어봤다면서 연락이 왔다. 머신러닝 글 한참 읽다가 오랜만에 다시 경제수학, 경제통계 노트 펴 보고는 이걸 왜 그 때 배웠는지 이제서야 이해가 됐는데, 블록체인에 나오는 네트워크 이론은 배운적도 없어서 더 고생을 했단다. 그래도 이제 좀 이해가 된다면서, 자기가 이해하기로는 사회주의 이론이랑 비슷한거 같단다.

개개인의 도덕성을 밑바탕에 깔고 있는게, 보이지 않는 (이기적인 인간의) 손에 의지하는 부분과 대척점으로 보이고, 뭔가 오류가 생기면 중앙시스템이 해결하는게 아니라 모든 블록의 정보를 확인하는 일종의 “인민재판”을 하는게 사회주의 시스템과 너무 닮은 것 같단다. 결국 시스템이 계속 유지되려면 Mesh net이 아니라 Extended star network를 만들어내야될 것 같은데, 탈 중앙화라고 하지만 정작 시스템 유지를 위해서 구조적으로 중앙 집권적인 시스템을 일부 빌려와야되는 자기 파괴적 구조를 가진 것 같단다.

(누가 경제학과  출신 아니랄까봐 ㅋㅋㅋ 진짜 “새로운 이야기”다 ㅋㅋㅋ)

친구녀석이 블로그 글 몇 번 읽고, 혼자 공부 좀 하고 나니, 저 위에서 말한 그 VC와는 완전히 다른 이해를 갖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 명문 공대 출신이라는 VC는 기술적인 측면은 하나도 모르고, 오직 코인! 코인!! 코인!!!!!!만 외치며 피상적인 이해만 하고 있었고, 학부 친구는 전혀 무관한 분야에 제대로 수학 공부를 안 한 탓에 모델링에 대한 깊은 이해는 없지만, 최소한 그 논리를 따라가고, 자기의 틀에서 소화한 다음, 블록체인 시스템이 갖는 문제점을 정확히 집어내고 있었다.

여전히 “명문대 출신 개발자 = 신기술 전문가” 라고 생각하시는가?

그 전에 사업 모델도 제대로 없으면서 코인만 찍어놓고 매일매일 가격 오르내린다고 투자자들 등쌀에 밀려있다고 하소연하던 어느 스타트업 대표 하나 생각난다. 애시당초 사업 모델도 제대로 없으면서 코인은 왜 찍었냐? 그 스타트업이 Idiot이 아니라 멋모르고 투자한 투자자가 Idiot인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