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사이언스? 개발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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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타이틀을 달고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많은 오해들을 겪는다. 이미 오랫동안 파비블로그를 통해 지적해왔지만, 여전히 데이터 분석가와 데이터 과학자가 동일한 직군이라고 이해하는 사람을 끊임없이 만나고 있고, 이 업무가 개발자라고 불리는 엔지니어 직군의 업무라고 생각하고 필자를 대하는 사람도 매우매우 많다.

구글 검색 최적화 알고리즘이 적용된 덕분에 웹사이트가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조금씩 퍼지고 있는지 건너건너 여러 종류의 연락들이 온다. 한번은 아는 분을 통해서 광고 대행사 측에 연락이 닿았다가, 몇 차례 다리를 건너 전화 통화를 나누신 분이 필자의 지인에게

파비 대표님 개발자세요?

라고 질문했다고 하시더라.

파비클래스 수업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면, 개발자들용 강의말고 마케터용 강의는 없냐고 묻는 경우를 종종 겪는데, 수리통계학자들에게 필요한 강의하고 있어서 개발자들은 꽁무니를 뺀다고 그러면 거의 대부분 이해를 못한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려서 구글 검색하는 키워드마다 1면에 우르르 노출되고, 1-2등으로 노출되는게 왜 이렇게 많냐고 물어볼 때, 한참 고민을 하다가 네트워크 그리고 행렬 그려서 설명하기 시작하면

잠깐, 우리 개발자 불러올께요. 저는 이런거 전문이 아니라서요.

라고 해서 개발자 불러와도 당연히 모른다. 필자가 Node.js에서 다형성이 어떻게 코드로 표현되고 있는지 모르는 것처럼.

그 회사 개발자 분이 잠깐 설명을 듣더니

혹시 Library있나요?

라고 묻길래 당연히 Library없고, 이거 Eigen-centrality라는거 계산해서 만든 알고리즘이라고 그러니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 수학이네요. 그럼 전 당연히 모르죠

라고 대답하더라. 당연히 모르는게 당연한 반응이다.

2년전만해도 자기가 아는거라고 억지 주장을 하다가 수식을 써야 꼬리를 내리고, 그마저도 모자라 그건 수학이고, AI는 수학이 필요없는거라고 바득바득 우기는 개발자들을 한 달에도 몇 명씩 만났었던걸 생각하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다.

변리사 한 분이 이 주제로 특허내려고 할 때 몇 마디 설명을 듣자마자

아, 분야는 IT인데 내용은 전부 수학이네요. 이건 제가 아는 교수님이…..

라고 대답했었는데, 이렇게 자기 분야가 아니라는걸 알아만 주셔도 너무 고맙다.

(개발자가 로봇이라는거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자. 재밌어서 퍼왔다. Source: Netflix)

 

저 개발자 아닌데요?

어떤 직업이 상대방에게 제대로 인지가 안 되어서 설명을 해야하는 상황은 그 직업군에 별로 좋은 일이 아니다. 2010년대 초반에 Harvard Business Review가 20세기 가장 섹시한 직업으로 골랐다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직업이 벌써 10년이나 흘렀음에도 여전히 타 직군과 혼동되고 있고, 업계의 가까운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도 설명을 한참 늘어놔야하는 상황이라 불편함이 참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들어 개발자, 변리사 등등의 직군 사람들과 미팅에서 빠르게 상황 파악을 해 주시는 경우를 만나서 좀 숨통이 트이더라.

그동안은 수리통계학 이용하는 학문으로 대학원 학위 있으신 분들과만 겨우겨우 소통이 되었던 것 같은데, 몇 년 사이에 시장이 참 많이 바뀌었음을 느낀다.

데이터 사이언스 팀의 주니어로 직장 찾았다는 분들 만나보면 대부분은 통계학, 수학, 물리학, 산업공학 같은 학문으로 석사 이상 학위를 받으신 분들이던데, 파비블로그 초창기만해도 엉뚱한 소리하는 사람 취급당하던 걸 생각해보면 시장이 정말 성장하고 있다는걸 느낀다.

여전히 눈먼 세금을 빼먹는 일부의 악당(!)들이 거짓말로 사람들을 호도하고 있는걸 보지만, 지난 3-4년 사이에 이만큼 변화가 있었으니, 앞으로 3-4년이 더 지나면 악당(!!!)들이 소리소문없이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라고 기대하게 된다.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하는 애들 중에 얼마나 많은 숫자가 Quant Marketing 주제로 Data Scientist로 자라고 있는지 눈으로 보고나면 한국 사람들 대다수가 충격을 먹을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Financial Engineer 몸 값이 하늘을 찌를 때 물리학, 수학, 통계학, 공학, 경제학 전공자들 수백명이 매년 Financial Engineer쪽으로 방향을 틀었었다. 지금처럼 경제학 박사생들이 Quant Marketing으로 방향을 틀고 우르르 진입하고나면 이 시장도 개발자, 마케터 같은 직군과 완전히 분리되는 직군으로 성장하게 되지 않을까?

그 날이 좀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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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파비가 아닙니다. 파비는 회사이름입니다. 파비는 온라인 광고 타게팅에 머신러닝이라고 쓰고 계산통계학으로 읽는 지식을 적용하는 스타트업입니다. 학부 고학년 이상 수준의 수학, 통계학 고민이 들어간 질문 이외의 질문은 파비캐시 앱 안의 Ask파비 섹션에 남겨주시면 앱 유저 중 누군가가 답변을 남겨드릴겁니다.